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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행정의 생산성을 위해서?
"은행원이 카드 정보 제공", "교사들 개인 정보 새나가", "이동통신회사 고객 위치정보 유출"...
올해의 뉴스가 아니다. 일간지에 게재된 하루치 기사들이다. 별 다른 설명도 필요 없다. 정보사회에서 생명에 버금간다는 개인 정보가 사회 곳곳에서 "줄∼줄" 새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사회에 대한 유토피아적 상상력과 정보통신산업의 경제 동향에 "정보통신"면이 열광하는 동안, 사회면에서는 개인 정보 유출과 관련된 사건 기사가 가득 차서 넘치고 있다.
한편 "은행카드 복제"라는 대형 사고를 통해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위기의식이 새삼스레(!) 확산되고 있는 요즘,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하 NEIS, 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 구축이라는 대형 사고를 준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NEIS는 기존의 학교종합정보시스템을 포괄하는 것은 물론 "기획, 교육장학, 보건체육, 교원인사, 일반직인사, 급여, 재정, 시설, 법인, 기타 행정 등" 교육 행정 전 분야를 대상으로 하는 전산화 사업으로, 말 그대로 "전국단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지난 2001년 10월부터 총 사업비 729억원을 투자하며 한국전산원, 삼성SDS 등과 함께 NEIS를 추진해 왔다. 언제나 관료사회가 그랬듯이 "행정의 생산성 제고를 위해서"라는 당위와 "편리함"이라는 당근으로 NEIS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정보사회의 주요한 화두인 프라이버시, 다시 말해 정보의 자기결정권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NEIS라는 초대형 국가프로젝트는 행정의 효율성보다는 정보유출(또는 인권침해)의 효율성에 기여하게 될 시스템이다. 아니 솔직히 말해 지금 계획대로라면 NEIS는 성인인 학부모는 물론 아동,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합법적인 전국단위 정보감시 및 개인 정보 유출 시스템으로 자리잡게될 것이다.
아동과 청소년의 개인정보까지...
NEIS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개인 정보의 과도한 집적과 이에 따른 정보 유출의 필연성이다.
사실 "개인 정보의 수집과 보관은 목적에 따라 해당 수집 기관만이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해당 수집 기관 이외의 기관은 비록 해당 수집 기관의 상급 기관이라 할지라도 임의로 접속하고 공유해서는 안된다"라는 원칙은 공공기관의 개인 정보 취급에 있어 상식이다.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정보의 과도한 집적에 의한 권력화는 물론, 정보 유출의 위험성이 그 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NEIS는 기존의 "학교종합정보시스템"과는 달리, 모든 정보의 권한이 교육부로 집중된다. 전국 모든 학교의 정보는 물론 관련 개인 정보까지 모두 포괄하는 초대형 '빅 브라더'가 탄생하는 셈이다. 더욱이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마스터는 교육부가, 보안 시스템의 담당은 시 도 교육청이, 정보의 수집과 입력은 일선 교사가 담당하는 NEIS는, 정보 유출의 위험성은 더욱 높고 책임 소재는 불분명한 매우 기형적인 시스템을 자랑한다.
다음으로 학교행정을 위한 시스템인 NEIS는 자연스럽게 아동 또는 청소년을 정보 수집대상에 포함한다.
학교는 행정은 물론 정보교육을 통해 아동과 청소년의 개인 정보를 최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현재 교육부는 NEIS를 계기로 오히려 학교를 거점 삼아 학생들의 개인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약 100가지가 넘는 세부 항목에, 학생의 능력은 물론 병력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이고 민감한 개인 정보들이 축적될 계획이라고 한다.
물론 이는 상상만으로도 매우 끔찍한 일이다. 성인과 달리 아동과 청소년의 개인 정보 관리 능력과 자기 결정권은 현실적으로 보장되기 힘들고, 나아가 이들에 대한 개인 정보 수집행위가 가져올 장기적인 폐해는 그 누구도 책임질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아동이나 청소년의 개인정보는 성인의 개인 정보와는 달리 법률과 제도를 통해 특별한 보호를 받도록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률), 교육부가 전면에 나서서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현실은 거의 "호러영화"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NEIS는 이처럼 소중한 개인 정보를 경제적 이윤 창출 시스템으로 관리하려 하고 있다.
NEIS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경영의 효율화를 위해 기업들이 사용해 온 "기업 자원 관리 시스템"(이하 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의 변형이다. 실제로 기업 용어를 학교 용어로만 전환하면 거의 구분이 안될 정도로, ERP와 NEIS는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현재 교육부는 NEIS라는 고객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NEIS를 통해 학생 및 교사의 개인 정보를 이윤 창출의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개인 정보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의 입장과 달리, 고객의 입장에서 본다면 기업의 개인 정보 취합은 매우 위험한 거래이자 프라이버시 침해의 중요한 원인이다. 그 위험한 거래를 교육부가 국민이라는 인적자원을 대상으로 실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NEIS를 통한 기업 자원 관리 시스템의 도입은 학교의 모든 행정 업무를 표준화, 계량화하여 학교간, 교사간, 학생간 무한 경쟁을 가속화할 것이 분명하다. 유엔이 "아동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경고한 우리 사회의 과도한 입시경쟁이 NEIS를 통해 더욱 첨단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오래 전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는 권력의 억압가설을 전복하며, 권력은 권력장치의 일방적인 억압이 아니라 권력에 대한 주체의 능동적인 욕망이 상호작용함으로써 재생산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보사회에서 정보가 곧 권력이라면, 정보유출 역시 권력의 일방적인 폭력이 아니라 피권력자의 능동적인 반응을 통해 형성된다. 마치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일상의 편리함, 경제적 이익을 위해 자신의 개인 정보를 각종 국가기관과 기업에 자발적으로 헌납하고 있듯이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권력의 형성은 언제나 효율성, 편리함 등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물론 아무리 개인 정보의 자기결정권에 철저하게 대응한다고 할지라도, 현대 복지국가에서 공공기관에 대한 개인 정보의 위임은 불가피한 과정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공공기관에 대한 개인 정보의 위임이 불필요한 개인 정보 취합, 개인정보의 무단 유출, 정보 집적을 통한 권력화까지도 포함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제 공공기관에 의한 부당한 개인 정보 취합 및 유출을 구조적으로 개혁하고, 이를 일상적으로 역감시 할 수 있는 사회적 대안 시스템이 시급하게 마련돼야 할 때이다. NEIS와 같은 거대한 함정에 빠지기 전에...
이원재 / 문화연대 정책실장 redgang@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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