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전쟁, 제국주의전쟁, 그리고 노동자민중

이종회(노동자의힘 대표)

미국의 이라크침공에 이은 파병전쟁이 남한에서 벌어지고 있다. 파병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일정에 맞춰 국회 앞은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 노동운동, 사회운동진영의 육탄전에 가까운 투쟁에 이어 문인, 교수들이 나서고 급기야는 사회운동 원로들이 나서 기자회견을 하고 게다가 전례 없이 명동성당에 천막을 치기에 이르렀다. 국회에서는 민주당, 한나라당이 서로 상처를 덜 입기 위하여 성의를 더 보여줄 것을 요구하며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으며, 시민운동진영을 중심으로 내걸고 있는 파병찬성 의원에 대한 낙선운동이라는 협박(?)에 파병동의안 처리 이후 유탄을 피해보고자 전전긍긍하고 있다.
2차대전 이후 전쟁의 직접적인 포화에서 벗어나 있었고 포드주의 생산방식과 테일러주의 노동관리방식에 힘입어 전세계 상품생산의 2/3를 차지하고 있던 미국은, 국가간의 상품교역을 보다 쉽게 하기 위해 관세를 일괄적으로 낮게 관리하는 GATT를 만들었다. 명분은 새로운 제국주의 전쟁을 막는다는 것이었으며,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고정환율제와 함께 전후 새로운 세계경제를 구성하는 기본축이었다. 그러나 60년대 말 과잉생산, 과잉축적의 위기에 더 이상 이러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체제는 지탱될 수 없었다. 불안정한 달러가 기축통화 역할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변동환율제를 도입하게 되었다. 공산품뿐만 아니라 농업, 서비스 등을 포함한 모든 부문을 교역의 대상으로 편입하는 우루과이라운드가 합의되고 WTO가 출범하면서 GATT체제는 명맥만 남고 새로운 세계무역체제가 형성되게 되었다.
자본간의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었다. 일국 내에서 생산과 소비가 완결적으로 가능하다고 하는 거대한 영토와 인구를 지닌 미국에 대항하는 꿈이 유럽에서 EU라는 경제공동체로 실현되었다. 그러자 미국은 1997년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를 체결하여 캐나다와 멕시코를 관세가 없는 단일 경제체제로 만들어 시장의 영역을 넓히더니 2005년까지 남북미를 모두 포괄하는 전미자유무역협정 FTAA를 만들기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이에 EU는 2005년까지 구 동구권을 포함하여 경제공동체를 넘어서 연방제라는 정치적인 단일국가를 만들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euro라는 화폐를 만들어 전세계 달러동조화(Dollarization)를 저지하고자 euro를 매개로 한 EU 경제정책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나선 것이다. 바야흐로 달러와 유로와의 전쟁, 미국과 유럽의 시장확장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라크전쟁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이미 우리가 많이 거론해 온 대로 석유와 무기를 위한 전쟁이자 구 동구권과 아랍권에 대한 달러와 유로와의 전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미국의 침공에서, 과잉생산 과잉축적에 시달리는 자본간의 긴장이 전쟁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음을 분명하게 목도한 것이다. 즉 유럽이 아니라 미국을 선택한 영국과 미국의 영미연합 (Anglo-American Alliance)과 유럽을 선택한 러시아 유럽연합간의 자본전쟁이자, 석유이권 쟁탈전쟁이자, 무기연합 간의 전쟁이다. 신자유주의시대(!) 자본간의 전쟁을 위해서 국제연합 UN을 뭉게 버린 것은, 자유주의시대를 거친 제국주의간의 전쟁으로 국제연맹이 무력화되어 버렸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전쟁이다. 이어 자본간의 긴장이 미국의 이라크침공으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면서 세계경제질서 역시 새로이 재편될 것이다. 그들간의 긴장으로 그들이 그렇게도 원하여 1998년 OECD에서 제정하려던 다자간투자협정 MAI가 파탄났고, 1999년 씨애틀에서의 각료회의도 무너져버렸던 것처럼, 그리하여 작년에야 카타르 도하에서 겨우 합의하였던 WTO체제 즉 세계자유무역질서도 때로는 어쩔 수없이 미봉지계로 우회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새로이 구축될 시점에 다가와 있다.
이제 자본간의, 제국주의전쟁에 함께 하고자 하는 파병을 감히 전략적이라고 선언하는 그 순간 이 정권의 본질은 명확해진다. 그러나 지난 번 다자간투자협정 MAI에서 그러했듯 어떻게 변화할 지 모를 WTO체제에서의 서비스협정 양허안을 노동자 민중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정에 맞춰 제출한 것을 보면 순진하거나 무식한 자본의 대리인일 뿐이다.
전쟁의 최대의 피해자이자 평화를 사랑하는 노동자 민중이, 점점 격화될 자본전쟁, 제국주의전쟁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를 근본적으로, 역사적으로 다시 확인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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