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소화기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안전교육은 어릴 적부터 시켜야 안전의식이 몸에 배 안전사고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불이 나면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최대한 몸을 낮춘 채 침착하게 빠져 나오라는 아버지의 말을 떠올리고 그대로 실천했어요.” 지난달 18일 발생한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때, 부모 없이 혼자 사고 지하철에 타고 있었지만 무사히 탈출에 성공한 11살 어린이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어린이 안전교육의 필요성을 새삼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평소 어릴 때부터 집이나 학교에서 안전교육을 생활화할 경우, 화재 등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대처능력이 있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단체인 세이프키즈코리아( www.safekids.or.kr) 임승지 책임연구원은 “안전교육은 나이가 어릴수록 교육 효과가 크다”며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체계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게 되면 안전의식이 몸에 배게 돼, 대형 사고 발생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의 안전문화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선 거의 교육안해
그러나 우리나라의 안전교육 수준은 매우 낮은 편이다. 숱한 인명을 앗아간 대형 사고와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허술한 방재시스템을 꾸짖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안전사회를 위한 백년지대계라 할 수 있는 안전교육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아온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지적되는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도 안전교육의 부재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안전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정하는 안전교육계획에 따라 교통안전, 약물 오남용 예방 및 재난대비 안전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교육부에서 이를 일선 학교장의 재량에 맡겨 놓는 바람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에게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라며 수수방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 어린이 안전사고 사망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국 중 가장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사정이 이렇다면 부모가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안전교육을 시키는 것은 어떨까
지하철 문 여는법 설명
사실 안전교육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두 아들을 둔 학부모인 서정옥(41·서울 강서구 화곡5동)씨는 7년째 아이들에게 안전교육을 하고 있다.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 활동을 하다, 우연히 안전사고 관련 시민단체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의 강의를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서씨는 “강의를 들으면서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안전사고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 지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서씨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안전교육은 다양하지만 관심이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구청이 운영하는 교통공원에 수시로 데리고 가서 안실련이 실시하는 교통안전 교육을 받기도 하고, 집에서는 화재나 가스, 전기 등 각종 사고가 났을 때의 대처요령과 예방법 등을 설명해 주곤 한다. 방학 때는 안실련이나 소방서 등에서 여는 안전캠프에도 다녀온다. 최근에는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아이들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비상시 출입문 여는 방법과 대피요령을 살펴보고, 소화기의 위치를 직접 확인해보기도 했다.
교통공원등 현장경험을
4살짜리 아들을 둔 평범한 아빠로, ‘아동안전교육연구회’라는 인터넷 사이트( www.freechal.com/safetyedu)를 운영하고 있는 김성봉(34·부산 기장군)씨는 “주변에서 일어나기 쉬운 안전사고 상황을 아이들이 주지할 수 있도록 수시로 설명하고, 사고 때 대처요령 등을 적은 메모지를 집안 군데군데 붙여 둬 아이들이 안전생활을 습관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일 아이들에게 안전교육을 시키고 싶은데 마땅한 정보가 없어 망설이는 부모라면 인터넷의 각종 안전교육 관련 사이트를 이용하면 어렵지 않게 자료를 구할 수 있다.(표 참조) 예를 들면 세이프키즈코리아의 경우, ‘어린이 안전나라’ 코너를 통해 영·유아, 교통, 물놀이, 낙상, 놀이터, 놀이·스포츠, 화상, 가정내 안전 등 8가지 안전사고 유형별로 대처요령, 응급처치법, 주의사항 등을 제공하고 있다. 세이프키즈코리아 임승지 책임연구원은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손을 들고 횡단보도 오른쪽에서 운전자와 눈을 맞추며 걷는다는 것 등 쉽고 유익한 정보들을 조금만 알면 아이들이 사고로부터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충분히 교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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