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노조, 올 임단협 준비 ‘착착’

2003 단협에 일요 휴무, 도급·용역·소사장제 도입 불가 명시키로 다양한 고용형태, 임금체계 단일화를 위한 ‘표준근로계약서’마련


*전국타워크레인노조 대의원대회(2003.3.30) [사진출처:워킹보이스 김경란 ]

“일요일은 쉬고 싶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작년 한해 ‘타워크레인 일요휴무 정착화 투쟁’을 전국적으로 진행해 왔던 전국타워크레인기사노조(위원장 채수봉)가 올해 임단협 교섭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조는 3월30일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회의실에서 대의원대회를 열고 2003년 단체협약안과 함께 임금체계가 통일돼 있지 못하고 고용형태가 다양한 타워크레인기사들의 근로계약을 체계화하는 ‘표준근로계약안’ 마련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재적 대의원 50명 중 47명이 참석한 이날 대의원대회에서는 노조는 △노사합의 없이 신규 및 대체기사 채용 금지 △타워크레인 업무, 도급·용역·소사장제 전환 금지 △어떠한 사유로든 일요일 장비 가동 금지 △조합원 임금저하 금지 △업계 최저임금(시급 6,681원)이하 근로계약 금지 △4대보험 가입 등을 핵심 요구안으로 하는 단체협약안을 확정했다.

타워기사 월급 ‘깎아’먹는 용역·소사장제
타워크레인기사노조의 단체교섭 대상은 무려 147개나 되는 임대업체이다. 타워기사들이 타워크레인 임대업을 하는 임대업체 소속으로 공사 현장에 투입되기 때문에 각각의 기사들이 소속된 임대업체들과 모두 교섭을 해야 한다. 노조가 마련한 임단협 교섭안 중에서 가장 핵심은 이 임대업체들이 타워크레인 업무를 용역·도급화하거나 소사장제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단협을 통해 막겠다는 것이다.

지난 2001년 8월 설립된 노조에는 현재 전국에 있는 타워크레인기사 1,800여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00여명이 가입해 있고, 설립 첫 해에 27일간 파업을 한 끝에 97개 업체와 일요 휴무와 10~15만원의 임금인상 등을 뼈대로 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장기파업 뿐 아니라 2일간의 고공농성까지 벌여가며 단협으로 따냈던 ‘일요휴무’는 채 1년이 못 되어 현장에서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이는 당장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일요일 특근을 하면 웃돈을 챙길 수 있다는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타워기사들 스스로가 하나둘씩 일요 근무를 하기 시작한 탓도 있지만 노조 설립 이후 업계에 불기 시작한 간접고용화가 더 큰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규모의 노조가 설립되고 이들의 단체행동의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자 타워크레인 임대업체들은 아예 소사장제를 도입, 이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려는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소사장제’는 개인사업자등록을 한 타워크레인기사가 ‘소사장’이 되어 임대업체에게 타워크레인 임대업 자체를 넘겨받는 것이다. 기사들은 이 소사장제 기업의 소속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모기업인 임대업체에서는 노무관리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면한다.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해도, 올해처럼 임단협 협상을 하려해도 임대업체에서는 기사들이 소속된 소사장에게 떠넘기고 교섭에 나서지 않을 공산이 크다.

물론 "모기업도 소사장제 업체에 근무하는 노동자에 대해 임금 등 노동관계법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소사장제를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임대업체는 기사들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 가운데 일부를 소사장들에게 기사관리비 명목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결국 기사들의 임금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노조 장세용 부산경남지부장은 “노조는 임대회사가 아닌 원청중기업체를 상대로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려고 하지만 임대업체는 소사장제를 도입해서 노조를 유명무실화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노조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일요휴무 정착화’를 위해 일요일에는 타워크레인 가동을 중지하려 하고 있지만 소사장들의 반발로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노조는 이 같은 폐해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이번 임단협 교섭에서 신규 및 대체기사 채용 금지 조항과 소사장제 전환 금지 조항을 핵심 요구안으로 관철시켜나갈 계획이다.

타워기사 임금은 엿장수 맘대로?
이번 대의원대회 결정사항 중 임단협 교섭안에 못지않게 의미가 있는 것은 바로 ‘표준근로 계약서’를 마련, 이에 근거한 근로계약을 체결토록 한 것이다.

노조는 교섭안에 타워기사들의 임금제도는 ‘월급제’로 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노사합의 없이 임금하락을 금지하는 것을 명시 할 계획이다. 또한 타워크레인 업계 최저임금(시급 6,691원)을 근로계약시 최저임금으로 정했다.

그 동안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근로계약서조차 없이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휴일 근무수당과 시간외 근로수당 역시 현장사정에 따라 그때그때 ‘웃돈’을 얹어 받는 형태였다. 타워기사들의 고용형태가 워낙 다양하고 임금체계조차 통일돼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러한 주먹구구식 근로계약을 ‘표준 근로계약서’로 단일화하고 단협에도 ‘근로자를 신규채용 할 때는 반드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는 내용을 명시할 계획이다.

표준근로계약서에는 그 동안 현장 관례상 △타워기사들이 일일 8시간이 아닌 10시간을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2시간에 대해 시간외 근로수당을 적용할 것(단, 2시간 이후 연장근무 수당은 원청과 합의) △동절기 현장휴무기간동안 평균임금 70% 이상 지급 △현장 공사 마감시, 퇴직금과 별도로 통상임금 70% 이상의 성과급 지급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노조는 이렇게 근로계약을 체계화함으로써 그 동안 연봉제를 구실로 한 ‘포괄임금산정’으로 실제적으로는 적용 받지 못했던 퇴직금이나 시간외근로수당 등을 확보하고, 근로계약 자체가 불완전해 잦은 이직으로 이어졌던 타워기사들의 고용불안도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워킹보이스 김경란 기자 eggs95@kcw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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