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국회는 끝내 양심과 도덕, 생명과 평화의 길을 버리고 협잡과 파괴, 죽음의 길을 향해 걸어갔다. 국회 밖에서 일말의 희망으로 결정을 기다렸던 우리는 이라크와 전세계 모든 사람들 앞에 차마 얼굴을 들 수 없는 부끄러움 때문에 참담한 비탄에 잠긴다. 전쟁은 10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의 사지를 산산조각 내는, 참전한 군인의 사망통지서 앞에 실신하는 어미의 피눈물만을 남기는 잔혹한 기록이다. 특히 이라크 전쟁은 인류가 약속한 국제적 약속마저 포악한 짐승의 이빨로 짓이기는 명분조차 상실한 침략전이다.
그런데 한때 원칙과 소신으로 칭송 받았던 대통령은 전쟁으로써 평화를 벌겠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살육의 길을 선택했다. 한국 국회는 반전으로 들끓는 여론을 무시하며 자국의 젊은이들을 포탄이 떨어지는 땅으로, 전쟁의 공범자로 내몰자고 결정했다. 누구를 위한 평화이며, 누구를 위한 국익이란 말인가. 수백만의 사람들을 죽이는 대가로 얻는 한반도의 평화를 누가 약속했는가. 정부가 말하는 국익은 미국의 석유재벌과 군수재벌이 흘리는 떡고 물을 받아먹겠다는 것이며, 국회가 밝히는 평화는 정글의 패권을 쥔 미국의 더러운 안보벨트에 편승하겠다는 수작일 뿐이다. 국제 깡패에게 국익과 평화를 구걸하는 꼴이다.
한국의 민중은 공존을 위한 헌정질서가 유린되고, 평화와 인권의 가치가 새로운 세상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 믿었던 희망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을 결코 그냥 바라볼 수 없다. 한국군이 미·영 연합군과 함께 이라크 민중을 살해하고, 패권으로 국제질서를 재편하고 인류
의 미래를 혼돈의 아수라장으로 만드는데 부역하는 것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우
리는 전범국가의 국민이 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천명한다. 국회의원들과 대통령의 잘못된
결정 때문에 전세계인의 비난을 받을 수 없으며 죄악의 굴레를 쓸 수 없다.
우리는 국회의 명복을 빌기 전에 단 한번의 기회를 준다. 국회는 지금이라도 파병을 즉
각 철회하고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 침략을 중단하는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라. 마지막 기
회마저 외면해 버린다면 우리는 공장을 멈추고, 강의실을 뛰쳐나오는 이들과 함께 한국군
이 이라크를 향해 떠나는 비행기와 선박의 엔진을 뜯어낼 것이며, 죽어 버린 국회의 장례식
을 준비할 것이다.
국회는 알아야 한다. 시민사회단체의 낙선운동보다 더 두려운 것이 역사의 주인인 민중
의 심판이며, 이라크 사람들의 피맺힌 원혼인 것을. 다시 한번 경고한다. 파병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평화대열에 동참하라. 그리고 다시 한번 천명한다. 우리는 파병 저지를 위해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싸울 것이며, 끝내 인류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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