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 유일의 장애아보육시설인 ‘두발로 어린이집’을 운영중인 신미섭(여·40)씨는 최근 어린이집에 다니는 23명의 장애아를 보험에 가입시키기 위해 10여개 보험사를 찾아갔다.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에 다니는 모든 아동은 상해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보건복지부의 규정(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23조)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신씨는 보험사들로부터 문전박대만 당했다. 보험사들은 ‘심신상실·박약자(정신장애인)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라는 상법 제732조를 들어 보험가입을 거부했다. 어린이들을 보험에 가입시키지 못하면 구청의 단속에 걸려 어린이집 문을 닫아야 하는 신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인천에서 ‘시튼어린이집’을 운영중인 장민희 수녀와 대구 ‘화니어린이집’ 손영미(여·41) 원장도 똑같은 이유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다운증후군에 걸린 아들을 둔 최모(여·37)씨는 “보험가입이 어려운 장애아들을 무조건 보험에 가입시키라는 보건복지부 규정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장애아들에 대한 세심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복지부가 보육시설 보험 관련 규정을 만들면서 장애아들에 대한 단서조항을 마련하지 않아 장애아 부모들과 장애인시설 운영자들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 복지부는 97년 ‘장애아 보육시설 설치 사업’을 시작하면서 상법 규정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91년부터 일반보육시설에 적용해 오던 영유아보육법을 장애아동 보육시설에 그대로 적용했다. 때문에 전국 66개 장애아 보육시설이 아이들을 보험에 가입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계윤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은 “시설 내에 단 한명의 정신장애아만 있어도 어린이 ‘전원’을 보험에 가입시켜야 한다는 규정을 지킬 수 없게 된다”며 “게다가 보험회사들은 상법과 계약인수지침을 내세워 신체장애아들의 보험가입도 받아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김건민 실장은 “정신장애아에 대한 보험가입 거부는 상법에 따른 것이고, 보험회사들의 계약인수지침도 정부가 규제하기는 힘들다”며 “장애아 보육시설에 대한 예외규정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주정미 보육과장은 “상법 규정을 미처 확인하지 않은 채 장애아 보육시설 설치사업을 시작해 혼선이 빚어지게 됐다”면서 “다른 부처와 업무를 조정하고 법규정도 손질해 최대한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석기자 jslee@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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