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감시사회의 불운한 징조, NEIS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인 NEIS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의 교사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고, 신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청한 대화를 거부했다고 하여 설왕설래하는 기사도 신문에 실렸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란 건강기록부와 생활기록부를 포함한 학생들의 신상 정보를 학생들이 다니는 해당 교육구청의 서버를 통해 집중관리하고, 학부모들을 비롯한 주요 기관들(?)이 특별한 목적과 용무에 따라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시스템이다. 한국의 국민-보통 교육제도를 거부하기로 작심하지 않은 이상, 다시 말해 국민으로 부름 받기를 거절하지 않는 이상, 국민이라면 누구나 전 국가적 데이터베이스에 자신의 신상기록을 아뢰고, 기록하는 것이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골자이다. 약 5천억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하여 실행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 값비싼 전자정보시스템은 그간 여러 가지 반발과 저항으로 그 실행 여부가 오락가락한 채 있었다. 그러던 것이 참여정부라 자임하는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실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알다시피 우리는 이미 전국가적 데이터베이스의 감시로부터 한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를 한 장 발급 받으려 해도 우리는 꼼짝없이 자신의 경제적 신원을 확인시켜주는 '신용정보조회'에 꼼짝없이 걸려든다. 행여 신용카드 연체라도 되면 그 신용정보의 추상같은 감시가 무서워 사시나무 떨 듯 그 빚을 갚느라 허둥댄다. 그 정보 하나면 나는 이 나라에서 우대받고 살지 홀대받고 살지 결단이 난다. 결국은 무산되고 말았지만 언제 다시 고개를 치켜들지 모를 전자주민카드제도 역시 국가적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국민들의 신상정보를 기록 관리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품고 있었다.

물론 이런 국가적 데이터베이스는 근대 사회가 만들어지며 하루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가동되어온 국민 훈육 체제의 연장이다. 출생과 사망, 출산과 질병, 삶과 죽음을 관리하기 위한 국가적 회계 체계가 만들어졌고, 그것이 통계학이라는 국가학의 또 다른 이름의 과학이 융성하도록 했으며, 관료제적 기구를 방대한 문서고와 캐비넷으로 채웠다. 그것이 전자주민카드제와 교육행정시스템같은 것을 통해 전자감시사회적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국민 훈육 체제는 국민의 장수와 건강, 행복을 도모하고, 그를 위한 사회적 복리와 정치적 설비와 기술을 제공하려고 한다. 이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왜 우리가 그 국가의 선의를 거부해야 할까.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을 비롯한 국가 데이터베이스는 국민을 만든다. 그 때의 국민이란 국가의 부를 증진시키고, 국가적 역량을 강화하려는 규범적 목표에 따라 국가가 돌보고 관리하는 국민이다. 따라서 국민은 국가라는 공간에서 살기 위해 우리가 취해야할 피할 수 없는 모습이다. 그런 국민 만들기를 위해 국가데이터베이스는 우리가 자신의 정체성을 국민 정체성으로 등록하기를 강요한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국가가 부여한 부호와 상징의 명부에 등록해야 하고 그래야지만 우리는 허깨비가 아닌 실재적인 인물로 살아갈 수 있다. 결국 우리는 국민이 되거나 유령이 되거나 양자택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말썽 피우는 자식에게 '호적을 파겠다'는 아버지의 말은 바로 그 명부의 권력이 얼마나 대단한가 보여준다. 호적에서 파여진 자식은 세상의 고아이며 자신이 머물 집이 없는 유령이다. 따라서 국가 데이터베이스는 그 국가에 적(籍)을 두어야 하고 국가는 그를 통해 국민을 지배한다.
따라서 국가데이터베이스에 대한 반대는 단순히 개인의 정보를 개인이 스스로 통제하고 관리하는 개인의 존엄을 보호하는 문제를 넘어선다. 국가가 자신의 신상을 나타내는 정보를 관리하고 열람하며 국가의 질서와 안녕을 유지하기 위해 통제하는 것은 분명 국가의 인권 침해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머물러서는 안된다. 이미 보았듯 국가는 자신의 공간 안에 머무는 모든 사람에게 언제나 자신을 가시화하도록 요구한다. 국가는 따라서 국민 훈육 체제의 핵심인 국적, 호적을 가진 주체로 우리를 구성하고 지배하였다. 따라서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은 자신의 은밀한 사생활을 훔쳐보는 비겁하고 무례한 국가의 행위 이상의 사회적 지배이다. 따라서 인권이라는 지엄한 지상선에 기탁하면서 의도적인 자율적인 개인의 환상에 머물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을 반대하는 교사들의 투쟁은 따라서 일선 교사들만의 싸움이어서는 안 된다. 전자감시사회의 새로운 국민 만들기의 전략에 우리 모두 한치도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동진 /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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