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uters]3월10일 이라크 바그다드의 유엔건물 앞에서 한 어린이가 ‘어린이들은 우유가 필요하다’는 머리띠를 두른 채 미국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 각국노총에 '대표단 이라크 파견' 제안
유럽노조연맹 반전 동맹파업 등 투쟁열기 '후끈'
전쟁을 향해 폭주하고 있는 '미국'호는 과연 평화를 요구하는 전세계 민중의 기도를 끝내 외면할 것인가. 민주노총이 반전대표단을 이라크에 파견하고, '전쟁 반대'의 목소리가 연일 지구를 뒤흔들고 있지만, 미국의 '3월 개전' 의지는 여전하다. 특히 미국 주도의 군사패권주의가 북한과의 전쟁위험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이라크 전쟁은 중동에서 벌어지는 먼 나라의 일이 아니라 반드시 막아내야 할 한반도 생존의 문제라는 지적이 높다.
민주노총이 앞장서 세계 각국 노총에 '노동자 전쟁반대 대표단'의 파견을 제안하고, 다른 어떤 나라 노총보다도 먼저 이라크 현지에 진입하는 것 역시 이같은 맥락이다. 아울러 국제적인 반전운동에 노동자들의 조직적인 참여를 촉발시킬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민주노총 반전대표단은 3월18일 바그다드로 들어가 현지에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라크평화팀'과 '소외된 자의 목소리'라는 단체의 지원 속에 △국제NGO와 국제연합(UN) 인도주의 활동가들과의 만남 △공장방문 △병원과 학교 등 공공기관 방문 △발전시설 등 폭격 가능성이 높은 민간시설 방문 등의 활동을 펼치고 22일 다시 요르단 암만으로 되돌아 올 계획이다.
"이라크 전쟁, 한반도로 옮겨붙을 수도"
지금까지 민주노총에 동참의사를 밝혀온 노총은 프랑스의 SUD(연대·단결·민주주의노총) 등 소수에 불과하다. 전쟁이 임박한 만큼 시기적으로도 촉박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워낙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각국 노총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제자유노련은 지난 2월28일자 성명에서 "국제사회는 후세인 체제의 대량살상무기 폐기를 확보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군사행동은 유엔의 틀 안에서 안보리의 인가 아래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과 평화의 관점보다는 강대국의 판단에 전쟁 여부를 맡기겠다는 의미다.
전쟁에 가장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미국(AFL-CIO)과 영국노총(TUC)의 입장도 별반 다를 바 없다. 두 나라 노총은 지난 1월30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후세인의 무장해제는 정당한 목표"라며 "(다만)동맹국들의 광범위한 지지가 없는 전쟁은 반대"라고 입장을 낸 상태다.
북반구 노조 중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네덜란드노총(FNV)는 민주노총의 제안에 대해 "이라크와 한반도 전쟁 문제는 노조가 아닌 정당·NGO의 문제"라며 불참의사를 밝혀왔다. 캐나다노동자회의(CLC)는 "이라크 전쟁에는 반대하지만, 반전대표단이 후세인 체제에 대한 지지로 나타날 우려가 있다"며 역시 불참을 통보했다.
한국 노동자, 세계평화를 주도한다
그러나 이라크 현지에서의 반전활동이 후세인 체제에 대한 지지와 살상무기의 확산을 인정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창근 국제부장은 "미국 주도의 전쟁을 막아내는 궁극적인 방법은 전세계적인 반전투쟁과 여론"이라면서 "일촉즉발의 전장에 노동자들이 모여들어 자본의 이익을 위한 전쟁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어느 시대에나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민중들이었다는 사실을 볼 때, 이라크 노동자·민중이 전쟁으로 고통을 겪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지극히 인도적인 행동"이라는 것이 평화활동가 대부분의 입장이다.
대륙과 세대 넘어 반전열풍 일파만파
올 초부터 전세계를 뒤흔든 반전열풍이 잦아들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3월5일 미국과 영국, 스페인, 호주, 스웨덴, 이집트 등에서 대규모 반전·반미시위가 벌어진 것은 물론, 같은 날 미국과 영국에서는 학생들이 전쟁에 반대하는 동맹휴업을 감행하는 등 반전대열이 점차 불어나고 있는 추세다. '여성의 날'이었던 3월8일에도 반전시위는 멈추지 않았다. 이탈리아에서 시위대 6만명이 운집해 부시 미 대통령 인형을 화형 시킨 것을 비롯해 영국 맨체스터에서는 10만명이 가두시위에 나섰다. 유럽 전역의 노동자 6천만명을 대변하는 유럽노조연맹(ETUC)는 나아가 14일 이라크 사태의 평화적인 해결을 촉구하며 동맹파업에 돌입키로 했다.
국내 7백여개 노동사회단체가 구성한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도 15일 대규모 집회를 열고, △ 전쟁이 개시된 날 오전 11시 또는 오후 1시 미대사관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 △전쟁이 개시된 주 토요일 오후 2시 마로니에 공원에서 항의 집회 등의 대국민 지침을 내놓았다.
이승철 keeprun@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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