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 여성들의 가려진 삶을 다룬 다큐 <나와 부엉이>

또 하나의 발견이 있다면 인순 씨와 혜림 씨가 미술치료를 받으며 그린 작품들이다. 영화의 제목 <나와 부엉이>는 인순 씨가 그린 이 그림의 제목이기도

기지촌 여성의 삶을 담은 잔잔한 영화 한편이 발표됐다. 기지촌 여성 재활 공동체인 ‘두레방’과 ‘다큐이야기’ 박경태 감독이 함께 만든 <나와 부엉이>. 지난 달 25일(화)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에서 열린 이 영화의 첫 시사회에는 마련된 좌석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영화를 미처 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사람이 생기기도 했다.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시사회 장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예정된 시간을 조금 지나 상영된 영화의 첫 장면은 외국인들과 엉켜 클럽에서 춤을 추는 기지촌 여성들의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흔히 기지촌을 떠올릴 때 상상하는 밤거리의 모습. 현란한 밤의 모습은 헬기 소리와 함께 조용한 기지촌의 낮으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우리는, '인순이 아줌마'와 만나게 된다.

두레방에서 미술심리치료를 받는 박인순 씨는 알콜중독자였다고 한다. 전쟁고아인 그녀는 미군과 결혼해 미국에서 살면서 고생을 겪었고, 한국에 돌아와 다시 기지촌에서 살고 있다. 가난한 그녀는 남의 밭에서 수확 뒤 남은 작물들을 거두고, 길에 열린 딸기와 도토리 따위를 따먹으며 산다.
"그림 그리면 마음이 편해져. 그림 그리기 전에는 술 먹고 싸우고 그랬으니까, 사람들이 나를 싫어했어. 그런데 그림 그리니까 안 그러게 돼."
인순 씨는 그림을 그릴 때면 편하고 씩씩하다. 그러다가도 어느 날엔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못 먹고, 입고 싶은대로 못 입고. 가난하고 아픈 자신이 슬프다"며 "술을 마실 수밖에 없어"라고 울기도 한다.

영화는 박인순 씨를 중심으로 그녀의 그림과 일상들을 담아낸 한편, 다른 기지촌 여성들의 기지촌, 미군, 남성에 대한 생각들을 담아내고 있다. 관찰과 기록의 교차가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기지촌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도 소중하다. 그러나 이 영화가 보다 빛을 발하는 부분은 '박인순'이라는 매력적인 인물의 발견에 있다고 본다.
영화를 보는 동안 사람들은 그녀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에 웃고 울었다. 메뚜기들을 잡으며 "얘네들이 나 도와주려고 나타난거야, 나 먹고 건강해지라고"하고 말할 때는 웃었고, "2만원을 받고 하던 만원을 받고 하던 상관없잖아"라며 두레방 간사와 싸울 때는 울었다. '가면을 쓰고 싶지 않다'던 인순 씨는 그 모습 그대로 관객들에게 다가와 우리가 바로 보지 않으려했던 평범한 한 이웃의 모습을 전해주는 것이다.

기지촌 여성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담은 이 다큐멘터리를 만든 이는 의외로(?) 남성이다. 영화에서 드러나는 남성 감독의 시선은 매우 조심스럽고, 카메라는 때로 인순 씨의 팔꿈치에 부딪히기도 한다. 다가가지 못하고 보여주기에 그친 아쉬움은 있지만, 기지촌 여성을 다루는 방식에서 한 걸음 나간 작품이라는 점은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 <나와 부엉이>는 시사회에 이어 지난 28일에 막을 내린 '반미 영화제'에서도 상영됐다. 이후 '찾아가는 상영회'를 통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원주(클리핑기사)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