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접어들면서 미국은 신경제라는 새로운 자본주의에 대한 기대가 한껏 넘쳐 있었다. 이미 많은 학자들이 내다본 정보화사회가 고어라는 특출한 실천가가 주창한 정보고속도로에 의해 실현되는 듯했다. 정보통신산업은 굴뚝산업을 대체하는 새로운 산업으로 각광받았고 정보통신을 매개로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고자 하는 엄청난 규모의 M&A가 이루어졌으며, 그 기대는 금융자본주의와 어울려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주식으로 반영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세기에 접어들기 전에 실험은 무위로 돌아가고 신경제는 파산이 났다. 그러나 정보통신이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한 것이 그나마 지난 10년의 실험의 성과였다.
생산에서 소비까지 자본을 합리화하는 데 있어 정보통신은 위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자원 과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유연생산체제를 구축함에 그러하다. 그것은 신자유주의 자본전략과 어울리면서 노동비용을 감소하고 이에 저항하는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는 데 가 장 적절한 방안이 되었다. 최근 자본측이 돈을 들여서라도 구축하고자 하는 전사적 자원관 리 시스템인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타이어 등의 노무관 리에서 위력을 발휘한 바 있는 ERP는 최근 자동차산업과 병원 등에도입되면서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한편 수요를 예측하는 것을 넘어서 창출하는 데 있어서도 정보통신은 위력을 발휘한다. 그리하여 자본측이 연령, 학벌, 재산정도, 가족사항 등 소비예측, 창출과 관계되는 모든 소비 자의 정보를 사활을 걸고 모으게 되면서 정보는 곧 돈이 되었다. 국가에서 국민의 정보를 집적하고 집중하면서 정보통신은 자본합리화의 기제를 넘어서 국 민에 대한 통제체제 구축을 위한 도구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17세가 되어 주민등록을 하게 될 때 주민등록증의 10여가지 개인자료가 아니라 주민등록표상의 수록항목 141가지가 이미 국가에 의해 관리되고 있으나, 정부는 이에 만족하지 못한다. 주민등록정보, 의료보험정보, 신용정보 등을 모두 합쳐 IC칩을 넣은 전자주민카드를 만들려고 하다 실패한 정부는 이후 에도 대국민서비스를 명분으로 전자정부라는 거창한 구호를 내걸고 국민의 정보를 집적, 집 중함에 유난히 노력해왔다. 국민의 다양한 형태의 정보수집과 데이터베이스화, 개별 데이터 베이스의 통합과 중앙집중, 감시장치의 일상화에 따른 초감시국가 등장에 대한 우려는 여기 서 출발한다. 이러한 정보는 미국에서 9·11테러 이후에 전형적으로 보였듯이 위기시에는 도 감청을 포함한 국민통제기능으로 활용된다. 아울러 경제가 불안정할 때에는 경제위기 극 복방안으로 자본에 정보를 넘겨주기도 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육행정의 효율적 정보화, 교육행정서비스의 획기적 개선, 교육행정의 전자정부 구현 등을 걸고 추진하는 전국단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이야말로 정부가 추진하는 불필요한 정보의 집적, 집중에 해당한다. 인 사, 예산 , 회계, 시설 그리고 교무, 학사 등 20여개 영역에 대한 서비스가 그러하듯, NEIS 는 보건과 생활기록부를 포함한 미성년 학생에 대한 정보 및 200개가 넘는 교사에 대한 정 보가 입력되게 된다. 이들 정보가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중앙에 집중되는 그 순간 사제지간은 파괴되고, 민주주의와 인권은 위협받게 될 것이다. 마침 NEIS는 삼성SDS의 ERP시스템을 모태로 한 유연한 프로그램이어서 교사에 대한 노동통제는 마음먹기에 달렸을 뿐이다.
정보의 불필요한 집적과 집중은 금지돼야 한다. 정보사회에서의 민주주의와 인권은 정부 나 자본으로부터 자기정보를 스스로 통제할 권리를 확립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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