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말잔치 속 노동자권리 '실종'

노무현 정권 '국정과제' 진단

지향점 긍정성에도 대안 미흡…신자유주의 지속 우려도

노무현 정권은 지난 2월21일 인수위 체제에서 마련한 3대 국정목표, 4대 국정원리, 12대 국정과제로 구성된 이른바 '참여정부의 국정비전과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실질적 민주주의 강화, 차별해소, 한반도 평화정착 등 원론적 수준에서 별로 나무랄 데 없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다른 역대정권 또한 출범과 함께 나름의 장밋빛 국정목표와 과제를 제시한 바 있고, 그 결말은 한결같이 실망스런 것이었다. 이 점에서 국민 앞에 구체적으로 천명되지 않으면 노무현 정권 또한 그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절차적 민주화에서 실질적 민주화시대로 전환할 것을 선언한 것 자체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실질적 민주화의 핵심내용인 노동3권 강화, 국가보안법철폐,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 등 민주적 권리향상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힘들어 내용 없는 선언에 그치고 있다. 특히 민주주의와 시대변화를 말하면서 노동자의 단체행동 등 불의에 맞선 저항을 구시대적인 것으로 매도하는 교묘한 이데올로기를 곳곳에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수구세력의 준동 속에서도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이라는 국정방향을 분명히 한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의 한계도 엿보인다. 민족통일에 대한 구체적 비전이 없고,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은 이른바 동북아 경제중심국가와 직결돼 철저히 자본중심의 평화질서에 국한되고 있다. 주한미군, 군비축소 등 진정한 평화구축과 통일실현을 위한 중대하고도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답을 피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정책방향은 김대중 정권과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 정책에 기반하고 있다. 이는 각론에 이르면 복지, 평등, 노사자율 등과 충돌할 것이고, 집행과정에서 상위개념으로 작동할 것이다. 경제정책의 핵심기치인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노사대립 상황에서 자본쪽에 기울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핵심 노동정책으로 제시한 '신노사문화정책 강화'와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은 여전히 노동자의 파업을 '악'으로 규정하게 될 것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핵심을 이루는 공기업 사유화에 대한 언급은 없으나 발전, 철도, 가스 등 네트워크형 국가기간산업 사유화 프로그램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경제정책의 한 축으로 제출된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은 초국적자본 중심의 세계 에 편승하겠다는 뜻이다. 경제자유구역을 확대하고, 우선 국내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제자유구역법의 노동권, 환경권, 교육주권 포기 조항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쌀생산량 감축을 뼈대로 하는 농업정책 역시 WTO 농업개방을 받아들이는 농업포기 정책이다.

노동자·민중의 삶과 직결되는 사회문화여성 정책은 어떤가? 노무현 정권이 크게 강조하고, 개혁적 인사들이 포진한 사회복지정책은 그 목표의 긍정성에도 재원마련방안이 안 보이는 등 현실화할지 의문을 낳고 있다.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인 비정규직 관련정책은 매우 실망스럽다. 비정규직 차별의 1차 원인은 비정규노동자 양산과 급증이나 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비정규직 억제'가 완전히 실종된 것이다. 빈부격차 해소와 비정규노동자 차별 해소를 제시하고 있으나 관료와 자본의 저항에 명백히 후퇴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아예 빠져 있다. 파견노동자 양산, 특히 불법파견 노동자 확산과 이들에 대한 차별도 언급이 전혀 없으며, 파견법 폐지와 불법파견 근절대책이 제시되지 않았다. 최소한의 생계비에도 못 미치고, 국제적으로도 가장 낮은 수준인 최저임금 현실화도 빠져 있어 저임금 비정규 노동자의 최소생계 보장이라는 과제도 외면하고 있다. 따라서 5대 차별금지법과 차별시정위원회 설치는 생색내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노동권의 국제기준을 얘기하고 있으나 공무원의 노동3권은 1.5권으로 제한됐으며, 국제노동기준에 못 미치는 전임자임금, 교사·교수 노동3권, 실업자 조합원자격, 기업단위 복수노조인정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없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른바 '중위적 사회협의체제'로 분산, 다양화하여 노동운동을 지역, 산업(업종)으로 파편화하고, 노자간 산별교섭체제를 회피하고 있다.

김태연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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