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미국 전쟁지원은 자해행위

국제 평화여론과 충돌하며 외교적 고립 자처 북 핵시위 부추기며 미군의 북한공격 가능성도



미국의 명분 없는 전쟁에 반대하는 국제 사회의 분위기와는 달리, 우리 정부는 이라크 전쟁 지원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미 "테러와의 전쟁 협력과 한미동맹 관계를 고려해 이라크 전쟁 지원을 고려"해온 정부는 개전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비전투병 파병을 중심으로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일단 제1차 걸프전 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 수준의 파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수송, 의무, 공병 등 미군의 전투를 후방에서 지원하는 형태로 300-500명의 비전투요원과 C-130 수송기 등 관련 장비가 걸프 지역으로 파견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쟁 비용 및 전후 복구비용으로도 적지 않은 예산 지출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전투병 파병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이 이미 반전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이라크 전쟁 지원 불가 방침을 밝혔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이들 국가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한국과 같은 다른 동맹국들에게 전투병 파견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한국군 일각에서도 연합작전 능력 제고, 전쟁지역에서의 다양한 군사작전 경험, 전후복구사업 진출기반 확보 등을 이유로 전투병 파견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우리 정부의 대이라크 전쟁 지원 동기는 한마디로 "한미동맹 유지·강화 비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우리 정부가 이라크 전쟁 지원에 미적거리면, 한미동맹관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고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서도 낙오될 수 있으며, 전후 석유 이권 분배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이유로 가능한 수준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와 군의 인식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에는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 우선 정부 차원에서 이라크 전쟁을 기정사실화하고 지원을 준비하는 것은 이라크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반할 뿐더러, 정부 스스로 외교적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낳게 된다. 지원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나중에 이를 철회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전쟁을 막아볼 생각은 안하고, 전쟁을 기정사실화하면서 편협하고도 불확실한 국익을 추구하겠다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정부는 또한 이라크 전쟁을 지원할 경우, 그 결과에 대한 깊이 있는 사려가 필요하다. CIA 전직 관료들조차 경고하고 있듯이 미국의 대 이라크 침공 강행은 전세계에 걸쳐 미국 및 이라크 전쟁에 지원한 국가들에 대한 광범위한 테러를 낳을 가능성이 높고, 한국이 이라크 전쟁을 지원할 경우 테러의 표적으로 한국 및 해외 교포들도 예외일 수 없다. 또한 이슬람국가 및 국민들과의 관계 악화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제사회에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이라크 전쟁을 한반도의 남쪽인 한국이 지원하고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 임하지 않은 채 이라크 전쟁을 강행하면, 북한의 핵 시위는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높고, 이라크 전쟁 종결 이후 미국의 총구가 북한으로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된 상태에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할 때, 명분과 도덕성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명분 없는 대이라크 전쟁에 대한 한국의 지원이 갖는 근본적인 위험성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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