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 경에 이라크 전쟁이 발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여론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지난 달에는 7백여 개의 시민 사회단체로 구성된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이 '미국의 이라크 침략'과 '한국정부의 파병계획'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고, 여성단체들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전쟁반대ㆍ파병반대를 주장하며 집회를 개최했다. 또한 '실천불교전국승가회'와 '참여불교재가연대' 등 11개 불교단체는 지난 달 27일(목), 서울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계획에 반대하는 '평화의 등 달기' 행사를 갖고, '반전평화 선언문'을 채택했다.
곧 전쟁이 발발할 이라크 현지로 가서 반전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속속 늘고 있다. 지난 달 22일(토)에 '이라크 평화팀' 3진이 출국함으로써 현재까지 총 13명의 반전운동가들이 이라크로 떠났다. 게다가 송영길, 김원웅 씨 등 현직 의원 5명이 반전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이라크를 방문키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전쟁과 파병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지는 이라크 전쟁으로 '엄청난 수의 난민과 사상자가 발생'하며, 전쟁 후에도 '복수에 복수를 거듭하는 비극'이 계속 된다는 것이다. 반면 파병 반대의 움직임처럼 기자회견, 집회 등의 공식적ㆍ공개적 방식은 아니지만 인터넷 등의 공간에서 파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말하는 파병의 근거는 '미국과의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파병을 안 할 시, 미국이 보복조치로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것이고, 그러면 한국의 안보가 위험에 처한다'는 것이다.
파병문제의 직접적 당사자인 국방부의 정책기획국 관계자는 "이라크전이 발발하면 주변국의 움직임과 국제적 상황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는 애매한 입장만을 밝혔다.
최초로 현직 국회의원이 파병반대 결의안 제출
한편 국회에서도 파병과 관련한 공방은 뜨겁다. 지난 달 10일에 있었던 '정치ㆍ통일ㆍ외교ㆍ안보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서 김석수 국무총리는 "미국이 이라크전을 시작할 시, 적정한 수준에서 파병할 계획이 있다"는 발언을 했다. 2월 10일 현재까지는 미국의 이라크전에 대한 공식적인 파병 요청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김총리의 발언은 정부측에서 파병 요청을 전제한 상태에서 파병 규모와 시기 등을 고려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기에 사대외교(事大外交)라는 핀잔을 받고 있다. 역시 파병 준비의 근거는 한미 간 공조를 튼튼히 한다는 것이다.
김총리의 이런 발언에 우려하며, 지난 달 17일(월), '대한민국 국군의 대이라크 파병반대 결의안'이 제출되기 했다. 결의안의 요지는 ' 대한민국 국회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어떤 전쟁도 반대한다.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것이 세계 평화를 위한 길이다'라는 것이다. 결의안에 서명하고, 제출을 준비한 김원웅 의원은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번 결의안 제출로 정치권에도 반전ㆍ평화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의원들이 있음을 대한민국 국민과 해외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처럼 "정치권에서의 반전흐름을 적극적으로 만드는 것이 이후 미국의 일방적인 전쟁 공조 요청에 대해 자주적인 입장을 내도록 하는 근거와 힘이 될 것"이라며 결의안의 의의를 밝혔다.
파병을 한번도 거부한 적 없는 대한민국 국회
아직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과거 아프간에 대한 파병요청이 한미 공조의 이유로 통과된 것, 지난 해 10월 31일 국회에서 아프간에 파병된 부대의 활동 기한 연장 동의안이 통과된 사례 등이 있다. 그리고 지난 1월 22일에 '국군건설공병부대의 대태러전쟁 파견 동의안'이 같은 맥락으로 통과되면서 아프간으로 또 한 차례의 파병이 이루어졌다. 이런 역사에 비춰볼 때, 이번 이라크전 파병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직접적인 파병 이외의 방법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1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준 국방위원장은 "이라크 문제가 생길 때, 별도로 검토하겠지만 하나의 안으로서 지금 파병된 전력을 전환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는 말을 하여, 아프간으로 파병된 병력이 이라크로 직접 갈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비(非)전투 요원 역시 전쟁을 원활히 하는 부속품이다
한국에서는 지난 10여 년 동안 동티모르와 아프간으로 간 두 번의 파병이 있었다. 그리고 파병 때마다 나온 도덕적 근거가 '파병되는 병력은 비(非)전투 요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비전투 요원의 파병은 전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은 진실의 한 면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회당의 반전특별위원회 박윤기 위원장은 "전투를 위한 기본 단위는 전투 요원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전쟁 물자를 나르기 위한 수송부대나 진지와 참호의 구축, 수송을 위한 도로와 다리 건설 등을 담당하는 공병부대 역시 전투의 필수적 구성요소다. 심지어 의료지원부대도 전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기능으로 작동한다"고 말해, 전쟁을 돕는다는 것에 있어서 전투 요원과 비전투 요원의 도덕적 차이는 없다는 것을 역설했다.
또한 미국과의 협력관계를 공고히 한다는 근거 역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이라크에 미군을 파병하는 것을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59%가 여전히 지지하지만 절반 이상은 이라크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유엔 무기사찰단이 지적한 미사일을 사담 후세인이 스스로 파괴한다면 이라크 침공에 대한 지지도는 33%로 뚜렷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미국에서 어떤 조건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부시를 정점으로 하는 공화당 강경파와 그 지지자들의 입장일 뿐, 미국 전역의 여론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실제로 미국 국민들의 여론이 아닌 부시행정부의 입장만으로 이라크 파병을 준비한다는 것인가?
지난 해, 한국을 뒤흔들었던 촛불시위의 힘은 한국 정부와는 독립적으로 국민의 여론을 대변했고, 그것이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보편적 분위기로 인식됐던 점을 상기한다면 미국 내, 전쟁을 반대하는 적잖은 여론을 무시하는 처사는 현명하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라크 측의 자체적 무기 폐기 약속, 전쟁 근거는 점점 희박해진다
지난 달 27일(목), 유엔 사찰단 발표에 의하면 '이라크가 유엔 결의안에 위배되는 미사일을 파괴하는데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한다. 이런 무기 사찰단의 발표는 전 세계 반전 운동가들에게 상당히 고무적인 소식이 될 것이다. 이제 전쟁을 주장하는 근거는 점점 더 희박해지고 있다.
전쟁은 언제나 무고한 희생자를 낳는다. 또한 참전하는 당사자에게도 씻을 수 없는 정신적 충격을 남긴다. 2차 세계 대전 중 독일의 휘트르겐 숲 전투에 참여한 12만 미군 중 전쟁 공포와 참혹함을 이기지 못하고 완전한 정신병자가 된 사람이 9천 명에 달한다는 것은 전쟁이 우리와 세계 인류에게 남기는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현직 국회의원 11명이 낸 '파병반대결의안'이 말하고 있는 것은 '적극적인 반전운동만이 진정한 평화를 위한 길'이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국민들의 여론과 국회 내에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전쟁에 인도적 지원이란 없다'는 말을 되새겨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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