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일간의 싸움을 두산중공업 노동자광장에서 지켜본 고 배달호 조합원은 3월14일 전국노동자 장을 마친 뒤 경남 양산 솥발산에서 쉬게 된다. 한 조합원이 열사의 영전에 꽃을 놓고 있다. 신동준 shindj@nodong.org
■ 두산중공업 투쟁이 남긴 것
고 배달호 열사 분신 사망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진 두산중공업과 금속노조 간의 칼끝 대치는 62일 만에 막을 내렸다. 노동계는 최근 신종노동탄압 수단으로 자리잡은 손배·가압류 문제를 사회화하는 성과를 이뤄냄과 동시에, 합의서에 '개인 손배·가압류를 모두 취하'를 명시함으로써 다른 사업장에서도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해결의 열쇠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다.
더구나 개인 손배·가압류 철회는 지난 2월24일 1차로 나왔던 노동부 중재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으로, 대책위는 당시 중재안을 거부해 안팎의 압력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원칙을 고수하며 '투쟁하는 지도부'에 대한 신뢰를 형성시켰다. 그러나 조합비 40%가 여전히 가압류에 발목잡혀 있는 상황은 극복해야 할 지점이다.
해고자 복직에 있어서도 이전보다 훨씬 진전된 합의안을 쟁취한 점은 일부 언론으로부터 '완승'이란 수사를 끌어낼 정도였다. 시종일관 '해고자 전원 복직 불가' 입장을 고수하던 사측은 금속노조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교섭 막바지에 이르러 '3명 선별복직'으로, 다시 '5명 복직'으로 후퇴를 거듭했다. 더구나 이후 노동위나 법원의 판결에 따른 추가 복직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합의문에 '전향적 검토' 문구를 삽입해 추가 협상의 여지도 남겨뒀다.
사측으로부터 과거 노조탄압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고, 부당노동행위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노사문화팀에 대한 업무 성격을 명확히 할 것 등 부당노동행위 재발 방지를 문서화 한 것도 성과다. 교섭과 합의의 주체가 금속노조로 된 점도 큰 의미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임단협 때 사측이 끝까지 "금속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며 산별교섭을 거부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한편 장관까지 직접 나서며 노동부가 중재노력을 폈던 결정적 이유는 고 배달호 열사 분신 사망 이후 전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손배·가압류에 대한 비판 여론과 '1천명 결사대 파견' '20일을 전후로 한 총파업 배수진' 등 노동계의 압박이 가장 큰 작용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올 임투와 주5일 협상을 앞두고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극히 꺼린 정부의 태도도 큰 작용을 했다. SK그룹 수사 이후 급격한 위기의식을 느낀 두산재벌의 전향적 태도도 협상의 여지를 열었던 주요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번 투쟁은 부당 노동행위를 일삼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전체 노동운동진영이 단결해 투쟁으로 끝까지 뿌리뽑는다는 소중한 경험을 쌓게 했고, 정권초기 노사관계를 새롭게 형성하는 교두보를 확보했다. 하지만 끝내 달아오르지 않았던 두산중공업지회의 현장 분위기는 앞으로의 과제 해결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예고해주고 있다.
이상근 change@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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