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해고자대회에 참석한 두산중공업지회 해고자 전국현씨
"자본가들의 해고통지는 살찐 돼지의 최후의 발악"
길게는 10년 가까이, 짧게는 보름 남짓 단지 사람답게 살고 싶어 투쟁했다는 이유로 일터에서 쫓겨나 해고된 전국 100여명의 해고자들이 부르는 '원직복직 쟁취가'는 반주도 없이 세종문화회관 뒤편에서 울려 퍼졌다.
99년 서울대를 뜨겁게 달궜던 서울지하철 파업, 2001년 경찰의 폭력만행으로 전국을 들쑤셔놓았던 대우자동차의 정리해고 투쟁, 2001년 목숨을 건 투쟁에도 경찰 투입으로 공장에서 내쫓겨야 했던 울산 효성노조, 그리고 2002년 역사적인 공공 3사 파업투쟁과 38일간의 발전노조 산개파업, 매해 전국을 뒤흔들어 놓았던 투쟁마다 뒤로 남겨졌던 것은 가장 앞장서서 투쟁을 외치고, 대오를 지도했던 노조 간부를 중심으로한 수많은 해고자들이었다. 물론 가장 핵심적인 노조간부와 활동가를 겨냥한 징계해고 등 무자비한 해고의 칼날은 2002년 사측의 직장폐쇄에도 굴하지 않고 해를 넘긴 지금까지 투쟁하고 있는 구로의 태광하이텍에도, 전액관리제 위반을 진정했던 경부교통 택시노동자 한승수씨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장 가까운 예로 작년 12월 27일 노조를 설립한 새서울캐딜락은 노조 설립 한달여만에 노조원 13명 전원을 해고시키기도 했다.
전해투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노조활동, 적극적인 파업 참가 등을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들의 수는 5백여명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해고자까지 생각하면 많게는 7백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이중 2백여명이 사회보험, 지하철, 철도 등 공공부문 해고자들이어서 정부의 해고자 문제 해결 의지를 의심케하기도 한다. 해고자의 수가 많은 사업장이나 지역은 각각 해고자원직복직투쟁위원회 등을 꾸려 '원직복직투쟁'을 진행하지만 당장 생계를 꾸려야 하는 해고자들의 투쟁은 길어질수록 그만큼 어려워지고 해결의 실마리도 찾기 힘들다. 또한 해고자들에게는 해고뿐 아니라 손해배상 가압류, 구속, 수배 등 각종 탄압까지 겹치는 것도 다반사로 현재 해고자 중 구속자는 24명, 수배는 28명에 이르고 있다. 울산 효성 해고자는 수십억의 가압류로 벌금 2백만원을 내지 못해 수배자가 되는 상황까지 맞아야 할 정도였고, 다른 해고자들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선거기간 "노사화합 차원에서 노조활동 관련 구속, 수배, 해고노동자들에 대해 전향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대우자동차 노동자들 앞에서 약속했던 노무현씨는 대통령 당선자가 되어 민주노총을 방문했던 지난 2월 13일 "88년에 해고자 복직 문제를 가지고 싸웠었지만, 결국 사법부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해고자 문제 해결에 대한 해고노동자들의 요구를 회피했다.
결국 전국의 해고자 100여명이 2월 18일 "△부당해고, 구속, 수배를 치유하기 위해 파업권 제한에 대한 근본 해결방안 제시 △구속, 수배, 해고된 노동자들의 원상회복 △정리해고를 명분삼아 노조 말살 목적과 보복성으로 정리해고한 핵심 노조간부와 현장활동가의 원상회복" 등을 요구하며 서울 세종문화회관 뒤편에 모였다. 더 이상 각각 해고자들의 투쟁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공공부문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와 전국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전국 구속, 수배, 해고노동자 2월투쟁준비위원회'(이하 2월투쟁위)를 꾸리고 대통령 취임식인 2월 25일까지 집중투쟁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2월투쟁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사업장에서 파업의 권리는 손배, 가압류와 같은 민사상의 조치에 의해서, 구속, 수배, 해고와 같은 자본과 정권의 탄압에 의해서 무참히 짓밟혀 노동자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가족들의 삶조차도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5백여명의 해고자들의 대부분은 파업 등 노조활동과 관련하여 징계해고 되었고, 최근에는 대우자동차, 효성, 태광, 삼성, 고합 등 많은 사업장에서 사용주들이 구조조정의 걸림돌이 되는 핵심노조 간부들과 현장활동가들을 경영상의 어려움이라는 이유를 들어 정리해고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2월 투쟁위는 또한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가리지 않고 해고자의 원직복직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공기업 해고자들의 경우, 정부가 직접적인 노동력의 사용주이기 때문이며, 사기업 해고자들의 경우 파업을 불가능하게 하는 악법 조항들을 바꿈으로써 사기업 해고자들의 복직이 가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정부의 적극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전해투 이영덕 위원장 직무대행은 "사용주들은 '노사화합'의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해 선별해고된 사람들은 웬만해서는 복직시키려 하지 않는다"며 "노 당선자가 정부가 개입하기 어렵다고 발을 뺐지만, 결국 해고자가 복직되려면 88년 노무현 변호사가 그랬듯이 싸우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효성, 대우자동차, 사회보험, 발전, 서울지하철 해복투와 택시, 버스, 까르푸, 태광 해고자 등이 결합하는 2월투쟁위는 18일부터 25일까지 인수위 주변 노상노숙투쟁을 전개하고, 25일 2차 해고자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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