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학자 보육시설 태부족…여성과학자 51%가 자녀 1명

여성과학자 보육시설 태부족…여성과학자 51%가 자녀 1명

"아기를 낳고 싶어도 맡길 데가 없어 걱정입니다. 낳고 싶어도 아기를 낳지 못하는 심정은 아무도 모를 겁니다."

대덕연구단지 모 연구기관에 다니는 여성과학자 S 박사는 지금도 수년전 갓난 아기를 키울때를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출산 휴가가 끝난 다음 3년여간 아이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유치원 종일반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얼굴'은 볼 수 있지만 당시 그녀는 다시는 아기를 낳지 않으리라고 굳게 결심을 했다.

'어린이 집'에 들어가기 전 무렵 2년이 넘도록 주말이면 서울에 있는 시댁을 오가면서 아기와 한차례 이산가족 상봉을 하는 생활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찢어집니다. 다른 연구원에 다니는 남편과 상의해서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합의 했습니다"라고 고백한 뒤 "지금이라도 주변에 보육시설이나 혹은 맡길데가 있으면 아이를 낳고 싶어요"라고 밝혔다.

여성과학자들을 위한 영유아 보육시설 부족이 심각한 양상이다. 특히 3세 미만(1년6개월)의 영아들을 위한 보육시설은 절대 부족이어서 여성과학자들의 연구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과학기술인협회 정광화 박사는 "여성과학자들의 최대 고민중의 하나는 영아 보육 문제"라고 단언한 뒤 "여성과학자들의 보육문제는 곧바로 연구활동과 성과로 이어지는만큼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아 보육시설 부족 문제는 최근 여성과학기술인협회(회장 정광화)가 여성과학자 2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 조사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기혼 여성과학자 가운데 절반을 넘는 51%의 여성과학자가 자녀를 1명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2명인 경우는 46%, 3명은 3%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여성과학기술인협회 관계자는 "상당수의 여성과학자들이 보육시설만 제대로 갖춰지면 아이들을 더 나을 계획을 내놓았다"라면서 "여성과학자들을 위한 보육시설 확대 문제를 수차례 건의했지만 번번히 묵살됐다"고 밝혔다.

대덕연구단지에서 과학자들을 위해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보육시설은 유성구 도룡동에 위치한 연구단지 어린이집(원장 이춘희). 이곳은 현재 정원이 약간 넘는 2백40여명의 영유아들이 자리를 지키면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연구단지 시설인 이곳에 여성과학자가 아기를 맡기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로 소문이 나 있는 형편이다. 올해도 2백명 모집에 6백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바늘구멍을 실감케 했다. 그것도 대부분 4세 이상의 유아로 채워지고 있다.

영아 문제가 이렇듯 심각한 것은 유아는 사설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지만 영아의 경우는 쉽지가 않기 때문. 3세 이하의 영아는 돌연사나 전염병에 노출될 우려가 훨씬 높은 점이 이유로 꼽히고 있다.

때문에 '맞벌이' 여성과학자의 경우 당연히 멀리 떨어진 시댁이나 처가, 이도 저도 아니면 베이비시터를 쓸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모 출연연의 한 여성과학자는 "외국의 경우는 베이비시터제도가 잘 되어 있지만 한국의 경우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면서 "여성과학자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영아 보육시설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요셉/구남평 기자




2003/04/01 오후 2:37
ⓒ 2003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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