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개방되면 공교육은 무너집니다”

한강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울산지부장)


“교육은 협상대상도 상품도 아닙니다.
공교육을 파괴하고 국민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WTO 교육개방을 막고자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국민의 저항권입니다”

학교는 1년 중 3월이 가장 바쁜 때이다.
전교조 역시 네이스 문제, 교육개방 문제뿐 아니라 신학기를 맞이해 갖가지 학교 현안 문제까지 너무도 바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전교조 사무실에 들어서니 양손으로 전화받으랴 회의하랴 일분 일초가 아쉬워 보인다.
“겉으로 보기에 남들은 체육선생일 것 같다고 얘기하지만 사실은 의외로 부드러운 문학을 좋아하는 국어선생입니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한강범 지부장에게서 선생님이라기보다는 편안한 이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지부장으로서 3개월을 돌아본다면?

처음에는 좀 자신만만했는데, 갈수록 어려운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전교조가 합법화되면서 조합원도 확대되고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교사들 내부도 다양하구요. 비록 지부장이지만 나는 지부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어렵지만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니까 열린 마음으로 다른 모든 분들을 믿고 함께 가고 있습니다.

■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 방향은?

이제 전교조 합법화 3년째입니다. 교사, 교육공간이라는 객관적 조건과 노동운동이 접목하는 균형 잡힌 시각과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운동과 교육운동의 양날개로 전교조 운동의 정체성을 찾겠다’고 출마당시 얘기했는데요. 울산지역은 타지역보다 노동운동의 조건이 유리하고, 울산 외 지역은 교육운동 기반이 탄탄한 편입니다.
이렇듯 양날개론을 들고 나온 것은 조직 내부에 질문을 던지는 의미도 있습니다.
이런 고민이 앞으로 임기 2년을 보내며 더욱 발전하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신임 교육부총리에 대한 생각은?

앞서 교육부총리에 군사독재시절 국보위원과 요직을 두루 거친 오명 아주대 총장 내정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교조에서 즉각 반대성명을 내고 청와대까지 항의방문을 갔었습니다. 뒤이어 거명된 연세대 김우식 총장 역시 기여 입학을 적극 추진한 인물로서 교육개혁을 이끌 수 없는 것은 분명하지요.
이런 과정 끝에 윤덕홍 신임 교육부총리가 임명되었습니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관련해서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문제점이 있어 유보·중단하겠다는 개인적 소신을 피력하기도 했는데, 오히려 교육부 관료들이 교육부 장관을 압박하고 ‘흔들기’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교육부총리가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 그동안 미뤄왔던 교육개혁을 소신 있게 추진하기를 바랍니다.

■ 나아가야 할 교육개혁의 내용은?

학교가 신뢰를 되찾고 학부모가 학교를 믿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학교가 바뀌기 위한 고리로 교육개혁 과제의 첫 번째가 바로 ‘교장선출보직제’라 생각합니다. 교장선출보직제는 교사들뿐 아니라 학부모, 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 직접 교장을 선출함으로써 이들이 진정한 교육의 주체로 학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그리고 현재 교원 수가 턱없이 부족한데요. 교원 법정정원을 확보할 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교육 불신을 타파하는 것, 사회가 교육계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입시지옥에서 벗어나 내실 있는 공교육이 되도록 하는 것,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학교 교육이 더욱 더 평준해지는 방향으로 과감하게 밀고 나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고등학교까지 의무 무상교육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교육의 평등성을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회적 위화감을 조장하는 귀족교육 엘리트 교육은 마땅히 지양되어야 할 것입니다.

■ 교육개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어떤 상황입니끼?

현재 교육개방이 쏜살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WTO(세계무역기구)는 TV나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교육도 하나의 서비스 상품으로 규정하고 무역대상으로 설정했습니다. 교육도 상품으로 보고 자유롭게 사고 팔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육서비스 무역에 대한 앞으로 일정과 내용을 정해놓은 상태입니다.
지난해 6월에 우리나라는 미국·호주 등 9개 나라로부터 교육개방 요구안을 받았으며, 오는 3월 말까지 교육개방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일단 교육개방계획서를 제출하고 나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이 교육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면 WTO 교육개방은 교육주권을 유린하는 것입니다.

■ 교육개방을 막기 위한 활동은?

교육은 협상대상도 상품도 아닙니다. 공교육을 파괴하고 국민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WTO 교육개방을 막고자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국민의 저항권인 것이지요.
현재 전국 차원의 WTO공동투쟁본부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난 7일 서울에서 교육개방을 저지하기 위해 공투본 2003인 비상 시국선언을 했습니다. 울산에서도 함께 참여했구요. 교육개방협상을 당장 중단할 것과 3월 말로 예정된 교육개방계획서 제출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부터 공투본 대표자 33인이 정부종합청사 옆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철야 봉고차 농성에 들어갔는데요. 3월 13~15일은 전국적인 공투본 행동의 날로서 15일에 제1차 전국민중대회를 열었습니다.
이날 울산에서는 공업탑 로타리에서 출정식과 함께 교육개방 문제에 대한 시민 선전전을 펼쳤습니다. 3월 말에는 2차 민중대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 교육개방에 대해 외국에서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정부는 신자유주의 교육개방이 세계화의 물결이라며 대세론을 앞세워 밀어부치고 있습니다. 얼마전 국제포럼에 참여해보니 실제로 캐나다, 프랑스, 유럽 등 외국의 경우 상당한 저항이 있지 결코 대세가 아니었습니다. 유럽연합(EU)은 문화·교육 부문을 제외시켰어요.
우리나라는 오히려 교육부문을 더 나서서 개방하려고 합니다. 교육개방계획서를 제출하기도 전에 ‘경제자유구역법’을 통과시켜 외국인이 학교를 설립할 수 있게 하는 등 앞서서 먼저 문을 열어주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많은 나라들이 초국적 자본의 개방 압력에 맞서 저항하고 있고, 곳곳에서 파열구가 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왜 반드시 교육개방을 막아야 합니까?

정부는 교육개방을 해서 외국인 학교가 들어서면 경쟁력이 강화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외국의 교육 기업은 우리나라의 교육 경쟁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벌러 들어오는 것입니다.
실제로 국제포럼에 발제를 하러 온 호주의 교원노조 위원장은 “호주가 교육 수출국이다. 호주가 한국에 그렇게 대학 상품을 수출하려고 애쓰는 이유가 있다. 호주가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으로 인해 대학들에 정부 재정지원이 삭감되고 돈이 없어서 한국에 돈벌러 대학을 수출한다”고 공공연히 얘기합니다.
돈벌러 오는 학교에 무슨 교육 철학이 있고, 진정한 교육 고민이 있겠습니까?
교육개방은 경쟁력은 고사하고 교육주권과 국가가 공교육에 대한 제도, 법률, 국민에게 보장된 교육권을 포기하며 교육을 방치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교육권을 국가가 지켜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팔아먹는 것입니다.

■ 교사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이제 교사생활이 20년째인데요.
89년 전교조 결성과정에서 해직되었던 경험, 꿋꿋하게 명동성당에서 12박 13일간 단식농성을 하던 그 뜨거웠던 여름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설렙니다.
다시 복직되어 교사생활을 하면서도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그때 새내기 마음과 명동성당에서 단식농성을 하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힘이 절로 납니다.
단식농성을 함께 했던 그 동지들을 보면 다시 또 일어서고 이렇게 지금까지 모자라지만 교육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학교 붕괴, 교실 붕괴를 얘기하지만, 학교에는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 또 학교는 불신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되고 무너져서도 안됩니다. 이 나라의 희망, 교실에서 찾아야 한다는 믿음을 학부모 여러분께서 함께 가져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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