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6일 오전 10시. 따뜻한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국회의원회관은 속속 도착하는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 국회를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건데, 우리나라 정부 기관들은 참 쓸데없이 권위적이라는 거다. '국회의원만' 출입할 수 있는 정문. 정작 그들을 국회로 보낸 국민들은 1층으로 바로 통하는 정문을 두고 의원회관의 반을 빙 돌아 지하로 통하는 후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곳에서 또 가방 검사를 받고, 신분을 검사 받고, 방문증을 받아야 비로소 1층에 올라갈 자격을 얻는다. 나갈 때에도 1층에서 정문으로 나갈 시도라도 했다간 바로 제지당하고 계단을 돌아 지하로 내려와야만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그걸로도 모자라, 지하 식당에 밥이라도 먹으러 갔다가는 1층에 올라올 때 또다시 방문증을 잘 착용하고 있나 아닌가 '검사 받아야' 한다. 이렇게 치사할 데가!!! 쳇!!
WTO 협상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업 로비, 그리고 유럽의 대응에 대하여
다소 정돈되지 않은 상태에서 1부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기조 발제는 'WTO 교육 개방과 세계화의 본질, 그리고 우리의 대응' 이라는 주제로 ATTAC 의 창립멤버인 프랑스의 루이 베베르 씨가 맡았다. ATTAC 은 '시민 지원을 위한 국제금융거래 과세연합' 으로 98년 파리 국제회의에서 창립하였다. 국제적 ATTAC 운동은 국제적 금융거래에 일정액의 세금을 부과해 투기성 금융자본의 횡포를 막고, 걷은 세금을 세계화로 고통받고 있는 제3세계 발전을 위해 사용하자는 운동으로 각국 ATTAC 과 네트워크 형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루이 베베르는 이 ATTAC 프랑스의 창립 멤버이며, 현재 '프랑스 단일 교원 노조 연맹(Federation Syndicale Unitaire: FSU)'의 교육연구소장이다. 그는 다년간의 활동을 통해 쌓은 해박한 정보를 제공해 주었는데 특히, '국제 무역 협상이라는 문 뒤에서 활발하게 벌어지는 기업 로비'에 관한 설명은 매우 인상적이다.
기업 로비의 사례 중 가장 먼저 강력하게 개입한 사례는 1979년 도쿄회의 이후 아메리카 익스프레스 등 금융 기업들의 로비이다. 이들은 은행 및 금융 서비스에 대한 법이 지나치게 엄격해서 자신들의 사업을 벌이기가 어려운 다른 나라들에 지점을 설치하고 싶어했고, 결국 국제 무역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미 행정부의 협상의제에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서비스 기업 연합(Coalition of service forum)'을 설립했다. 이 단체는 결국 오늘날 가장 강력한 압력 단체가 되었으며, 그 몇 년 뒤 유럽에서도 은행, 보험, 원격통신기업들이 '유럽서비스포럼(Europe service forum)'을 설립했다. 그리고 이제 교육 서비스를 제기했던 기업들이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다. 루이 베베르는 그 단적인 예로 1년전 미국의 WTO 협상 담당자들이 미국 '전미 국제교육무역증진위원회(NCITE : National Committee for the International Trade in Education)' 의 요구대로 평가와 시험 서비스의 자유화를 주장했던 사례를 들었다. 이러한 사례들이 곧 현재의 세계화가 '기업을 위한', '이윤을 위한' 세계화라고 불리고 있는 이유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EI가 1999년에 발간한 GATS에 관한 최초 보고서에서는 교육에서의 공적 지출이 매년 1조 달러를 초과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 거대한 시장에 탐욕의 손길을 뻗치고 있는 시장주의자들에 대항하여 수년간 강력한 투쟁을 벌여온 이들은 결국 최근 EC(Europe Commission, 유럽위원회)가 초기 양허안에서 문화, 교육, 보건 서비스를 빼겠다는 발표를 하도록 만드는 성과를 이끌어 내고야 말았다. 루이 베베르는 유럽의 사례와 같이 교육, 문화 등의 분야를 상업적 논리로부터 제외하는 것은 남반구 뿐 아니라 북반구에서도 정당한 목표임을 강조하며 끝을 맺었다.
이어 'WTO 교육개방음모분쇄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박거용 교수가 한국의 대응현황을 설명하고, 로제 페라리 'CSEF(Comite Syndical francophone de l'education Et de la Formation, 불어권 교원 노조 연합)' 의장이 프랑스 교육의 현황을 발제했다. 페라리는 우선, '프랑스 단일 교원 노조 연맹(Federation Syndicale Unitaire: FSU)' 이 현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개방 계획서의 공개와 이번 협상의 전면거부를 위해 노조조직 및 사회 단체들과 함께 구성한 'GATS-공공서비스 연합' 주최로 3월 12일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임을 밝히면서 주되게 벨기에의 사례를 중심으로 교육 개방을 저지하기 위한 조치들을 소개하였다. 벨기에의 경우 현재 '다른 나라에게도 시장을 개방하라고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최종 결정을 고려할 때, 교육은 무역과 관련된 시장 규칙에 지배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WTO가 교육을 논할 적합한 기구가 아니므로 'WTO를 논의 상대로 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고 한다. 이는 WTO 외곽의 논의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UNESCO를 새로운 협약을 맺을 기구로 활용할 것을 결의한 올해 2월 CCD(문화 전문가 단체 국제회의)총회에서의 결의 내용과 그 맥을 같이 한다. 페라리는 이러한 벨기에의 입장이 '유럽 수준의 시장 자유화'를 저지하기 위한 좋은 사례이며, 대중의 이익에 반하는 유럽의 시장 자유화 진행을 재고하도록 하기 위해 유럽 각국이 벨기에와 같이 정책 결정 권한을 다시 쥐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유럽 수준의 시장 자유화는 곧 자동적으로 GATS를 통한 시장자유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갈수록 '줄어드는' 호주의 교육재정, 이보다 낮은 나라는 '한국밖에 없더라'
귀찮은 절차(지하 식당으로 갔다가 다시 신분을 검사받고 1층으로 와야하는)를 거쳐야 했던 잠시간의 점심 식사 후 이어진 발표는 '캐나다 교원 노조(CTF : Canadian Teacher's Federation)' 잔 이스트만 씨의 캐나다 사례 발표였다. 사실 캐나다와 뒤이어 발표된 호주의 경우, 한국 유학생들이 의례적으로 한 번씩은 어학연수를 하고 오는 곳이라 더욱 관심이 가기도 했다. 아니나 다들까. 잔 이스트만은 캐나다 많은 주의 자치구들이 높은 수업료를 내고, 자치구의 재정을 채워주는 외국 학생들을 모셔오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한가지 관심을 끈 것은 캐나다의 '새로운 공립학교 제도'에 관한 소개였다. '학교자치구기업(School District Business Company)'라고 하는 이 학교인지 기업인지 애매한 체계는 흡사 한국의 산학협동 체계의 완성형 내지는 '자립형 사립고'의 모델인 듯 하다. 이것으로 캐나다의 자치주 교육위원회는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을 이용할 수 있으며, 외국의 학생에게 교육 과정을 팔고, 캐나다에 있는 다른 학교를 상대로 컨설턴트 사업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스트만이 특히 강조한 것은 사유화의 '톱니바퀴 효과'이다. 이스트만은 NAFTA를 통해 서비스는 다만 공적 영역에서 사적 영역으로만 이동하며, 일단 사유화되면 거의 감당하기 어려운 댓가를 치루기 전에는 공공 분야로 되돌리기 어렵다고 힘주어 경고했다.
다음으로 이어진 EI(Education Internatinal, 세계교원노조) 부위원장이며, AEU(Australia Education Union, 호주 교원 노조) 사무처장인 수잔 홈굿의 발제에서는 새삼 충격적인 발언을 접하고 말았다. 1999년에 '점점 줄어든' 호주의 교육 재정이 4.4%였는데, 이것보다 낮은 나라는 한국밖에 없더라는! 다시 한 번 대한민국 교육 재정 수준의 수치스러움이 국제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놀라운 것은 호주의 학교들이 기업과 고용주 영역으로부터 압력을 받음에 따라 중등 학교 시기에 노동 경험과 훈련 기간을 가지는 것이 일반적으로 되어가고 있는데, 주 소속 정부나 교육부를 가리지 않고 다수의 재단들이 학교에서 이들의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바람에, Victoria 주에서는 'Mcdonalds 가 햄버거 나르는 프로그램'을 공인받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발생했다는 것이다. 홈굿은 또한 호주의 실업 교육 기관인 TAPE에서 많은 교직이 임시직이나 기간제로, 갈수록 줄어드는 정부의 공교육 재정으로 인해 업무 분량마저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소개하고, 교원 노조의 국제적인 연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서는 전교조 제주지부 정책기획국장인 이병진씨가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과 외국인학교'에 대해 소개하면서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법안에 따라 외국인 학교에의 내국인 입학 전면 허용이 가져올 여파에 대해 강력한 대응 투쟁을 벌일 것임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의 양기환 사무처장은 교육 개방 투쟁에 앞서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던 스크린 쿼터 폐지 반대 및 문화개방 저지 투쟁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교환과 교류'이며, '교육 개방 역시 양허안 제출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여타 관련 법률들이 일사천리로 통과되면서 공교육은 무너지게 될 것임'을 강조하였다.
교육은 모든 이에게 무상으로!
1966년 UN의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모든 인간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지며, 교육은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더욱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초등교육은 모든 사람에게 무상으로, 고등교육은 점진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조건으로 무상으로 이루어져야한다"고 선포했다.
오늘날 '시장을 위한 자유'를 외치는 이들은 오랜 역사적 교훈으로부터 채택된 이러한 모든 원칙과 규약들을 모조리 거부하고 있다. 맥도날드사의 햄버거 나르는 기술을 전 세계의 학교에서 배워야 할 날이 오기 전에 오늘과 같은 국제적 연대를 더욱 강고히 해야 할 것이다.
틈새 / 문화사회 편집위원 rebel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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