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산업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본방향


[사진 : 대중음악개혁을위한연대모임]대중음악 전문라이브공연장 건립촉구캠페인


한국 대중음악은 지금 커다란 위기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음반시장은 갈수록 불황에 시달리고 있고, 음악콘텐츠는 특정 장르에 한정되어 불균형의 구조를 여전히 개선하지 못한 채 문화적 종다양성을 상실해가고 있다. 또 음반유통과 저작권 등 음악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주요 제도들은 여전히 전근대적인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음악의 방송 의존도는 갈수록 심화되고 라이브공연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낡은 대중음악산업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대중음악산업 종사자들과 관련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대중음악산업과 음악콘텐츠들이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변화하기 위해, 현재의 대중음악시장의 구조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그에 기반한 시장의 개선을 바탕으로 새로운 대중음악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독자적이고 획기적인 진흥정책이 수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대중음악산업의 새로운 인프라구축을 위한 기본방향은 그런 점에서 다음의 과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안과 정책 아젠다가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가장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것은 음반시장의 투명성과 합리성이다. 음반시장의 투명성과 합리성 구축을 위해서는 음반의 생산과 유통 소비과정에 대한 투명한 자료가 제출되어야 하며, 공급과 수요를 양적으로 질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과학적인 데이터베이스화가 필요하다. 그 동안 음반시장은 제작과 유통 면에서 투명하지 않게 운영되었고, 합리적인 경영마인드가 부족했다. 대중들의 음악적 기호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 없이 무조건적인 물량투입과 공정하지 않은 홍보경쟁을 통해 제작사와 뮤지션들이 소모적인 싸움에 휘말려야 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통구조의 현대화와 음악콘텐츠개발을 위한 음반업계의 상호보조와 연구, 음악적 수요창출을 위한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마케팅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 음반판매의 정확한 통계와 분석자료들이 공유되어야 하며, 특정한 장르와 특정한 수요만을 서로 경쟁적으로 생산하지 말고 상호 분배와 균형적인 조절의 원칙들이 배려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음반산업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제도 정비이다. 음반산업의 제도정비는 법제, 기구 개편과 시장내부의 자유로운 합의로 구분할 수 있는데, 법적 개편으로는 현행 저작권법의 전면개정이 불가피하며 아울러 음반산업진흥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종합적인 지원법의 근거에 따라 현행 대중음악관련 정부기구(문광부 게임음반과, 공연예술과/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음악산업팀)의 개편과 재원의 조성이 마련되어야 한다.
음반업계 내부의 자율적인 합의로는 음반시장의 균형 있는 발전에 저해되는 음반제작의 관행(특정장르의 독점적제작, 편집앨범제작)을 최소화하고, 가수들과의 계약관계를 투명하고 합리적인 차원에서 개선하고, 음반산업 관련 이익 단체들(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산업진흥재단,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원제작자협회 등)의 역할조정에 대한 재정비가 논의되어야 한다.

세 번째로 지적할 것은 음악콘텐츠를 음악팬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수용기회의 다양화이다. 지금까지 대중음악은 공중파방송 중심의 홍보가 주조를 이루었다. 그러다보니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가수들과 소속 기획사는 음악수용의 독점권을 행사하게 되고, 방송출연이 극히 미진한 가수들은 자연적으로 대중들로부터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 과정에서 방송권력이 생겨나고 제한된 프로그램에 엇비슷한 경향의 가수들이 출연을 하다보니 불필요한 유착관계가 형성되고, 음악적인 역량이 발휘되기 힘든 구조를 낳게 되었다. 음악콘텐츠 공급의 편중현상은 비단 공중파방송만이 아니라, 라디오방송, 스포츠연예지, 케이블 방송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대중음악 콘텐츠의 다양성확보와 수용기회의 확대를 위해서는 현재의 홍보매체들의 새로운 마인드 재고 및 제도적 조절장치가 필요하고, 새로운 마케팅 공간들을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라이브쿼터제', '음악정보프로그램의 신설', '캐스팅상한선제', '가요시상식의 개선' 등 공중파방송과 케이블방송에서의 음악프로그램에서 음악콘텐츠의 종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인 완충장치들을 마련하고, 라디오전문 FM방송을 허가하는 것과, 비주류음악들을 소통시킬 수 있는 온라인공간의 활성화와 전문음반매장의 신설들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네 번째로 음악콘텐츠의 종다양성과 비주류 소수음악시장의 생존이 가능하도록 독자적인 시장구조를 형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언더그라운드음악은 주류음악의 유통방식과 홍보방식을 통해서 생존할 수 없다. 비주류소수음악은 그 자체로 독자적으로 소통하고 유통할 수 있는 독자적인 시장이 형성되어야 한다. 가령 비주류소수음악의 음반제작에 대한 사전제작지원, 음반을 음악팬들에게 소통할 수 있는 공동판매망의 형성, 정기적인, 혹은 다양한 비주류음악페스티벌의 지원, 라이브클럽들에 대한 세제혜택 등의 획기적인 지원정책이 제시되어 비주류음악의 다양성이 공존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라이브 공연환경이 개선될 수 있는 공연인프라들이 구축되어야 한다. 한국의 공연문화는 대중의 수요에 비해 공연인프라는 열악한 상황에 있다. 세계적으로 내세울만한 대중음악전문공연장도 없고, 정부소유의 공공문화시설이나, 체육관, 지방의 문화예술회관, 대학의 문화공간들은 있지만 공연을 제대로 할만한 여건을 갖춘 곳은 극히 빈약하다. 그 나라의 음악산업 근간은 내실 있는 음반제작과 꾸준한 공연활동에서 비롯된다. 음반제작과 공연활동은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러나 현재 라이브공연환경은 그러한 조건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가수들은 과다한 공연조세, 간접세, 공연하드웨어장비의 재정부담, 대관절차의 어려움 때문에 공연을 통해 수익을 얻거나 충분한 프로모팅을 할 수 없다. 이러한 사정은 지방으로 갈수록 더 심각하다. 현재 한국에서 라이브공연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소형, 중형, 대형 공연장이 다양하게 건립되어야 하며, 공연 하드웨어 시스템과 운영에 있어 선진경영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

대중음악의 새로운 발전을 모색하는 대안으로 라이브공연 활성화는 시장의 투명성과 합리성 구축과 함께 가장 중요한 토픽이 될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전문공연장건립, 공연세제혜택, 지방공연환경개선, 공연기술인력양성을 통해 공연인프라가 제대로 갖추어지게 될 경우 한국의 대중음악은 라이브공연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계기들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동연 / 문화평론가, 문화연대 사무차장 sangyeun@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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