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해고자복직투쟁 특별위원회(전해투) 위원장 이영덕

“구속·수배·해고 노동자 원상회복” 2월 집중투쟁 이끈


노동탄압으로 부당징계당한 전국의 해고자들이 2월 18일부터 25일까지 ‘구속·수배·해고 노동자 원상회복’을 내걸고 2월 집중투쟁을 전개했다.
노무현 정권 출범을 앞두고 전개된 이번 집중투쟁은 전국의 부당징계 해고자 500여명을 대표하여 효성·대우자동차·두산·발전·사회보험 등에서 50여명이 참석하였는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주변에서 노숙농성을 하면서 집회와 1인 시위를 벌이고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면담을 시도하는 등 다양하고 힘차게 전개되었다.
해고자들의 집중투쟁에 당황한 경찰은 20일 오전 노숙을 마치고 구보중이던 해고자 31명을 연행하기도 했으나, 25일 취임식에 맞추어 국회앞 집회투쟁을 벌이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전달받고 다음날 전원 석방하는 일도 있었다.
2월 집중투쟁의 주체인 ‘전국 구속·수배·해고 노동자 2월투쟁위원회’를 이끈 이영덕 민주노총 해고자특별위원회(전해투) 위원장으로부터 이번 2월 집중투쟁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영덕 위원장은 전국사회보험노조 조합원으로 건강보험공단에서 두번째 해고당한 상태다.

■ 이번 2월 집중투쟁은 어떤 취지에서 기획되었습니까?

해고자 문제를 사회적으로 이슈화하자고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서 해고자들 사이에 얘기가 되어 왔습니다.
한동안 전국에 흩어져 있는 해고자들이 잘 모이지 못했는데, 현대중공업 해고자 천막투쟁에 연대하기 위해서 몇차례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져서 논의가 지속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12월 21일 울산에서 현대중공업 해고자투쟁 연대집회에 이어서 열린 전해투 대표자회의를 통해서 이번 2월 집중투쟁에 대한 계획이 구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97년 IMF 이후 정리해고 문제가 크게 대두되면서 부당징계 해고자들의 투쟁이 부각되지 못했습니다. 정리해고 문제가 노동조합의 주요 이슈가 되면서, 노동탄압으로 인한 부당해고자 문제가 묻혀 버리는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러다 보니, 해고자 투쟁 하면 부당해고자 문제가 아니고 정리해고자 문제가 연상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전해투도 명맥만 유지되고 전국 해고자들의 힘이 하나로 집중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부당징계 해고자의 복직은 바로 자본에 맞서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지키는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부당징계 해고자들은 다 앞장서 노조 활동에 나서고 최전선에서 자본에 맞서 투쟁한 사람들인데, 노동조합이 이들을 지켜내지 않는다면 앞으로 누가 조합원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앞장설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해서 자주성을 잃은 노동조합은 자본에 휘둘릴 수밖에 없고 결국엔 노동자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현대중공업 해고자 청산사태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집중투쟁은 부당징계 해고자들 스스로가 투쟁에 나섬으로써 노동조합의 자주성 회복을 강력하게 제기하려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 집중투쟁 과정에 인수위와 면담도 있었다는데,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기간 중에 대우자동차 노조를 방문해서 자신이 노사문제 해결에 적격자이며 특히 해고자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해 보겠다고 말한 바가 있습니다.
2월 13일 당선자가 민주노총을 방문하여 토론할 때에도 제가 해고자 대표로서 이 사실을 환기시킨 바가 있고, 민주노총도 인수위에 전달한 ‘10대 노동개혁과제’ 속에서 구속·수배·해고 노동자의 원상회복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93년에 김영삼 정권이 들어서서 전국적으로 1,500여명의 해고자를 복직시킨 전례가 있고, 또 당선자 스스로 해 왔던 말이 있으니, 정식으로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에 ‘구속·수배·해고 노동자의 원상회복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 달라는 의미에서 대통령 당선자와의 면담을 요청한 것입니다.
18일 인수위와 접촉해서 19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면담을 약속받았습니다. 그러나 해고자들이 전원 면담을 요구하자 경찰들이 막고 몸싸움을 벌이다가 대표자 8명만 면담에 들어갔는데, 당선자는 나오지 않고 김영대·박태주 등 인수위원 3명만 만났습니다.
두산 문제에 대해서는 “25일 취임 전후로 어떻게든 해결하겠다”는 답변을 들었고, 구속·수배자 사면과 해고자 복직 문제는 “인수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통령에 정식 취임하고 나면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습니다.
당선자와 직접 면담 요구에 대해서는 건의해 보고 연락을 주기로 했습니다만 이후 연락은 없었습니다.

■ 2월 집중투쟁에 대한 평가는 어떻습니까?

25일 오전에 전해투 총회를 하면서 집중투쟁을 평가하고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렇게 오래간만에 싸우다 보니까 투쟁일정에 혼선이 많았다는 점이 지적되었습니다. 특히 연행으로 일정이 망가져서 25일 국회앞 집회투쟁을 해내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습니다.
하지만 25일 집회투쟁을 못하긴 했지만 연행자들이 무사히 다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도 위력시위를 한 셈이라는 의견들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여러 가지 조건도 틀리고 정서도 틀린 전국의 해고자들이 모여서 집중투쟁을 했다는 사실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였습니다.
“그동안 너무 못 모였다. 한번 해 보니 앞으로는 자주 모일 수 있을 것 같다.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500명 다 모여야 하는데 50명만 모여서 아쉽다. 갈수록 더 많은 참여를 만들어 가자.” 그런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 앞으로 전해투는 어떻게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25일 총회에서 정식으로 집행부를 선출했습니다만, 아직 이후 투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정리하진 못하고 다만 대략적인 투쟁방향만 결의를 했습니다.
이번 같은 1주일 집중투쟁을 초파일, 광복절, 국정감사 등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전국순회투쟁도 고민하고 있고, 너무 수도권으로 집중하지 않고 울산이라든가 지방으로 집중하는 투쟁도 할 것입니다. 전해투가 앞장서서 투쟁전선을 복원시켜 나가겠다는 게 기본 방향입니다.

■ 24일 민주노총 이재웅 사무총장 권한대행과 간담회를 가졌다는데, 어떤 얘기를 나누었습니까?

이번 집중투쟁에 나선 해고자들 전원이 함께 면담을 가졌습니다.
해고자들은 총연맹에서 해고자 문제를 보다 확실하게 떠안아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번 같은 집중투쟁에도 힘을 실어달라, 고소고발 등 법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지원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또한 현대중공업 해고자 청산사태에 대해서 민주노총이 분명한 입장을 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민주노총에서는 전해투 사업이 민주노총 사업과 공유가 잘 안되고 있는데 이것을 극복해 나가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 끝으로 전해투 위원장으로서 울산 노동자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시지요.

민주노총이 노동운동의 혁신 과제로 현장성과 민주성을 내세우고 있는데, 자주성 회복이야말로 중요한 혁신 과제라고 봅니다.
울산에는 늘 불씨가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울산 노동자들이 앞서 전선을 지켜내고 있는데, 전국의 해고자들이 투쟁을 열심히 해서 함께 전선을 만들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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