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차 쓰려거든 목숨 걸어라

자동차 하청업체 노동자 휴가원 내자 식칼테러 현대차노조, 회사와 교섭통해 사태해결·고용승계책 합의

월차를 요구하던 하청 노동자를 회사 관리자 흉기로 찌른 사건이 발생하자 원청 노동조합이 사태해결에 나서 피해보상과 도급업체 노동자 고용보장 등을 쟁취했다.

현대자동차 아산지부(지부장 오점근)에 따르면 지난 3월19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사내하청 업체인 세화산업에 근무하는 송성훈씨가 월차를 사용하기 위해 휴가원을 제출하자 이 회사 과장인 임 아무개(세화산업 사장의 처남으로 알려짐)씨가 휴가원 철회를 요구했고 이 와중에 멱살잡이가 벌어지며 송 씨가 뒤로 넘어져 타박상을 입었다 것. 이후 송씨는 진단서를 떼기 위해 인근 광혜병원으로 이동했고, 이 소식을 들은 임 과장이 폭력배로 추정되는 신원미상의 청년 2명과 송씨가 입원해 있는 입원실로 찾아와 송 씨에게 이불을 뒤집어 씌우고 흉기로 아킬레스건을 두 차례나 찔렀다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송성훈씨는 아킬레스건 60% 이상이 손상돼 전치 22주의 진단을 받았다.

사건 발생 직후 구성된 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는 세화산업 노동자 양해삼 씨에 따르면 평소 세화산업은 자유로운 사용이 보장된 월차마저도 대체인력 문제를 이유로 5일전에 사전 신고한 후 사용하토록 했으며, 이 때문에 관리자와 노동자간에 사소한 시비가 잦았다.

사건발생 이후 세화산업 노동자들이 주로 파견돼 근무하고 있는 의정부를 중심으로 파업과 잔업 거부가 24일까지 이어졌다. 현대자동차 아산지부 집행부와 대의원 그리고 세화산업 노동자 등은 비상대책위를 꾸리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 △비정규직 처우개선 △사내하청 업체 관리강화 등을 요구하며 본청인 현대자동차 쪽과 협상을 벌였다.

대책위와 현대자동차는 몇차례 협상 끝에 지난 3월24일 밤 △피해자 치료비 전액 배상 △세화산업 도급계약 해지 △세화산업 노동자 조건없는 고용승계 △후생복리비 정규직·비정규직 동일 적용 △아산공장 생산직 신규인원 채용시 사내 협력업체 노동자 40%이상 채용 △사내 협력업체 사업주 변경 때 변경 사업주를 통한 하청업체 노동자 고용승계 △대표이사의 공개 서면 사과와 폭행사태에 대한 재발방지 약속 등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문과 관련해 대책위에 참여했던 현대자동차 아산지부 이동석 부지부장은 "그동안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려고 하면 도급계약을 해지하는 등 원청회사인 현대자동차가 전근대적 노무관리를 해왔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합의안을 통해 회사가 사내 협력업체 사업주 변경시 변경 사업주를 통해 해당 하청업체에 종업원의 고용을 승계·유지토록 하는 등 하청업체 노동자와 관련된 보호조치 일부 확보했다"고 합의안에 대해 평가했다. 이 부지부장은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조직화 사업 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이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폭행의 주모자로 알려진 임모씨는 사건 발생 다음날 경찰에 자수했다.

이상근 change@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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