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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IS'=500여만 학생과 학부모의 프라이버시를 짓밟는 넷 에이즈. '네이즈'
'교육행정정보시스템(National Information Education System)' NEIS.
교육부는 어감을 좋게 한다고 이를 굳이 '나이스'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 날, 참석자들은 교육부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이 시스템을 일컬어 '나이스'가 아닌 '넷 에이즈' 라는 의미의 '네이즈' 라고 불렀다.
이 날 토론회에서는 우선적으로 NEIS가 가진 각종 중대한 문제점들이 지적되었는데,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도 각 개인의 방대한 신상 정보가 국가 기관의 서버로 집중되고, 이것이 태생적으로 안보상의 취약점을 지니고 있는 인터넷 상에서 얼마든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인권 침해상의 문제이다. NEIS에는 학생의 성적, 출결, 병력, 생활기록, 학적, 상담일지 등 학생 신상에 관한 온갖 구체적인 자료와 함께 가정환경과 관련한 정보 및 심지어 부모의 학력 정보까지 입력하도록 되어 있다. 얼마 전, 교육부는 NEIS에 대한 항의가 강력해지자, '생활기록부 정보를 빼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사실상 이는 생활기록부의 일부 사항을 '필수적으로 입력하지 않아도 좋다'는 정도의 권고일 뿐 빠진 것은 아니다. 가정 환경 조사서 및 건강기록부의 입력 사항 또한 여전히 포함되어 있다.
교육부는 전자 정부 사업의 일환으로 '대민 서비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함' 이라는 명분을 대고 있지만, 사실상 대민 서비스를 위해 학생과 학부모의 성적, 병력 기록과 같은 구체적인 정보들까지 수집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점에서 전혀 설득력이 없다. 또한 이는 끊임없이 성장, 변화하는 학생들에 대한 정보를 단순히 데이터화 해서, 교육 과정에서도 교사가 선입견을 갖게 하는 등 반교육적이라는 점에서도 강력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게다가 학생들은 대부분 지금까지 자신의 정보가 컴퓨터로 모아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상, 학생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단지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신상 정보를 일방적으로 수집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 날 토론자로 참석한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의 최영희 학생도 "생활기록부나 가정환경, 상담일지 등은 학생들에게 정말 민감한 부분" 이라며 "상담일지가 인터넷에 올라간다면 누가 솔직한 상담을 할 수 있겠냐"고 말해 NEIS의 학생 인권 침해와 반교육성에 대해 지적했다. 학부모 이빈파씨 역시 "학부모의 병력을 비롯한 아이들의 자료가 50년간 인터넷 상에서 표류한다는 것이 두렵다" 면서 "인터넷상에서 나와 내 아이의 정보가 수시로 감시된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토론회 주발제를 맡은 전교조 김진철 교사는 NEIS 체계를 기업 경영에서 쓰이는 '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 이른바 'ERP' 및 기업체의 고객 관리에 쓰이는 'CRM(고객 관계 관리)' 체계와도 비교하면서 NEIS의 이면에는 교육을 시장 논리로 파악하고 있는 교육 정책 관료들의 사고가 그대로 녹아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기업에서 고객들의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 고객 개개인의정보를 저장해 두고 이윤 추구에 이용하고 있는 CRM 시스템의 사례를 볼 때, NEIS 가 아동이나 청소년의 개인 정보를 이용한 기업의 이윤 추구 기제를 마련하는 데 중요한 재원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교사의 잡무 과중, 그리고 전자 통제
NEIS의 문제점 중 두 번째는, 교사의 잡무를 과중시킨다는 점과 학교 현장에 대한 전자 통제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NEIS의 전 단계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각 학교 단위의 C/S(Client Server) 단계에서만도 출결, 시간표, 성적, 교구관리, 보건일지, 생활기록부, 상담 기록의 각종 항목들을 일일이 기록해야 하기에 교사들은 틈만 나면 교과 연구나 학생들과의 상담에 보낼 시간도 없이 컴퓨터 앞에 매달려 있어야 하는 것이다. 최영희 학생은 "양호실에 약을 타러 가면 선생님이 따뜻한 말 한마디 보다 컴퓨터에 입력하기 바쁘다. 컴퓨터 입력하는 것만 보다가 게보린 하나 받아오게 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교육 현장에서의 심각성을 실감나게 전했다.
또한 교사들은 이렇게 과중한 업무 속에서 일상적 감시와 통제까지 당하게 된다. NEIS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 교직원이 인증을 받고 사용자 등록을 해야 하는데, 현재는 이를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나 플로피 디스크에 저장하지만 교육부가 이를 스마트 카드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 이용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전자 사원증'과 비슷한 방식이다. 사원의 개인 정보는 물론 이것을 이용해 출퇴근은 물론, 입퇴실, 컴퓨터 이용 시간 등이 그대로 기록되어 옆에서 감시하지 않아도 근무 양태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에 전 공무원에게 '전자 공무원증'을 발급할 예정이며, 이미, 5000여명에게 시범 발급까지 한 상태여서 NEIS를 통한 교원 전자 통제 역시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다.
'밑 빠진 독'과 같은 예산 낭비
NEIS는 예산 사용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교육부는 이미 시스템 구축에만 520억, NEIS의 전 단계로 C/S, S/A를 시행하는 데만 1400여 억원을 들였고, NEIS 시행을 위해 또다시 올해 예산으로 300억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NEIS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이것으로도 턱없이 부족하다. 토론회 말미에 전국 중고등학생 연합 중앙위원장인 박성기 씨는 "NEIS 가 시행된다고 해도 이미 각 학교에는 인력 및 기술력도 전무한 것이나 마찬가지 상태이며, 학교의 컴퓨터 시설들이 좋지 않아 전국 1만개 학교에서 가지고 있는 컴퓨터들을 일일이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라 이를 고려하면 천문학적인 액수의 예산이 낭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부모 이빈파 씨는 "아이들은 집 컴퓨터보다도 못한 학교의 97, 98짜리 컴퓨터에서 도리어 퇴보하고 있는데 이런 시설들과 교육 소프트웨어는 방치하면서 정보의 확보와 관리에만 눈독을 들이는 행정편의주의적인 교육부를 솔직히 학부모 입장에서 고발하고픈 심정"이라고 분노를 표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문화연대 집행위원장 겸 진보넷 대표인 중앙대 강내희 교수는 이러한 심각한 인권 침해, 예산 낭비 정책을 입안한 교육부 책임자에게 감사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책임 추긍'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틈새 / 문화사회 편집위원 rebel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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