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세계] 부모와 떨어진 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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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아이의 발달에 대해 무지한 것이 얼마나 아이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는지 모르는 부모가 의외로 많다. 특히 말로 의사 표현을 못하는 어린 아이일수록 그런 일이 더욱 빈번하다.
며칠 전 30개월 된 남자아이인 시원(가명)이가 부모 손에 이끌려 병원에 왔다. 시원이는 약 18개월 때부터 잠을 잘 자지 않고 무엇이든 먹이면 자주 토하는데다,최근에는 밥을 아예 먹지도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유를 우유병으로 빨면서 먹으려고 한다고 했다.

아이와 부모 사이의 애착에 문제가 생긴 듯했다. 시원이의 부모는 몹시 지쳐있었다. ‘곧 나아지겠지’하며 기다렸는데 아이의 문제는 점점 심해져만 간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부모가 지칠수록 애착의 문제는 더욱 심해지기 마련이다.
증세가 이쯤 되면 아이가 기질적으로 몹시 까다로우리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기질검사결과 시원이는 편안한 기질을 타고 난 아이로 진단됐다. 실제로 돌까지는 아주 순한 아이여서 아이가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였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아기들은 백일 전까지 수면이 불규칙적이고 낮과 밤이 바뀔 수 있다. 그러다가 엄마가 아이의 특성에 잘 맞춰주면 저절로 수면의 주기가 생겨 낮과 밤이 제자리를 찾고,점점 오랫동안 깊이 자게 된다. 까다롭던 아이가 엄마의 적절한 양육에 의해 점점 편안한 아이가 되는 것이다.
시원이의 경우는 그 반대였다. 엄마의 양육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시원이는 생후 16개월 무렵 동생이 생겼고,부모는 동생이 태어난 후 한달 이상 시원이를 시댁에 맡겼다.
여기서 시원이 부모가 얼마나 육아에 대해 무지했었나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아이가 생후 16개월 때는 부모와의 애착을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시기이고,엄마와의 분리에 가장 예민해지는 때다. 그런 시기에 아이를 부모와 떼어놓았으니 아이를 다루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부모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저지른 실수가 아이에겐 평생의 상처가 될 수 있다.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부모들의 이런 실수를 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호분(연세누리정신과 원장·02-6357-7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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