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라크전 지원 결정 즉각 철회해야"

노대통령, "부시 지도력 높이 평가, 이라크 문제 미국과 협력할 것" 민주노총 전쟁반대대표단 3명 이라크 향해 출발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밤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부시 대통령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및 국제테러 방지를 위한 지도력을 항상 높이 평가하고 이를 지지한다"며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 존중 정신 아래 이라크 문제에 대해 미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화회담은 미국측 요청에 따라 이루어졌으며, 나종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이 이라크 문제로 상당히 고심하는 처지에서 우리가 지지선언을 해 한미동맹의 의의를 다시 다지는 의미로 받아들여달라"고 주문했다.

이번 전화회담은 미국이 "대이라크 전쟁에 대한 지지의사 표명, 의료지원 등"을 한국에 요청하고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의 "한국정부가 석유를 위한 미국의 전쟁을 지원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진행되어 큰 반발이 예상된다. 이번 전화회담 이전에 나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은 "한국정부가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윤영관 외교장관은 "국익차원에서도 이라크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혀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에 3월 14일 한국 이라크반전평화팀 지원연대(이하 IPT지원연대)는 "노무현 대통령의 부시 지지 입장은 한국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은 불과 몇 달 전 대통령 후보 시절에 전쟁이냐, 평화냐를 이야기하며 자신을 선택하여야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목청높이 이야기했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IPT지원연대는 또한 "한국정부는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는 찬성하며 지지해 놓고, 한반도 전쟁위기가 고조되면 국제사회를 향해 한반도 전쟁을 막아달라고 이야기할 것인가"라고 역설하며 "또한 이라크 현지에서 전쟁을 막기 위해 직접 뛰어든 한국인이 15명이나 있는데 자국민에게 총을 겨눌 것을 명령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회진보연대 역시 성명을 내고 "노무현 대통령은 이라크 침공을 지지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운운할 자격 없다"며 "노무현 정부는 이라크전 지원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사회진보연대는 또한 "UN 안보리 이사국을 비롯한 수많은 국가들이 미국의 이라크 전쟁 기도가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전쟁임을 명시하고 있고, 결국 UN 안보리 결의를 거치지 않은 전쟁은 국제법 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대량학살(Genocide)'로 규정될 수 있을 뿐"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미국의 이라크전 개전시 1개 공병대대를 파견해 미국을 지원키로 의견을 모으는 등 미국의 대량학살전에 동참하겠다는 구체적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부도덕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지지하는 대가로 북핵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뒷거래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정부의 이번 결정은 최소한 국민의 여론수렴도 거치지 않은 채 이루어졌다"며 "미국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택한다면 정치적 군사적 부담 때문이지 한국이 이라크전을 지지해 준 대가는 아닐 터이고, 군사적 개입을 고려한다면 이라크 전을 지지했던 한국정부의 태도는 한반도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족쇄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쟁반대대표단 3명 이라크 향해 출발
민주노총 김형탁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민주노총 전쟁반대 대표단'이 14일 오후 이라크 바그다드를 향해 출발한다. 김형탁 부위원장과 이창근 국제부장, 쌍용차노조 김정욱 대외협력부장 등 세 명으로 구성된 전쟁반대 대표단은 16,17일 이틀동안 요르단 암만에서 오리엔테이션을 받은 후 18일 이라크 바그다드에 도착할 예정이며, 이라크 노동자들과 함께 전쟁반대 운동을 펼치고, 병원, 학교, 공공기관과 미국의 공습 1차 목표가 될 다리, 통신탑, 발전소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대표단은 지난 2월 15일 국제 반전운동의 날 직후 민주노총이 각국 노동계에 '전쟁반대 국제노동자 대표단' 이라크 파견을 제안한 것의 선발대격으로 출발하는 것으로, 프랑스 노총(SUD) 등 각국 노총도 뒤이어 대표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대표단은 이날 출국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기사찰단은 이라크를 공격할 어떠한 명분도 제공하지 않고 있고, 프랑스를 비롯한 이사국들의 반대에 부딪쳐 안보리의 결의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데도 미국의 부시는 여전히 전쟁을 외치고 있다"며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미국의 군사패권주의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것으로 이라크에 대한 공격은 군수자본의 요구를 들어주고 석유를 지배하기 위한 것임은 이제 상식이 되어있다"고 밝혔다. 대표단은 또한 "전세계인들이 반대하고 있고, 유엔의 결의조차 받지 못하는 전쟁을 한국이 나서서 지원한다면 전세계인의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파병 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지원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대표단은 또한 "반전운동의 승패는 바그다드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반전시위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라며 "3월 15일 반전평화 대행진의 성공이 전세계의 행진행렬에 더해져 바로 야수의 전쟁을 중단시켜낼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민주노총은 대표단 파견과 함께 노조원 교육, 3월 17일부터 한주간 전쟁반대 사업장별 중식집회, 선전전, 서명운동 등을 진행하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 시 그날 즉시 전국동시다발 규탄대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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