[편집자가 독자에게]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 고함


미합중국 대통령 귀하.

이틀 전인 2월 15일에 천만명이 넘는 지구촌 가족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반전과 평화를 외쳤다는 사실을 귀하께서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전시위라고 합니다.
정의의 전도사, 민주주의의 수호자이자 이른바 '세계 경찰'을 자임하고 있는 미합중국 대통령으로서 이처럼 한 줌도 안 되는 무리의 반발 따위야 크게 신경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돼서 한 말씀 올릴까 합니다.
이번 이라크 전쟁의 명분은 '악의 축에 대한 응징'입니다. 그러나, 그 밑바탕에 석유자원을 둘러싼 미합중국의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음을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제3세계 테러 근절'이라는 명분이 냉전 종식 이후 끊임없이 패권주의를 강화해야만 하는 미합중국의 '절박한(?)' 속셈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 또한 점점 상식이 돼 가고 있는 분명한 사실입니다.

저는 귀하께서 입버릇처럼 말하는 정의와 민주주의, 인권의 가치에 대해서 아는 바가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귀하가 대통령인 미합중국이 중남미에서, 아랍에서, 동아시아에서 민중을 억압하고, 탄압하고, 살육해 왔던 많은 독재 정권을 지원한 대가로 취한 정치경제적 이익과 패권주의적 기득권이 오늘날 왜 귀하의 나라가 언제나 테러의 위협에 시달려야만 하는지를 잘 알려주고 있다는 사실만은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귀하가 얘기하는 '악의 축'의 형성 과정과 '악의 축' 국가들이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귀국에서 얘기하는 살상무기의 제조 및 도입과정에 대해 아는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라크에서 발견된 재래식 무기와 대량 살상무기가 1970년대에 귀국이 소련의 팽창정책 저지 목적으로 암암리에 지원한 살상무기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귀국과 귀국의 정부가 저질러 온 이 같은 역사적 과오를 잘 알고 있기에 저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지난 15일 대학로에서 종묘공원까지 '전쟁반대 No War!!'와 '평화 Peace'를 외치며 행진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라크 다음엔 북한이 아니냐'며 우려했고,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유럽의 여러 나라들과 유엔까지 나서서 신중한 접근을 주장하는 이라크 전쟁을 강행하려는 '감춰진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해했습니다.

미합중국 대통령 조지 W 부시 귀하.

63억 지구촌 가족이 평화를 지키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수단은 힘과 무력이 아닙니다. 평화를 지키는 가장 큰 수단은 역설적이게도 바로 '평화' 그 자체입니다. 힘에 의한 굴복은 '어느 한쪽의 항복'을 위한 또 다른 힘을 낳습니다.
귀국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에도 나올 것이라 짐작되는 이런 평범한 진리를 동아시아 한쪽 구석에 자리잡은 작은 나라의 문화예술단체가 발행하는 '보잘 것 없는' 일간 매체의 편집인으로부터 '잔소리'처럼 듣는 일은 귀하께도 그다지 유쾌한 경험만은 아닐 것입니다.
평화를 위한 수천만 명의 절절한 외침마저 냉정히 외면해 온 귀하께 더 무슨 말씀을 아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런 편지를 쓰는 일이 단지 '헛수고'에 그칠 지라도 3억명이나 되는 귀국 국민이 1차 또는 2차적 희생자가 될 것이 분명한 '반목과 갈등, 전쟁과 살육의 역사'가 재현되는 것을 두고만 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수긍되지 않으신다면, 백번 양보해서 '무력만이 힘은 아니다'는 말씀을 보태드리지요. 이것마저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 땐 저와 세계평화를 갈망하는 모든 이들이 귀하와 귀하가 대통령으로 있는 미합중국이라는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 점을 분명히 알아 두시기 바랍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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