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차별시정 의지 뒷걸음질

동일노동-동일임금 '국정과제'서 빠져 생색내기 그칠 듯 "노동탄압 방지대책 수용 반면 노동기본권은 언급 없어

지난 2월25일 공식출범한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적극적 시정조치 대상에서 제외하는 한편 그 동안 공언해온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도 국정과제에서 삭제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가 내세운 성·학벌·장애인·비정규직·외국인노동자 등에 대한 5대차별금지법 제정과 차별시정위원회 설치는 생색내기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대통령직 인수위(위원장 임채정)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에 앞서 지난 2월21일 발표한 '참여정부 국정비전과 국정과제'에서 "성·학벌·장애인 차별이 해소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적극적 차별시정조치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비정규직과 외국인근로자의 경우 적극적 차별시정조치 적용에 다소 무리가 있으므로 별도의 보호조처를 강구하겠다"고 물러섰다. 민주노총 주진우 비정규사업실장은 이에 대해 "비정규직 차별의 1차원인은 비정규노동자 양산과 급증에 있음에도 언급조차 없다"면서 "새 정부 공약사항이던 비정규직 억제가 완전히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인수위는 이날 12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국민통합과 양성평등 구현'을 꼽았으나 "비정규직 균등대우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여건을 구축하고 법률을 제·개정하겠다"고 비켜갔다. 주진우 실장은 이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노동부의 주장에 밀려 임금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주요과제인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삭제됐다"며 "이래서는 비정규 노동자가 부당하게 차별 당하는 현실을 개선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주 실장은 이밖에 "불법파견노동자 확산과 차별대우, 국제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인 최저임금 현실화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도 하지 않아 저임금 비정규노동자의 최저생계 보장도 외면했다"고 덧붙였다.

인수위는 이날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를 위한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노사관계 △중층구조의 사회적 파트너십 △자율과 책임의 노사자치주의 등 6개 세부과제를 밝혔다.

인수위는 이와 관련해 △공무원노조 명칭·제한적 단체교섭권 보장 △필수공익사업 범위조정·직권중재제도 개선 △운영체계 개선·합의사항 이행구조 정립 등 노사정위 운영 내실화 △지역·업종·산업별 노사정위 활성화 등을 내세웠다.

민주노총 김태연 정책기획실장은 "공권력개입 최소화, 손배·가압류 남용방지 등 노조탄압 중단 요구는 어느 정도 수렴됐다"면서도 "전임자임금, 교사·교수의 노동3권, 실업자의 조합원자격, 기업단위 복수노조인정에 대해 구체적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수위가 이날 밝힌 아이티(IT), 물류, 금융에 기반한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과제에 대해서는 실현가능성에 회의가 일고 있다. 박강우 정책국장은 "물류, 금융을 앞세운 재경부쪽과 아이티, 금융을 내세운 인수위쪽이 갈등을 빚다가 결국 모두 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면서 "홍콩이나 싱가폴이 금융거점을 형성한 것은 도시국가여서 제조업 유치가 부적절한 특수성이 반영된 것이어서 이를 한국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정경은 joungke@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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