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맨' 대리운전기사 노조 결성

대리운전 최대 업체 Good Service 노조 창립


굿서비스노조의 새벽 3시 창립총회 (2003.1.20) [사진:워킹보이스]

대리운전 기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대리운전업체 굿서비스(사장 조재석)에 종사하는 대리운전기사들은 20일 새벽 3시,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굿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김병배) 창립총회를 갖고 같은 날 서울시청에 노동조합설립신고서를 접수했다. 오후 6시에 출근해서 새벽 4시까지 근무하는 것이 보통인 밤과 낮을 거꾸로 사는 이들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새벽 3시에 갖는 노조창립총회가 너무나 자연스럽다.

한 밤 지키는 대리운전기사, 노동자로 거듭나기
자동차 보급률이 급속히 증가하고 음주운전에 대한 감독과 처벌이 강화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이젠 ‘대리운전’은 일반화된 서비스가 되었다. 유흥업소에서 겸업으로 하는 경우나 사업자 등록을 내지 않고 개인적으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대리운전을 제외하고, 공식적으로 대리운전 업체에 소속된 기사들만 약 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 굿서비스는 서울 마포의 강북본사와 반포의 강남지사 및 일산, 인천, 분당, 수원 등에 지사를 가지고 있고 약 332명의 운전기사들을 고용하고 있는 대리운전업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선두 업체이다.

굿서비스도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대리운전회사는 손님들의 '콜'이 오면 대기하고 있는 기사들에게 승객을 태우고 갈 목적지를 지정해 준다. 기사들은 손님을 목적지까지 태워준 뒤 받는 금액으로 급여를 충당하며, 이 가운데 건당 4천원에서 6천원 가량의 일정 금액을 소개비 명목으로 업체에 납부해야 한다. 굿서비스의 경우에는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건당으로 받던 금액을 택시 기사의 사납금처럼 일정액을 매월 납부하는 것으로 변환했다.

하루 평균 배차 수는 4~5건. 여기에 회사에 내는 월 입금액과 다시 회사로 돌아올 때 이용하는 택시비 등을 제외하고 나면 한 달 평균 임금은 약 180만원에서 300만원 정도다.

그런데 문제는 회사가 규모를 늘리면서 이 평균 임금이 전혀 보장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었다. 170명 남짓하던 기사 수는 332명으로 늘어났지만 일거리가 그만큼 늘어나지 않아 배차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수입역시 줄어들었는데, 회사에 내는 월 납입액은 예전과 같은 40만원으로 동결되어 있다. 게다가 설 연휴도 끼어 있고 날수까지 적은 2월 같은 경우, 기사들이 가져갈 수 있는 돈은 현격히 줄었다.

또한 이들이 운전하는 시간이 보통 도로가 휑하게 뚫린 새벽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자신도 모르게 가속페달을 밟다가 감시 카메라에 포착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범칙금을 물고 나면 그날은 공치는 날이다.

노조 김경배 위원장은 “굿서비스의 대리운전기사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을 이 일에 종사하고 있으면서도 4대보험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회사의 이익만을 위한 무분별한 인력 충원으로 안정적인 임금조차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 위원장은 “그 동안 회사가 일방적으로 근로조건 변경하고, 임의로 배차량을 줄여서 일종의 징계를 가하기도 해 개별적으로 항의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기사들이 모두 제각기 흩어진 채로 근무를 하기 때문에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경우도 있지만 노동조건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서 노조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개선을 요구해야 할 필요를 절감했다”고 노조 설립 배경을 설명한다.

이날 창립 총회에 참석한 기사들은 30여명. 노조 조직률이 아직은 10%이지만 대부분의 기사들이 비슷한 문제를 절감하고 있기 때문에 가입률은 급속히 증대될 것으로 노조는 기대하고 있다. 먼저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들은 이제 각자가 지니고 다니는 TRS(주파수공용통신)를 통해 노조가 정식으로 발족되었음을 모든 기사들에게 알리고, 목소리만 익숙했던 '낯선' 동료들에게 노조 가입을 독려할 계획이다.

“화물운송노동자들이 지긋한 나이에도 TRS를 통해 수천의 조직을 해 내는 모습은 이제 30대 초중반인 저희들에게 많은 교훈을 줍니다. 대학 다니는 자녀를 두고 있는 한참 어깨가 무거울 시기에도 노동조합 활동을 그렇게 열심히 하시는데 혈기왕성하고 젊은 우리들이 못할게 뭐가 있느냐고 조합원들과 의지를 다집니다.” 김 위원장 말이다.

대리운전기사들의 별칭 “어이, 080~”

흔히 대리운전 기사들이 술이 거나하게 들어간 취객들의 부름을 받고 가면, 차를 태워 보내려는 술집 주인들과 취한 손님들이 이들을 부르는 별칭이 있다. “어이, 080~” 그러면 취객 틈에 섞여 있던 대리운전기사는 호명한 사람을 돌아보며 자동차 키를 받아 든다. 왜냐하면 대리운전을 주문하는 전화번호가 수신자 부담인 080으로 시작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일명 ‘080 맨’으로 불린다. 그 ‘080 맨’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했다.

노조의 김병배 위원장은 이같이 말한다. “택시회사에서 일정기간 근무하면 개인택시 면허가 나오지만 우리들 대리운전기사들이야 회사에서 오래 근무했다고 자격증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회사에서는 기사들을 회사의 규율에 따라 일방적으로 통제하고 회사의 뜻에 맞지 않으면 오더(order)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해고 아닌 해고’를 해 왔고, 우리 노동자들은 여기저기 흩어져서 회사가 주는 주문을 받고 일하고, 회사의 방침을 전달 받아 따르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다. 이제 ‘080’으로 불리는 우리들이 노조를 결성한 것은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우리들이 권리를 찾기 위해 뭉쳐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막 노조를 만들었기 때문에 조직력을 확보하는 데도 아직 버거운 상태다. 그러나 지금의 문제들은 비단 굿서비스라는 회사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전체 대리운전 기사들의 문제이고 거시적으로 보면 ‘대리운전기사 협의체’ 등을 구성해 기업단위 영역에서 더 넓혀야 할 것이다”

워킹보이스 김경란 기자 eggs95@kcwn.org
태그

대리운전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클리핑기사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