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8일은 전세계 여성들이 1908년 만오천 여명의 미국의 섬유 여성노동자들이 10시간 노동, 교육의 권리, 정치의 권리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던 것을 기념하는 '세계 여성의 날'이다. 남한에서 세계여성의 날은 일제시대 이후 1985년부터 다시 기념되기 시작했다.
2003년 세계여성의 날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지난 2월 25일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식을 갖고 새정부를 수립했다. 이제 막을 내린 김대중 정권에게 가장 성과있게 평가되는 정책은 바로 여성부 출범에서 이어지는 일련의 여성정책들이다. 노무현 정권은 4명의 장관을 여성으로 선임하는 등 초기부터 친여성적인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미 한국여성단체연합으로 대표되는 주류 여성단체들은 DJ-노무현 정권의 친여성적이라 일컬어지는 정책에 동의하며 여성부 등을 통해 정부의 파트너로서 스스로를 위치 지우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21세기 정권은 친여성적 정권인가!?
김대중 정권 5년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IMF의 권고를 따라 파괴적 구조조정을 통해 신자유주의 개혁을 달성한 것-자본유치형 국가, 빈곤의 여성화-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제 노무현의 핵심적 과제는 대규모 외국인의 투자유치이며 이를 위해 사회적 조건 구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현 여성정책의 핵심은 '여성인력활용'과 더불어 저출산 시대-노동력 부족 위기를 맞이하여 '가정과 직장의 양립'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구조개혁은 불안정 노동자층을 대거 흡수하며,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출은 다시금 증가 추세이다. 현재 여성 노동력의 노동시장으로의 유인은 경제의 금융화와 서비스화를 특질로 하는 경제발전 방향 속에서 제기되는 자본의 요구이다. 기혼여성 특히 전업주부의 노동력 활용은 인적자원개발의 중요한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여성인력활용을 위한 방안으로 정부와 주류 여성단체들이 제시하고 있는 것은 탄력적 근무시간제와 대안적 고용형태의 개발이다. 이제 공공연히 불안정 노동을 강제하는 고용형태를 친여성적이란 명목 하에 개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 고용의 내용 또한 보육 분야 고용 확대, 복지 시설 고용 확대 등으로 집중되어 있다. 재생산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겠다는 것이 노동 시장에서 성별 노동분업 구조 자체를 계속 강화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생산적 복지에서 이어진 노무현 정권은 참여복지를 주창하고 있다. 참여복지는 생산적 복지의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는 리모델링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한다. 그들이 말하는 사회안전망 구축, 복지는 최소한의 생존권적 수준에서 배제된 민중들에 대한 불만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 외 사회 복지들은 시장화, 상품화된다. 모성보호는 어떠한가? 현재의 '휴직제도', '서비스의 종류 확대'를 골자로 하는 출산 및 보육의 사회적 지원 체계 역시 1차적 책임을 여성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이며 그나마도 대다수 빈곤층 여성에게는 남의 얘기다.
'여성인력의 전략적 활용'이 자본의 요구로 적극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고용의 확대'는 더 이상 급진적인 것이 될 수 없다. 자본주의의 생산과 재생산이 조직되는 방식에 대한 공격없이 단순히 성차별을 문제삼는 것은 노동시장 진출에 있어서 그리고 재생산 노동을 분담하는 방식에 있어서 여성들이 자신의 선택과 기호를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강화시킬 뿐이다.
개별 여성에게 기회를 부여하고 지위를 개선하는 것으로는 성평등한 사회를 이룰 수 없다. 현 정권의 여성활용 전략이 이와 같은 상황에서 여성(두성 모두의)의 삶은 빈곤화로 더욱 치닫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여성의 날을 축하공연과 정부에 대한 몇가지 제도적 요구로 맞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자본의 이해에 종속되어 국가적 기획으로 진행되고 있는 성주류화 전략에 대한 저항,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과 여성의 노동권, 삶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필요한 시기이다.
여성의 조직화를 위한 여성저항주체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사회운동이 여성의 요구를 부차적으로 이해해온 방식은 철퇴되어야 한다. 여성의 날을 맞이하며 여성적 사고에 기반한 전체 운동에 대한 관점과 계획의 수립이 필수적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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