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시가전, ‘예닌 학살’ 방식으로?


*지난해 팔레스타인의 2차 인티파다(봉기) 때 이스라엘군에 의해 학살된 팔레스타인인의 사체. [출처: Aljazeera ]

지난 2일,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이 시작된 지 14일째, 미중부군 사령부는 “공화국수비대의 바그다드 사단을 궤멸시킨 뒤 바그다드 남쪽 65km 지점까지 진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언론에서는 바그다드 대공세가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으며 이르면 48시간 내에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지난 3일에는 이라크 최정예 공화국 수비대를 궤멸시키고 바그다드 경계에서 6㎞떨어진 지점까지 진격, 사담 국제공항 일부를 장악했다고 미영 연합군은 밝혔다.

바야흐로 바그다드에서의 전투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과연 미영 연합군은 어느 시기에, 어떤 방법으로 바그다드 '공략'에 나설까.

미국의 언론들조차도 바그다드 공격 시기를 놓고 제각각 다른 예상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3월 31일 [워싱턴포스트]는 여건이 성숙할 때까지 전면적인 지상군 공격을 늦출 거라고 예상한 데 반해, [유에스에이투데이]는 길어야 일주일 이내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은 3일, 미군은 이라크 임시 정부 수립에 나서는 한편 수도 바그다드를 전면적으로 공격하지 않고 고립시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미영 연합군 측은 후세인이 노리는 것이 바로 바그다드에서의 시가전이라고 보고 이를 피하지 않을까 하는 예측이 우세한 편이다. 시가전이 계속되면서, 양측의 사상자가 늘어나면, 국제사회의 반전 여론도 고조되면서, 휴전압력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자 방식이든, 그로즈니 방식이든 결국 '대량학살' 방식
바그다드 공격 시기, 그 방법 등에 대해서는 미국의 전략지휘부 내에서도 여러 가지 이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계속 밀어붙일 것인가, 아니면 병력과 무기를 확충하면서 포위 공격을 할 것인가.

지난 25일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미영 연합군이 바그다드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점점 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리라는 것을 밝힌 바 있다. 왜냐면 바그다드를 ‘점령’하려면 미군과 영국군이 원치 않는 시가전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바그다드의 공격에 대한 ‘바로미터’가 되고 있는 것이 이라크 남부의 바스라인 듯이 보인다. 바스라 시는 국제적십자사나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지적한 것처럼 즉각 원조를 제공하지 않으면 인도적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고 할 만큼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미영 연합군이 이 도시를 포위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사전문가들은 ‘스탈린그라드 모델’이 적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러시아 군사정보국이 지난 달 26일에 분석한 바에 따르면, “바스라 시 점령은 연합군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바그다드 시를 ‘무혈’ 입성하는 모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영국군 지휘부는 이 도시에 식량, 전기, 물이 부족하게 되면, 동요 상태가 일어날 수 있고 결국 지역 주민은 방어군에게 항복하도록 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면서 ‘중세 시대의 성곽 포위공격을 연상시키는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군이 바그다드 시에 대해 취할 전술이 이와 같은 고립, 봉쇄, 포위 작전이라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인도적인 재앙' 일 것이다.


*지난해 팔레스타인의 인티파다(봉기) 당시, 예닌으로 진격하고 있는 이스라엘군. [출처: ABC ]

한편, 페페 에스코바르(Pepe Escobar)는 [아시아타임스] 4월 1일자에 가자 방식이냐 그로즈니 방식이냐라는 기사에서 “미국이 이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가자 방식이고 또 하나는 그로즈니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가자 방식이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가자 지구에 대해 펼쳤던 소모전을 말하는 것이고, 그로즈니 방식이란 러시아가 체첸의 그로즈니에 대해 펼쳤던 초토화 작전을 말하는 것이다. 가자 방식이나 그로즈니 방식이나 '대량학살(genocide)'의 방식이기는 마찬가지다.

어쩌면 미영 연합군은 러시아가 그로즈니에서 그랬던 것처럼, 바그다드 시에 대해서 계속해서 공습을 하면서 초토화시켜 놓은 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불도저와 탱크로 밀어붙이듯이 하면서 바그다드를 점령하려 할지도 모르겠다.

미국이 시가전의 전투 방법에 대해 이스라엘측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는 뉴스도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측으로부터 지난 2002년 4월에 일어났던 요르단강 서안 지구의 ‘예닌 학살’의 방법을 바그다드의 전투방법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스틴 허글러(Justin Huggler)는 [인디펜던트] 3월 29일자, 이스라엘이 예닌식의 시가전에 대해 미군을 훈련시켰다라는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미군이 이스라엘군에게 시가전에 대해 문의를 했으며, 특히 2002년 4월에 일어났던 예닌에서의 ‘전투방법’에 대해 조사했다는 것이다. 전쟁사와 군사전략의 전문가인 예루살렘의 헤브론 대학 마틴 반 크레벨트(Martin van Creveld) 교수가 작년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르죈느(Lejeune) 캠프에서 미 해병대에게 예닌에서 사용했던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언했다는 것이다.

반 크레벨트 교수는 “미국에서 제조한 민간용 대형 D9 불도저가 가장 유효한 무기였다.” “당초 이스라엘군은 예닌에서 전차와 장갑차 등이 좁은 도로에 진격할 수 없다는 데 대해 곤혹감을 느꼈지만, 개조된 불도저를 투입하여 도로 폭을 넓힘으로써 후속 부대가 진격할 수 있었다” 등이라고 언급하여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주고 있다.

자살폭탄 공격은 이라크의 '팔레스타인화'을 상징하는 사건
‘예닌 학살’의 참혹함을 다시 거론할 필요는 없겠다. 하지만, 이미 미국과 영국의 연합군은 나자프에서의 자살폭탄 공격이 일어난 이후 이라크 주민들을 마치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하듯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지금 미국과 영국의 연합군에 의해 이라크의 ‘팔레스타인화(Palestinization)’가 한창 진행중인 것이다. 나자프에서 지난 달 29일 일어나 자살폭탄 공격은 이라크의 '팔레스타인화'을 상징하는 사건이었을 것이다.

이라크 측은 이런 자살폭탄 공격이 계속해서 이어지리라는 점을 공식화한 바 있다. 아지즈 부총리는 지난 달 30일 미국 ABC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자살공격이 (이라크의) 새 방어책이냐는 질문에 "새로운 것이 아니며 침략자들의 위협을 받는 사람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스스로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자살폭탄 공격이 있자, 미군의 '과잉반응'은 곧바로 이어졌다. 지난 31일 나자프 근교에서 미육군 제3보병사단 소속의 미군들이 한 대의 자동차를 공격해 이라크인 여성과 어린이 7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었던 사건이나, 1일 샤트라 근교의 검문서에서 민간인 트럭을 향해 발포해서 이라크 운전사를 사살한 사건 등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사람의 눈에는 바그다드 진격이 더할나위 없이 바람직한 일로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이 전쟁을 통해 참으로 엄청난 참극이 벌어졌지만, 미영 연합군이 바그다드로 접근하면 할수록, 인류의 대참극이 일어날 가능성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20세기에 나치는 아우슈비츠 학살이라는 씻을 수 없는 죄악을 저지렀다. 21세기 신나치는 바그다드 대학살을 향해 '진격'하고 있는 중이다.


Georeport 안찬수 transpoe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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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 이라크전 , 인간방패 , war , ir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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