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 시대의 노동운동, ‘힘찬 도약’인가? ‘혼란과 침체’인가?

2월 25일 노무현 제16대 대통령의 취임으로 개막된 노무현 정권 시대는 노동운동에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노무현 정권을 만들어 낸 힘은 기본적으로 ‘변화와 개혁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가진 대중의 역동적인 자발성’이다. 이러한 대중의 욕구를 성공적으로 묶어 냄으로써 노무현 정권은 출범할 수 있었지만, 그러나 대중의 욕구는 근본적으로 노무현 정권이 담아낼 수 있는 틀을 훨씬 뛰어넘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동운동이 변화에 대한 대중의 열망, 특히 그 자발적인 역동성과 적극적으로 결합하게 된다면 힘찬 도약의 시기를 새롭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의 부당한 억압과 통제에 맞서 노동자의 권리를 획득하고 확대하기 위한 투쟁, 거대자본의 경제사회적 지배력을 무너뜨리고 그것을 대중의 민주적인 통제력으로 대체하기 위한 투쟁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진정으로 변화시켜 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의식을 넓고 깊게 대중화시켜 내고, 또한 그럼으로써 노동자 대중의 자신감이 고양되어 나간다면, 노무현 정권 시대 노동운동은 힘찬 도약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노동자들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하고 헛된 기대 속에 허우적거린다면 노동운동은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엄청난 혼란에 빠져들고 침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 노선에 입각한 총자본의 대표자로서 역할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충분히 드러나고 있다. 당선자 시절 TV토론에 나와서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이유는 기업들이 해고를 못할까봐 정규직 채용을 꺼리는 데 있으니 해고가 더욱 유연해져야 정규직 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은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수년 동안 비정규직이 빠른 속도로 확대된 과정이란 사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당한 빈자리를 저임금의 비정규직이 대체해 온 과정에 다름 아닌데, 엄연한 사실을 정반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은 제반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관철시켜 나가는 데 있어서 특히 집권 초반에는 이데올로기적 우위 아래 대중적 설득력을 유지하는 세련된 방식을 견지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노무현 정권은 민주노조운동의 상층부를 효율적으로 포섭하여 무력화시키고 그럼으로써 노동운동이 자중지란에 빠져 지리멸렬해지게 만드는 데 있어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막강한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노무현 정권 시대는 노동운동으로서 기회이자 위기의 시대라고 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히 지도자들의 역할이다.

노동자를 대표하는 정치세력들과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일관되게 노동자의 관점을 견지하며 자신감 있게 대중을 설득하고 대담하게 투쟁을 확대시켜 나간다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노동운동은 힘차게 도약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만일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노동자의 관점을 확고히 하지 못하고 노무현 정권에 대한 헛된 기대에 빠져든다면 노동운동은 엄청난 혼란에 빠져들며 치명적인 위기로 몰리게 될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출범하는 현 시점에서부터 그러한 갈림길은 시작되고 있다. 한편으로 배달호 열사의 죽음, 손배·가압류, 잇단 사찰문건 발견 등으로 노동탄압 문제가 쟁점으로 형성되어 있으나 자본의 공세는 전혀 물러섬이 없다. 다른 한편으로 노무현 정권에 대한 기대감 속에 노사정위원회 복귀에 관한 논의가 민주노총을 둘러싸고 있다. 노동운동은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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