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연맹 사내하청 실태 및 해결과제 토론회(2003.4.1)[출처:워킹보이스 이정희]
월차휴가를 달라던 하청노동자가 식칼테러를 당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사내하청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조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정규직 중심의 산별연맹이 직접 비정규 조직화에 나서야 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금속산업연맹과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지난해 10월부터 두달동안 연맹 산하 사업장 정규직 547명, 사내하청 883명을 대상으로 조사, 1일 발표한 ‘금속산업 사내하청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실태연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1.2%는 연맹이 해야 할 역할 1순위로 ‘조직화를 위한 직접적인 노력’을 꼽았다.
사내하청의 경우 조직화 노력(35.3%)에 이어 정부정책에 비정규직 입장 반영(21.2%), 법률 상담 서비스 활동(15.8%) 등의 순으로 응답했고, 정규직의 경우는 조직화 노력(25.6%)에 이어 조합원 교육홍보 강화(25.4%), 법개정 등 제도개선투쟁(20.6%) 등의 순으로 답변했다.
바람직한 노조 가입 방식으로는 고용형태를 불문하고 ‘정규직노조에 가입해야 한다’는 응답(48.1%)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정규직의 경우, 정규직노조 가입(38.1%)과 금속노조(연맹) 지역조직 가입(35.8%)을 비슷한 비율로 꼽은 반면 사내하청의 경우 정규직노조 가입(55.4%)을 금속노조(연맹) 지역조직 가입(20.9%)보다 2배 이상 높게 지지했다. 사내하청의 별도노조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정규직(19.1%)이 사내하청(14.7%)보다 약간 많았다.
“업종별 조직형태 세밀한 고민 필요”
발제를 맡은 박영삼 비정규노동센터 정책기획국장은 구체적인 조직형태와 관련, “금속산업 내에서도 업종별로 분업구조, 노동시장과 노동과정의 특성, 조직화 주체의 특성 등을 감안해 조직화 경로와 조직형태를 보다 세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조립생산에 의존해 단순반복작업이 많아 대체가능성이 큰 자동차완성(부품)쪽은 직영과 하청의 통합조직으로 가는 것이, 생산공정의 표준화와 자동화가 어려워 단위생산물 공정자체를 통째로 아웃소싱하기 쉬운 조선(철강, 기계)쪽은 지역업종조직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박 국장은 “이 역시도 ‘1공장 1노조, 1산업 1노조’의 산별노조 원리를 실천해 나가는 과정으로 이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맹 박병규 부위원장은 “비정규 조직화에 있어 더 이상 대기론적, 준비론적 자세를 가져선 안 된다”며 “전국적인 차원에서 기획된 조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위해 연맹은 더 이상의 비정규 확산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징계하기로 결의했으며, 상반기에 단계적 정규직화, 노동자 내부 차별 해소, 임금격차 81%까지 해소 등을 목표로 임단협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한림대 박준식 교수는 “비정규 문제는 노동운동 전체의 과제이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한국 노동운동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불법파견 대응 ‘고심’ 사내하청 대부분 불법파견 불구, 주체 준비 미약 2001년 (주)캐리어,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불거졌던 불법파견 문제가 비단 이들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님에도 노동계는 적극적인 대응방안 마련에는 아직 '고심'중이다. 1일 발표된 ‘금속산업 사내하청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실태연구’에 따르면, 사내하청 노동자 가운데 스스로 파견이라고 응답한 경우는 2%에 불과한 반면, 파견근로의 핵심적인 특징으로 볼 수 있는 '작업지시를 사용업체 관리자나 정규직, 또는 다른 사내하청 업체로부터 직접 받는다'는 응답이 50.3%에 달했다. 특히 업종별로는 철강/기타의 84.2%, 기계금속의 70.7%가 사용업체의 지시를 받는다고 답했다. 사내하청업체의 대부분이 원청업체와 '도급'계약을 맺는 것을 감안하면, 형식적으로는 도급이지만 실제로는 파견의 형태로 일을 하는 셈이다. 또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하고 있는 일은 거의 대부분은 ‘1년 내내 가능한’ 상시업무이고 한 사업장에서만 일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가운데 자신의 일이 1년 중 특정기간에만 가능한 업무라고 답한 사람은 5.2%에 불과하고, 일거리를 찾아 업체를 옮겨다닌다는 응답은 13.3%에 그쳤다. 센터 박영삼 정책기획국장은 “조사결과 사내하청의 83.9%는 1년 내내 한 사업장에서만 일하는 ‘붙박이형’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결국 사내하청 노동자의 대부분은 상용노동자로서 도급계약과 간접고용으로 인한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내하청이 ‘불법파견’ 혐의를 받고 있지만 이에 대한 노동계의 대응은 아직까지 미약하다. 금속연맹 박병규 부위원장은 “불법파견 대응 투쟁은 심각한 만큼 전면전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내부의 철저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김진억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은 “아직까지 주체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불법파견 문제를 전면화하면 자본의 대응력만 높일 수 있다”며 “치밀한 준비와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맹은 미조직특위 산하에 불법파견 대책회의를 두고, 4월말까지 ‘불법파견 체크리스트’ 등을 통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뒤에 이를 공론화하고 해결을 촉구하는 투쟁을 병행해 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현재 이미 일정 규모의 사내하청 투입을 정규직 노조가 용인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느 정도 선까지 사회적 문제로 부각시켜낼 수 있을지, 또한 불법파견 노동자 직접 고용이라는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
워킹보이스 이정희 기자 goforit@kcw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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