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 병원에서 들려오는 신음, 분노의 목소리

"신이 부시를 데려가면 좋겠어요!"

이라크의 바그다드에서 반전평화팀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한국의 한상진, 배상현, 유은하 씨 등 3명 이외에도 영국 7명, 독일 2명, 이탈리아 4명, 그 외 미국인과 프랑스인 등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요미우리 신문 24일자 보도. 일본 외무성, ‘이라크내 자국민 보호상황’ 발표).

이것이 정확한 숫자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각국의 평화운동가들은 여러 가지 소통수단을 통해 바그다드 소식을 전하고 있다. 다음은 바그다드에서 보낸 여러 일기 가운데 3월 24일자의 것이다.


*머리와 얼굴에 부상을 입고 고통스러워 하는 무하메드 아드만. [출처 www.iraqpeaceteam.org]

마취 진통제가 없어서, 다리를 가제로 누르자 울음을 터뜨렸다

1.
바그다드의 분노 - 에이프릴 헐리(April Hurley), 3월 24일.

미국에서는 이런 속담이 있다. 분노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

바그다드의 알 킨디 병원 응급실에서 파티마 압둘라는 “왜 우리에게 이런 짓을 하느냐?”고 분노로 울부짖었다.

파티마의 여덟 살짜리 아이 파테하는 죽었다. 그녀의 다른 두 딸도 바그다드 교외의 디알라 다리 근처에 사는 아저씨 집에 있다가 미사일 공격에 부상당해 들것에 실려 왔다.

농사를 짓는 대가족인 이들은 경제봉쇄 조치와 피폐한 경제로 고통받아 왔다. 기르던 가축도 소 한 마리, 당나귀 한 마리, 닭 몇 마리로 줄어들어서 끼니를 잇기 힘든 사정이다.

파티마의 품에 안겨서 울고 있는 네 살짜리 무하메드는 유탄과 파편이 얼굴 정면과 머리를 스쳐 지나가 베였고 눈꺼풀이 부어서 눈을 뜨지 못하고 있다.

13세의 중학생인 나다 아드난은 “신이 부시를 데려갔으면 좋겠어요. 부시는 왜 우리에게, 왜 저에게 이런 짓을 저질렀나요?”라고 말했다. 나다는 오른쪽 두개골이 깨져서 틈이 벌어졌고, 왼쪽 허벅지도 유탄에 베여 깊은 상처를 입었다.

마취 진통제가 없어서 다리의 상처를 가제로 누르자 나다는 울음을 터뜨렸다. 아홉 살짜리 라나 아드난은 흉부 열상, 폐진탕과 폐좌상, 두부 열상, 왼팔에 유탄 부상으로 산소가 필요하다.


*13살 여중생 나다 아드난은 오른쪽 두개골이 깨져서 틈이 벌어졌고, 왼쪽 허벅지도 유탄에 베여 깊은 상처를 입었다. [출처 www.iraqpeaceteam.org]

나할라 하르비는 두 살짜리 아이를 팔에 안고서 차를 타고 바그다드를 빠져 나가다가 폭발로 두 다리에 골절상을 입었으며, 아이는 머리에 부상을 당했다.

알예르모우크 병원과 한 학교에서 백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폭탄이 떨어져 집밖에서 걷고 있던 28세의 청년의 발을 뭉갰다.

피해자들의 명단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가족을 위해 식료품을 사러 나갔던 70세의 노인은 왼팔 윗부분에 복잡성 골절을 입었고, 흉부 손상을 입어 흉관(chest tube)을 연결했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매우 힘들다.

지난 며칠동안 다른 수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 노인 역시 화가 났고 할 말이 많다. 내가 이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부시 정부는 석유 장악에만 관심이 있을 뿐 자신들을 위한 민주주의에는 아무 관심도 없다는 걸 이 사람들은 알고 있다.

미국인들은 왜 모르는가? 이들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감정도 없는 그런 인간을 왜 대통령으로 뽑았나고?

미국인으로서 바그다드 병원 응급실에서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을 지켜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조지 부시가 여기에 와서 이들의 분노에 대해 대답해주길 바랄 뿐이다. (번역 김지연)

어떻게 우리 친구들을 '부수적인 피해'라고 말할 수 있는가

2.
화가 나고 또 화가 난다 - 케이시 켈리(Kathy Kelly), 3월 24일.

전세계에서 모인 온갖 삶의 경험을 지닌 아주 친절하고 점잖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다.

이라크 반전평화팀의 활동가들은 거의 지난 5개월 내내 여기서 머물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5개월을 모두 여기서 보낸 이도 있다. 그들은 번번히 단순성, 나눔, 비폭력에 대한 자신들의 확고한 신념 속에서 감정이 정화되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며칠간, 격렬한 분노의 감정이 표출되었다.

아시아평화동맹(Asian Peace Alliance)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지뢰금지 운동을 이끌고 있는 평화운동가인 한상진 씨는 이렇게 털어놓는다.
“정말 화가 나요.”
“이 전쟁은 마침내 수천 명의 사람들을 죽이고 말 것에요.”

알제리아 출신 여성인 제피라 하우르파니(Zefira Hourfani)도 자신도 몹시 화가 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은 더 이상 캐나다인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는 것이다.
“이제 저는 아랍 사람이에요. 그래서 서양의 여러 나라에 화가 나요.” 라고 그이는 말한다.


*크루즈 미사일 파편에 맞아 척추를 다친 이라크 소녀.[출처 www.iraqpeaceteam.org]

르완다 출신인 리사 은제루(Lisa Ndjeru), 이이도 캐나다 시민이지만, 부시 대통령이 미국인들에게 미군을 지지할 것을 요구한 데 대해 아주 특별한 노여움을 드러내었다.

“정말 지랄이야. 자기 나라의 어린이들을 돌보아야 하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미국의 청년들이 이 나라의 가정을 파괴하고 어린이들에게 상처를 입힌다는 게 말이나 돼요?”

우리는 기자들을 만날 때 가능하면 화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 네빌 왓슨(Neville Watson)은 기자들에게 말할 때에 평소에는 온화하고 아주 조리정연했다.

그런데 그도 며칠 전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시골뜨기 기자’가, 민간인 희생자란 전쟁이 일어나면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부수적인 피해(collateral damage)'라고 말하자 화를 내고 말았다.

네빌은 이렇게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우리 친구들을 ‘부수적인 피해’라고 말할 수가 있는가? 미국이 이라크 유전을 확보하려는 것은 이라크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우리가 믿을 거라고 기대하는 사기꾼 부시가 어떤 사람인데?"

"이것은 침략입니다. 민주주의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요"

그러고서 네빌은 이미 다섯 살도 안 된 어린이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제 봉쇄와 전쟁의 슬프고도 더러운 역사를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그렇다. 우리는 화가 나고 또 화가 난다. 그렇지만 우리는 전세계 각 도시에서 비폭력적인 반전 운동의 싹을 키워내야 한다는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우리의 분노를 직접접으로 쏟아부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즉각적으로 분노를 폭발시키지 않으려면 그것을 제어해야 한다.

그리고 오히려 미국을 결코 공격하고자 하지 않았던 이곳의 죄 없는 사람들, 미국인들과 형제 자매로서 왜 살 수는 없는 것일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 이곳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이끌어내어야 한다.

부시 정부는 단지 5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전쟁이 성공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들이 예르모우크에 방문했다는 2003년 3월 24일 편지에 쓴 것처럼 수백명의 부상자들이 지난 5년 동안 치료를 받고 있는 곳, 알 킨디(Al Kindy)의 정신과 병동에는 다음과 같은 몇몇 성공 사례(success stories)가 있다.

하이 리살(Hai Risal)에 사는 로에지오 살렘(Roesio Salem, 10). 이 소녀는 집 문간으로 들어설 때 아빠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폭탄이 떨어진다!”

공격이 시작된 첫날 일이다. 이 소녀의 흉부에는 심각한 상처가 남았다. 소녀가 침상에 누워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우리를 쳐다볼 때, 우리는 이 소녀를 계속해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곧 결혼을 앞두고 있던 이라크 청년. 그의 약혼녀는 폭격 현장에 있던 중 실종됐다.[출처 www.iraqpeaceteam.org]

라드와니야(Radwaniya)에 사는 파티마(Fatima, 10). 이 소녀는 3월 21일 금요일 저녁, 도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뛰어나오다가 여러 군데 골절상을 입었다. 벽이 무너졌고 소녀는 경골 골절상을 입었다.

가족들에게는 소녀를 옮길 아무런 수단이 없었고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서는 다음날 아침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농장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소녀의 틤?아부 무스타파(Abu Mustafa)는 “이라크 사람들도 미국 사람과 똑같은 사람이에요. 우리는 미국을 공격하지 않았어요. 이 말을 꼭 미국 사람들에게 전해 주세요. 이것은 침략입니다. 민주주의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알 자프란니아(Al Zafrania)에 사는 아메드 사바(Ahmed Sabah, 18). 3월 20일 화요일 저녁 9시 30분 자기 집에 있다가 여러 곳에 상처를 입었고 팔과 다리가 골절되었다. 심각한 좌상으로 외부 고정기를 사용해야 했다.

아메드 사바의 아버지는 전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아들이 희생자이지 범죄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평화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려 달라고 말했다.

하메드 카템(Hamed Kathem, 20)은 유탄에 맞아 다리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으며, 동맥도 손상되었다. 그는 3월 20일 엘 빌라디야(Hamed Kathem)에 있는 집의 뜨락에 있었다.

“우리가 미국을 공격하기 위해 미국으로 간 적은 없습니다. 그들이 여기에 온 거지. 어젯밤부터 어린이들이 이 병원에 입원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런 말을 한 뒤 하메드는 이렇게 묻는다. “왜?”

어린이,노인… 이들이 전투와 전쟁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하메드의 부친은 “하느님은 모든 사람을 구원해요. 그리고 하느님은 이 모든 파괴 행위로부터 모든 나라를 구원할 겁니다.”

사담 시에 사는 카뎀 와디(Khadem Wadi, 63)는 3월 23일 저녁 5시에 장을 보러 나섰다가 장에 유탄이 박혔고, 다리에 상처를 입었다. 복부에서 유탄 2개를 제거해야 했다.

바그다드 제디다에 사는 호삼 카프(Hosam Khaf, 13)는 3월 21일 금요일 저녁 9시에 부상당했다. 복부에 유탄을 맞았고 오늘은 심한 고통으로 시달리고 있다. 그가 살고 있는 빌딩에는 이야기가 많다.

근처에 거대한 폭탄이 폭발했을 때, 호삼 카프의 가족들은 납작하게 엎드렸다. 거리로 나왔을 때 그는 유탄에 맞았다. 그의 부친 아부 호삼(Abu Hosam)씨는 4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군병원과 훈련소가 있었다고 말한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어린이이고, 노인이며, 민간인이다.”
아부 호삼 씨의 말이다. 이들이 전투와 전쟁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부상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전세계의 여러 국민들이 대규모 반전 시위에 나섰다는 소식을 전해줄 수 있었을 때 우리는 다소나마 안심이 되었다.

오늘 우리가 방문했던 이들 희생자들은 계속해서 병실에 누운 채 회복되기를 바라면서, 숱한 시간을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를 곱씹어 보게 될 것이다. 미국의 감옥에 갇혀 있는 평화운동가들도 또한 전쟁의 어처구니 없는 잔인함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면서 숱한 시간을 갇혀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들은 대부분 화가 나고 또 화가 난다. 하지만 비록 상처를 입었지만 한번 보기만 해도 사람을 끄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루바 살렘(Ruba Salem)을 어느 누구도 해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믿고 있다.

우리는 실망감, 좌절, 분노를 전쟁을 반대하는 비폭력적인 저항의 힘으로 바꾸어내어, 자비로운 활동에 대한 열망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번역 안찬수)

Georeport 김지연 안찬수 georeport@georepor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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