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6일 현대중공업 전하문 앞에서 열린 ‘현중 해고자 투쟁 100일 기념 퇴근선전전’에 참여한 현장 활동가들. 오랜만에 50여명이 참여했다.(사진:울산노동자신문)
“상급단체 입장표명과 해고자지원” 요구 분출 ― 금속연맹 “진상조사위 구성”
사측과 14대 집행부의 기습적인 해고자 청산 합의를 거부하며 원직복직을 내걸고 노숙투쟁을 전개해 온 현대중공업 해고자들의 투쟁이 100일(2월 26일)을 넘어섰다.
11월 7일 해고자청산사태 발생
지난해 강호동 사무국장의 비리 사건으로 사퇴한 13대 집행부의 뒤를 이어 ‘현중노조 개혁’을 앞세우고 등장한 14대 집행부는 11월 7일 전격적으로 해고자 청산을 회사와 합의하였다.
14대 집행부는 8일 해고자 청산안을 조합원 총회에서 통과시켜 자신들의 행위를 합리화하였지만, 당시 조합원 총회는 전후 경과와 안의 의미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졸속으로 열렸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는 요식행위일 뿐이었다.
11월 19일 해고자 투쟁 시작
해고자 청산을 거부하는 현대중공업 해고자들의 노숙투쟁은 지난해 11월 19일부터 시작되었다. 이날 노숙투쟁의 거점이 될 천막을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 설치하려던 해고자들은 전경들이 힘으로 밀어붙이며 천막 설치를 못하게 막자, 설남종 해고자가 방송차 위에 뛰어올라가 온몸에 휘발유를 들이부으며 처절한 절규를 벌인 끝에 천막을 설치해 냈다.
노숙투쟁이 시작되면서부터 24일간 단식투쟁을 벌였던 김진국 당시 해복투 의장과 정영빈 해고자가 12월 13일 “현중 민주노조 설립 장본인으로 여러분들의 손에 의해 청산되어 무거운 책임을 지고 떠나지만 남아서 투쟁하는 동지들만큼은 조합원 여러분 손으로 지켜주시길 부탁드립니다”는 눈물어린 홍보물로 조합원에게 청산당하는 비통한 심경을 밝히면서 떠났다.
결국 현대중공업 해복투에는 원직복직을 쟁취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조돈희·설남종·김대환·이갑용 4인이 남았다.
12월 31일 농성천막 탈취사건
12월 31일 해고자들이 아침 출근 선전전을 하러 나간 사이 14대 집행간부들은 회사 경비대 30여명을 이끌고서 정문 앞 천막농성장을 짓밟고 천막을 비롯한 농성물품 일체를 트럭에 싣고 회사 안으로 사라졌다. 말로는 개혁을 떠벌이지만, 사실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부정하는 ‘어용 집행부’임을 그들 스스로 만천하에 드러낸 사건이었다.
1월 7~9일 천막 재설치, 컨테이너 설치. 조직적인 철거 압박
1월 7일 해고자들이 다시 정문 앞에 천막을 설치하자 8일 새벽 14대 집행간부들과 경비대들이 다시 한번 침탈을 시도했으나 다행히 전해투 해고자들 수십명이 천막을 지키고 있던 날이라 침탈을 면했다. 해고자들은 천막침탈 시도가 지속되자 안정적인 농성거점 확보를 위해 9일 새벽 전하문 앞에 컨테이너를 설치했다.
컨테이너 설치로 천막과 달리 농성거점을 쉽사리 침탈할 수 없게 되자, 사측과 14대 집행부가 합동으로 해고자이기도 한 이갑용 동구청장에게 컨테이너를 철거하라고 압박을 조직하고 나섰다. 회사 관리자들이 조직적으로 주민 3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컨테이너 철거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하고, 14대 집행간부들은 동구청으로 몰려가서 집회를 열었다. 동부경찰서는 민원 제기에도 불구하고 불법건조물을 철거하지 않음으로써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며 사법처리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흔들림없는 해고자 투쟁, <노래마당> 거리공연도 12차 이르러
그러나 해고자들의 투쟁은 흔들림없이 이어졌다. 날마다 출근 및 퇴근 시간에 각 정문을 순회하며 조합원들에게 해고자 청산의 부당함을 말하고 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투쟁의지를 알려 나갔다. 현대중공업 노래패 <노래마당>이 1월 9일부터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퇴근 시간에 각 정문을 순회하며 ‘해고자 복직과 민주노조 복원을 위한 거리공연’에 나서 27일로 12차 공연에 이르렀다.
해고자들의 출퇴근 선전과 <노래마당>의 거리공연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최근 들어 조합원들의 반응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비록 엉터리 총회였지만 어쨌든 총회를 통해 해고자 청산안이 통과되었던 만큼, 해고자들의 투쟁이 시작될 당시 조합원들의 심경은 매우 복잡해 보였다. 스스로 마음의 정리가 안된 탓인지 해고자들과 눈길을 마주치는 조합원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따뜻한 눈빛으로 해고자들을 바라보는 조합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거리공연>에 나선 노래패나 현장활동가들에게 일부러 손을 흔들거나 주먹을 쥐어 보이며 지나가는 조합원들도 자주 보이고 있다.
현장 활동가들 아직 ‘깊은 잠’
하지만 대다수 현장 활동가들이 14대 집행부 등장 이후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힘있는 활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바라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출퇴근 선전전과 <노래마당>의 거리공연에 참여하는 현장 활동가가 10여명을 넘나드는 수준에 머물고 있고, 현장 안에서도 별다른 실천활동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다만 2월 20일 동구청 기자실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해고자 문제에 대한 동구지역 정당·현장조직·노동시민단체 기자회견’과 26일 전하문에서 열린 ‘해고자 투쟁 100일 기념 퇴근선전전’에 50여명이 참여한 것은 현장 활동가들이 다소나마 활성화될 기미를 보여주는 것으로 기대를 해보게 만든다.
금속연맹 진상조사위 구성키로
한편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한 현중 해고자 청산사태에 대해 상급단체가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가 분출하고 있지만, 금속연맹과 민주노총은 여전히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금속연맹은 2월 12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현중해고자투쟁에 대한 지원 요구가 분출하자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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