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화재참사의 주범은 어른들의 안전불감증이고, 배후조종자는 학원체육의 구조적 병폐이다

[문화사회 편집자주] 지난 3월 26일 밤,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에서 일어난 화재로 8명의 어린 생명이 세상을 떠나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엉성한 가건물에 쇠창살이 설치된 창문, 스티로폼 단열재 등 안전시설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합숙소에서 26명의 초등학생들은 갑자기 발생한 불에 무방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화/체육계에서는 이번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안전불감증과 함께 '학원체육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성적'만을 위해 초등학생까지 합숙을 강요할 수밖에 없는 학원체육의 병폐를 고치는 것만이 또다시 이런 참사를 맞이하지 않기 위한 근본적인 치유책인 것입니다. 문화연대에는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화재참사가 발생한 다음 날인 27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학원체육의 문제와 대안을 제시하였습니다. <문화사회>에서는 이 성명서의 전문을 싣습니다.

다시 한 번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화재참사 어린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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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화재참사의 주범은 어른들의 안전불감증이고, 배후조종자는 학원체육의 구조적 병폐이다

-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화재참사 어린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지난 3월 26일 밤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참사는 다시 한번 우리의 마음을 짓누른다. 그 어린 영령들을 추모하며 우리 어른들은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 창살이 박히거나 아예 막혀버린 창문, 환기시설의 부족, 허술한 전기배선 등을 논하고 분석하며 가슴 찢어졌던 씨랜드 참사나 얼마 전 대구지하철 방화참사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안전학습효과'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또 다른 문제를 끄집어내 짚고 넘어가야 한다. 바로 학원체육의 구조적 병폐이다. 이번 참사의 직접적 주범이 어른들의 난공불락 안전불감증이라면 이를 가능케 한 배후조종자는 바로 뿌리 깊은 학원체육 병폐이다. 학기 중임에도 두 개의 비좁은 방에 스물다섯명의 초등생들을 가둬 놓듯 먹이고 재우며 훈련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아홉 살 어린아이까지 합숙을 시켜야만 하고, 왜 이들이 죽어나가야만 하는가?

어른들의 끝없는 욕심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감독, 코치를 위시해서 교장선생님과 동문회가 하나가 되고 부모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아동들이 혹사당하고 학대당한다. '이게 다 너희를 위한 것'이라며 어른들은 아이들을 다그친다. 어른들의 성적에 대한 욕심과 공명심은 교육을 받을 아이들의 엄연한 권리를 무시해왔고 가족과의 따뜻한 시간을 빼앗아왔으며 또 친구를 사귈 틈도 주지 안았다. 이 아이들은 성년이 될 때까지 아르바이트 한번 해본 적도 없고 십수년 학교를 다녔음에도 운동 외에는 도대체 아는 게 없다.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감독, 코치나 학교당국자 모두 운동과 체육활동을 통해 얻는 교육효과, 건강, 보람, 기쁨보다 성적에 집착한다. 결국 과정보다는 결과물에 집착한다. 그러다 보니 강압적이고 가장 간편한(?) 지도수단인 합숙을 택하게 되는 것이고 이것이 결국 운영비 충당을 위한 부모들과의 금전거래로 이어지며 아이들의 성장환경과 교육을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합숙훈련으로 인한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이 있어왔음에도 체육지도자들과 학교당국자들은 눈앞의 이익에 매달려 수수방관해왔다. 지도자의, 그리고 학생간의 폭력, 금전거래, 교육무시 등이 단적인 예가 된다. 이에 대한 해결을 통해 학원체육이 바로 서 제자리를 잡아야 할 것이다.

학원체육이 바로서기 위해서는 다음의 것들이 선결되어야할 것이다.

·대회기간을 제외한 초등생과 중등생의 합숙훈련을 금지해야 한다.
·교내 운동선수들의 수업시간 중 훈련을 허용하는 관행은 중지되어야 한다.
·초등생, 중고생, 대학생에 적절한 하루 훈련시간을 정해 그 한도 내에서 훈련을 해야한다.
·합숙소는 성장기 유·청소년에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고 안전을 최우선시하여야 한다.
·연중 참여 가능한 대회의 수를 제한해야 한다.
·교외의 스포츠캠프나 클럽을 활성화해 학원체육의 기능을 분담 내지 접수하도록 한다.

이번 천안초등학교 참사는 철모르는 아이들의 안전과 교육과 미래를 담보로 일신의 공명과 업적을 쫓는 어른들에게 경종이 되어야 한다. 이번 참사의 원인은 분명하다. 문제점이 분명하게 보이는데도, 그 가슴 아픈 결과를 겪으면서도 더 이상 보기만 하며 방치할 수는 없다.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화재참사 어린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2003년 3월 27일
문화연대

문화연대 / acc21@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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