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5일자 인터넷 매거진 Znet에 실린 덕 스토욱스(Doug Stokes)의 칼럼 '콜롬비아의 가치 있는 희생자와 가치 없는 희생자'(Worthy and Unworthy Victims in Colombia )는 그 의문에 작은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스토욱스는 칼럼에서 언론은 희생자의 죽음이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며, 그 판단에 따라 보도된 희생자의 죽음은 더 많은 희생자를 양산하는 데 이용될 뿐이라고 말한다. 스토욱스의 칼럼을 통해 사람의 죽음이 언론에 의해 저울질되는 현실을 살펴본다. [Georeport]

*3개월간 군사훈련을 받은 뒤 돌아온 농민들. 콜롬비아 정부는 게릴라의 공격으로부터 고향을 지킬 지원병을 모집하고 있다.
세계적인 언론 기업의 화법에서 친숙한 '소재'를 찾아 볼 수 있다. 언론의 화법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 중의 하나는 '가치 있는 희생자'이다. 언론이 그런 희생자들을 지정하는 것이다. 그들은 폭력의 소용돌이에 갖힌 가련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언론에서 '가치 없는 희생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 역시 폭력의 소용돌이에 갖힌 가련한 자들이지만, 그들의 죽음은 권력자들의 화법에 무게를 실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시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어 버린다.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이 바로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후세인 정권 아래에서 끔찍한 고통을 당하는 쿠르드족은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는 '소재'이기 때문에 가치 있는 희생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라크 - 터키 국경 지대에 살고 있는 그들의 형제 자매들은 가치 없는 희생자일 뿐이다.
권력자들은 이들의 고통을 무시할 뿐만 아니라, 지난 세월 터키가 소수의 쿠르드족을 상대로 벌인 전쟁에서 서방의 무기를 제공했고,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이들의 고통을 증폭시켜 왔다.
미국 군사원조의 세 번째 최대 수혜국이며 미국의 대 테러전쟁에 대한 가장 든든한 동맹국인 콜롬비아에서는 바로 이런 가치 있는 희생자와 가치 없는 희생자의 친숙한 패턴이 존재한다.
지난 2월 7일 콜롬비아의 정치, 경제계 거물들이 드나드는 엘리트 클럽인 엘 노갈(El Nogal)에서 차량 폭탄 공격이 발생했다. 건물이 완전히 붕괴되고 37명이 사망한 이 폭탄 테러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오래된 게릴라 조직인 FARC(콜롬비아 무장혁명군)이 저지른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을 살해한 행위는 분명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들의 죽음은 '가치 있는 희생자'라는 권력자들의 화법에 억지로 꿰맞추어지고 있다.
군병력을 증가하여, 이름없고 존재도 없는 가치 없는 희생자들, 강제 퇴거당한 가난한 사람들을 상대로 벌이는 유혈극을 정당화하는 데 이들의 죽음이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폭탄 테러에 대한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의 즉각적인 반응은 바로 FARC와 싸우기 위해 미국의 군사원조를 늘려 달라고 요청하겠다는 것이었다. 우리베는 “유엔이 이라크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지금, 콜롬비아에 대해서 테러 행위를 묵인하라고 요구해서는 안된다”며 노골적인 주장을 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베는 미국이 오랫동안 지원해 왔던 테러와의 전쟁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원대한 계획을 실현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그 계획이란, 정부는 앞으로 군사력의 규모를 두배로 증가시키고 방첩(counter-intelligence)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민간인 정보 제공자 100만 명의 네트워크를 조직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베는 엘 노갈 폭탄 테러가 벌어지기 전 '비상 사태(internal commtion)'를 선포했으며, 이에 따라 공개적인 집회가 금지되고 야간 통행금지가 실시되며 법원이 발부한 영장 없이도 수색이 가능하게 되었다.
당시 페르난도 론도노(Fernando Londono) 내무 장관은 “우리 모두는 테러 행위가 콜롬비아에 극도의 불안 상태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국가 비상 사태를 선포한다”고 선언했다.
2002년 9월 10일 우리베는 '재건과 통합 지역(Zones of Rehabilitaion and Consolidation)'을 창설할 수 있는 첫 번째 군사령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 지역에서는 지방 자치정부 대신 군부가 직접 통치하며, 군사 당국은 영장 없이도 체포와 수색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베는 언론을 더욱 장악하기 위해서 콜롬비아에서 벌어지는 ‘대 테러 조치’에 대한 보도를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문제가 되는 언론 매체를 ‘정간’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서 역효과를 초래’한다고 간주되는 통계를 발표할 경우 8년에서 12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러한 제재는 '군대나 경찰의 효과적인 작전 수행을 방해하거나, 군인이나 민간인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정보를 누설'한 사람들, 혹은 ‘적의 입장이나 이미지를 향상시키면서공공 질서를 훼손하는 기타 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엘 노갈 클럽 차량 폭탄 사건으로 희생당한 무고한 민간인들이 ‘가치있는 희생자’라는 화법에 포함된 것은 결국 우리베의 새로운 국가 안보 전략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가치없는 희생자들의 경우는 어떠한가?
콜롬비아 군대가 서반구에서 가장 악명높은 인권 침해 집단이며, 까를로스 까스따노(Carlos Castano)가 지휘하는 빠라밀리따리 집단인 AUC(콜롬비아 자위대)와 오랫동안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어 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까지 AUC는 자신들이 독립적인 정치 세력인 것처럼 행세해 왔지만, 미 국무부는 AUC가 '범죄 행위로 자금을 조달하는 자경단원(vigilante force)'이며, '마약 밀매조직이나 대지주에게 고용된 사립 군대'라고 언급했다.
바로 이 사립 군대와 콜롬비아 군대가 결탁하고 있기 때문에, ‘콜롬비아의 정의와 평화를 위한 위원회’는 이 두 병력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준국가' 병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세계 주류 언론이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콜롬비아 폭력의 '삼각 구도' 논리에 반대되는 것이다. 언론은 콜롬비아 군대를 좌익 게릴라(FARC)와 우익 게릴라(AUC) 사이의 중립적인 조정자로서 묘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콜롬비아 군대와 AUC는 똑같이 반혁명 군사행동(counterinsurgency)이라는 목적을 수행하는 동전의 양면일 뿐이다.
바로 이 준국가 병력이 콜롬비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인권 침해의 80% 이상을 저지르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콜롬비아에서는 민주적인 좌파 정치 세력이 우익 게릴라들에 의해서 전멸해 버렸다.
1980년대에는 4천 명의 활동가들이 살해당했으며, 2002년 한 해 동안 정치적인 동기에 의해서 암살된 8천 명 중 80%가 우익 게릴라 집단에 의한 희생자였다.
전세계에서 살해당하는 노조 운동가 다섯 명 중 세 명이 콜롬비아 빠라밀리따리에 의해서 살해당했으며, 270 만 명이 살던 곳에서 강제로 퇴거당했다.
유엔에 따르면, 강사와 교사들은 '살해, 위협, 폭력을 동반한 강제 퇴거의 주된 대상이 되는 노동자들'에 속한다. 또한 빠라밀리따리의 정기적인 목표가 되는 사람들은 인권 운동가, 원주민 지도자, 지역 활동가들이기도 하다.
이들에 대한 억압은 미국 주도 하에 콜롬비아 경제의 신자유주의적인 구조 조정에 대한 시민 사회의 저항은 그것이 어떠한 형태이든 범죄화하고, 콜롬비아의 현 상태에 대한 모든 정치적, 경제적 도전을 진압하는데 봉사한다.
"AUC는 항상 기업의 자유와 국가적이고 국제적인 산업 부문의 방어 세력임을 선포해 왔다”는 까스따노의 주장은 바로 이러한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억압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콜롬비아인들은, 세계은행(WB)에 따르면 가장 나약한 존재인 '모든 연령의 아동'을 포함해서, 인구의 절반 이상이 빈곤층에 속한다.
우리베 정부는 현재 AUC와 대화중이며, 페르난도 론도노 내무 장관에 따르면 양측은 “매우 성실한 자세로 협력”하고 있으며, AUC의 한 지역 사령관은 “빠스뜨라나 전 대통령에 비하면 우리베는 천국과 같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 라틴 아메리카 특사였던 고든 섬너(Gordon Sumner)는 빠라밀리따리를 새로운 '대 테러' 네트워크인 CONVIVIR에 공식적으로 통합시키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처방을 내렸다.
“첫째, 빠라밀리따리에게 법을 준수하고 마약 조직과의 연계를 단절하고 인권을 존중하도록 만들 것.”, 그리고 나서 “그들을 최대의 위협인 게릴라들과 싸우도록 현장에 투여할 것.”
계속해서 그는 콜롬비아에서는 “전투에서 함께 싸울 전우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덧붙였다. 우리베는 AUC와의 협상을 시작했으며 (따라서 AUC는 별개의 정치 세력으로서 받아들여졌고) 미국으로부터 자신의 정책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노골적으로 우리베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콜린 파월은 미국이 “우리베 대통령과 그의 새로운 국가 안보 전략을 후원하는 것에 굳게 헌신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는 콜롬비아에 대한 추가적인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가와 준국가 병력의 정기적인 목표물로서, 강제 퇴거당한 사람들은 가치 없는 희생자일 뿐이다. 오랫동안 체계적으로 살해당한 이들의 숫자는 훨씬 더 많고 그 정도가 훨씬 더 끔찍하지만, 세계 주류 언론은 이들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결국 끔찍한 엘 노갈 폭탄 테러는 단지 콜롬비아의 ‘가치없는’ 희생자들의 고통을 증가시키고, 미국의 전세계적인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구실 아래 콜롬비아를 군사화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를 증가시키기 위해서 국제적인 여론을 형성하는데 이용될 뿐이다.
Doug Stokes / 번역 지오리포트 김지연 midnightblue@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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