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시민사회단체 대책위(이하 대구대책위), 부산지하철 안전을 위한 시민대책협의회, 철도, 도시철도, 인천지하철, 대구지하철노조 등 148개 시민사회단체가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사고 원인을 그대로 안고 있고, 직원의 피로도를 증가시켜 사고 위험이 커지는 상태로 운행되고 있는 대구지하철은 대책을 세워 시민들의 동의를 거친 후 운행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 참사는 자체가 화약고였던 전동차, 1인 승무제를 비롯한 무리한 인원감축으로 화재의 실상이 제대로 보고되거나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하게 했던 것 등이 대형참사로 이어졌다"며 "그럼에도 대구지하철은 임시 방편적 방염처리, 회차가 완전하지 않은 구간 운행, 1인 승무 고수 및 안전요원에 대한 아무런 보완대책없이 운행하고 있으며 여기에 노동자들의 피로도가 더욱 가중되어 안전운행을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구지하철공사는 참사 이후 지하철 방염처리를 위해 분사형 방염제를 사용하고 있으나 백동영 서울대 교수는 "방염성질은 있으나 연소될 시 인체에 해로운 유독가스가 발생되므로 완벽한 대책이 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대구시는 대구대책위의 '안전대책 없는 운행중단' 요구를 "대구지하철은 운행시스템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국내 타지하철과 비교할 때, 유사하거나 그 이상 수준에 있으며, 국가신인도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했고, 대구대책위의 토론회 제안 역시 거부했다.
이들 단체는 또한 "전동차를 옮겨 버리고 청소를 한답시고 유해와 유품을 쓰레기 봉투에 담아버리는 등 참사 이후 대구시가 보여준 사태수습은 실망과 분노 그 자체"라며 "서울 1,2기 지하철, 인천지하철, 부산지하철, 철도 등 전국주요도시의 지하철 및 철도 역시 대구지하철과 같은 참사 재현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148개 단체는 부산, 대구대책위 등을 중심으로 전국적 연대기구를 구성할 계획이며, 대구지하철 참사 진상조사단 파견, 전국지하철 안전시민안전점검단 등의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장인력부족한 전국지하철, 1인승무, 민간위탁 고수하거나 확대 계획
이날 기자회견에서 도시철도노조 허인 위원장은 "94년 설립 당시 8천명이던 현장인원이 6천 2백여명으로 감축했고, 한 역당 2-3명의 역무원이 근무해 매표 업무 외에는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작년 12월부터 1시간 연장운행까지 시행돼 지하에서 3시간 가량의 수면을 취하고, 수면부족 상태로 기관사가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시철도는 서울 5-8호선 147개역을 운행하고 있으며, 인원 감축 외에도 기술, 차량 분야의 많은 부분이 외주용역화 되어 있다. 도시철도 공사는 2003년도에 147개 역 중 24개역 역무분야 민간위탁을 계획하고 있으며,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공익요원 충원 △역무원의 검문검색권한 법적 근거 마련 △승객합동 비상훈련 △시민신고 및 포상제도 마련 등을 안전대책으로 수립해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근본적인 설비투자, 인원충원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산지하철은 현재 2인 승무제에서 1인 승무제로 전환된 유일한 경우로, 차장이 사라지면서 소화, 긴급구조, 안내방송 등 차장의 고유업무 47개 가량이 기관사 1인에게로 전가되었고, 차장 업무 중 일부는 역무원에게로 전가되었다. 부산지하철은 또한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으로 고발당했음에도 불구하고 34개 역 매표업무 민간위탁을 고수하고 있고, 전동차 정비업무 역시 외주용역으로 대체하고 있다.
부산지하철노조 오영환 위원장은 "기존 역에서 역무원 4명에 안전진단요원까지 투입되어도 역을 관리하는 것이 힘들다"며 "그런데 매표소 위탁역은 근무인원이 조당 3명으로 이중 1명이 휴가를 내게 되면 단 1명이 근무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고 밝혔다.

*3월 8일 진행된 3차 추모대회[사진출처:대구대책위]
지하철노동자, 연이은 감사와 현장통제 강화로 신음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도시철도, 부산지하철 등이 해당 자치단체, 건교부, 감사원 등에 연이어 감사를 받는 등 "부족한 현장인력은 그대로 두고 현장노동자를 옥죄어 이 시기를 모면하려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부산지하철은 국무조정실, 건설교통부, 감사원의 감사를 각각 받아 이미 인력이 부족한데 이에 따른 보고서를 작성하고 감사를 준비하는 등의 업무까지 과중되고 있다. 또한 연이은 감사는 곧장 '현장 쪼이기'로 나타나 시설물 점검자의 이름을 기재케 하고, 감사에 따른 각종 지침이 떨어져 현장 노동자의 스트레스가 심각한 상태이다.
부산지하철노조 조정안 교선부장은 "결국 경영효율, 돈 중심으로 진행한 정부의 구조조정이 이번 참사를 낳게 했다"며 "부산지하철은 곡선 구간이 많아 승객의 승하차를 기관사 1명이 모니터를 보는 것만으로 완벽하게 체크할 수 없는 구조임에도 기관사 1인승무제를 시행하고 있어, 승객이 문틈에 끼는 등 사고로 법적 시비까지 붙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밝혔다.
부산지하철은 또한 실제 승객이 이용하는 열차로 3월부터 '비상운전요원 본선 숙달운전'을 시행해 노조에서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무자격자 비상운전요원의 본선숙달훈련을 즉각 중단하고 운영직, 기술직 직원과 청원경찰은 비상운전요원에서 제외하여 본연의 직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역무원 등 운영직과 건축, 토목 등 기술직 노동자와 청원경찰 등 비조합원 150여명으로 구성된 부산교통공단 비상운전요원은 81시간 가량의 교육을 받은 후 비상시 전동차 운전에 투입된다. 하지만, 실제 지하철 기관사는 적성검사에 합격한 사람에 한해 19주, 약 830시간 이상의 훈련을 받은 후 전동차를 운전할 수 있도록 하게 되어 있어 "정규교육의 10분의 1 수준으로 교육을 받고 평소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다 비상시 동원되어 80만 부산시민이 이용하는 전동차를 운전하게 하는 것은 지하철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산지하철노조 조정안 교선부장은 "부산지하철은 98년도부터 비상운전요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왔으며 결국 노조의 단체행동시 대체인력으로 투입할 수 있는 인원을 양성하기 위해 실제 승객들이 타고 있는 열차로 훈련하고 있는 것"이라며 "공단은 심지어 매회 32명, 1년에 6백여명을 2박 3일간 합숙으로 인성계발 교육을 시킨다며 노조와의 합의도 없이 세련된 형태의 신경영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중간관리자들을 동원해 현장 노동자에게 교육 참가를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정안 교선부장은 또한 "일부 언론이 주장하는 대로 현장 노동자의 교육이 부족하다면, 충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현장인력을 먼저 충분히 담보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처럼 교육부재, 인성, 근무태도 등으로 원인을 호도해간다면 재발될 수밖에 없는 병을 그대로 안고 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도시철도공사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 서울시, 건교부, 감사원의 감사를 연이어 받고 있으며, 감사를 핑계로 퇴근 후, 휴일 등에 감사준비를 시키면서 시간외 수당, 휴일 수당 등을 인정해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철도노조 한 조합원은 노조 홈페이지를 통해 "분소장과 서무는 매일 내려오는 공문을 처리하기 급급하고 교대조는 각종 검사와 조사로 3조2교대가 아닌 맞교대를 하듯 생활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히며 "분소 생활이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습니다, 오늘도 감사실과 안전방재실에서 온다고 인수인계가 되어있더군요"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도시철도공사노조 정운영 사무처장은 "'노동자의 해이한 근무기강'으로 원인을 호도하기 위한 연이은 감사로 가뜩이나 적은 인력으로 고통받고 있는데도 현장통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고, 현장 노동자들은 2,3중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하지만 현장노동자들이 워낙 긴장되어 있고 요즘은 사고가 나면 곧장 직위해제가 되어버려 결벽증에 걸릴 정도로 안전점검을 하고 또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운영 사무처장은 또한 "안전관리실 직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현장으로 나와 노동자들이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각종 부당한 현장통제 등의 사례를 접수받기 위해 노조에서는 24시간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대구지하철참사와 관련해 도시철도, 철도, 부산지하철, 인천지하철 등 전국궤도노동조합은 오는 19일 대구 중앙로역에서 전국궤도노동조합 공동추모집회를 진행하고, 공동토론회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궤도노동조합들은 이번 참사와 관련해 "△1인 승무 폐지 △역민간위탁 폐지 △안전점검 인원확보 △종합방재 시스템 확보" 등 대정부 요구안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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