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공중도덕 위반자에게 내려지는 '사회봉사 명령'이 처음으로 시위참가자에게 부과됐다.
서울지방법원은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태연 민주노총 정책실장과 박점규 민주노총 전 조직부장에게 징역1년(집행유예 2년)에 더해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시위로 피해를 입은 선량한 경찰들의 심정을 이해해야 한다"며 "다친 경찰들의 병실간호 등을 했으면 한다"는 '따듯한' 충고까지 덧붙였다. 두 사람은 지난 2001년 6∼7월에 임단투 시기집중 투쟁 때 종로 일대에서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도로를 막고 경찰과 충돌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바 있다.
사회봉사명령은 공중도덕 위반 사범에게 내려지는 게 보통이다. 즉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회상규를 어긴 사람들에게 내려지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재판부의 판단은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노동현안을 이유로 한 집회는 개인적 이익이라기보다는 분배정의 실현을 위한 공익적 성격을 가질 뿐만 아니라, 백 보 양보한다 하더라도 집회·시위의 자유는 민주사회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시 집회를 폭력으로 몰아간 것은 다름 아닌 경찰이었다. 동대문경찰서장은 시위대가 종로5가로 들어서자 "김대중 대통령을 그린 상징물을 철거하라"며 행진 앞 대오와 정면충돌을 지시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모두가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비무장'이었던 시위대가 다쳤다는 이유로 사회봉사 명령은커녕, 처벌을 받았다는 '무장'경찰은 찾아볼 수가 없다. 얼마 전 대우차 폭력사태를 유발했던 경찰들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소식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우리 법원이 노동문제에 대해 까막눈인 것이 어제오늘의 불행은 아니지만, 노동현안 해결요구와 집회시위의 자유를 '개인적 이익'으로 해석한 것은 불행을 넘어 비극이다.
사법부의 권위는 우격다짐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결로 쌓이는
것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있는 사람들만 위할 참인가.
이승철 keeprun@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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