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4시부터 시작된 행사에 앞서 참가단체가 준비해온 반전만화전, 반전평화 현수막 그리기 등 다양한 사전행사가 눈길을 끌었으며, 어린이도서연구회, 겨레아동문학연구회, 동화읽는 어른의 모임 등은 어린이들과 함께 직접 만들어온 피켓을 들고 반전의지를 표현하기도 했다. 어린 딸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도서연구회의 회원은 "어린이들이 죽어가는 전쟁은 있어서 안된다"며 "이라크 어린이가 '전쟁은 우리가 불에 타 죽는 것'이라고 했듯 우리 아이들에게도 '전쟁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죽이는 것이고,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고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김배곤 부대변인의 사회로 시작된 이날 대회는 리영희 교수의 반전강의로 시작되었다. 리영희 교수는 "요즘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이라크가 이렇게 빨리 무너지리라고 생각지 못했다'거나 '이쯤되면 전쟁도 끝났으니 학살에 참여하지 않고 전후복구사업에만 참여할 수 있는 파병을 결정한 것이 결과적으로 잘된 일인 것도 같다'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는 전세계가 미국의 날조, 왜곡, 거짓선전에 속아넘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리 교수는 "이라크는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부시가 행한 제재 때문에 모든 무기를 빼앗겼고, 미국은 이라크가 막강한 군대와 화생방, 대량살상무기를 가진 것처럼 선전해 이라크가 몇 년을 버틸 수 있을 것처럼 착각했었지만 사실 이라크에는 화학 무기도, 유도탄도, 핵무기도 아무것도 없었다"며 "미국은 엄청난 악당을 치려는 것처럼 선전하지만, 미국이 무기를 지원했던 3세계 국가는 모두 독재정권이었고, 후세인 못지 않은 독재자였다"고 밝혔다.
이날 무대에 올라가 '민들레의 합창'을 부른 어린이들은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분필을 손에 쥐고 끊임없이 '미국은 거짓말쟁이, 친구야 전쟁없는 나라에서 만나자' 등 전쟁반대와 미국에 대한 분노를 담은 글들을 바닥에 그려 주위 어른들의 눈길을 끌었다. 수진초등학교 김희선 학생(4학년)은 "이라크 어린이가 다친게 끔찍했어요, 막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직업이 영화배우인 시민으로 참가했다'는 정진영씨는 "전쟁이 끝났다며 반전 운동 역시 멈추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며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중동지역의 갈등은 더욱 거세져 이후 더 많은 전쟁의 빌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씨는 또한 "미국은 여론조사를 해 미국의 제1적대국이 북한이라고 발표했다"며 "한 아버지로서 6살짜리 아들에게 무언가 얻기 위해 부도덕한 짓을 해도 된다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 김정범씨는 "미영 연합군 1천 3백명이 죽었다고 하지만, 이라크군은 물론 이라크 민간인의 사망자수는 헤아릴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며 "걸프전에서 90%이상이 민간인인 20만명의 목숨을 잃었고, 지금도 그 휴우증으로 수천명의 어린이가 죽어가고 있는 곳에 부시가 다시 폭탄을 퍼부어 더 많이 죽어가고 다쳤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씨는 또한 "후세인의 동상이 철거되었지만 진짜 전쟁의 비극은 이제 시작"이라며 "발전소가 파괴되어 전기가 끊기고, 열화우라늄탄은 수십, 수백년동안 방사능 물질을 뿜어내고, 수돗물은 끊겼으며, 의약품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을 제대로 치료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단체연합과 인의협 공동대표 김해룡씨 등은 "마취약이 부족해 수술할 환자를 놓치고 있다"는 이라크의 상황을 전해듣고 이날 이라크 의료지원과 긴급지원의약품을 전달하기 위해 대표단이 이라크로 출국했다. 하지만, 이라크 현지 상황이 확실치 않아 마취제가 전달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김정범씨는 이같은 사실을 밝히며 "최대 수천명의 이라크 어린이가 정신상담을 받아야 하고, 수십년간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사용한 집속탄은 1시간당 1백명의 부상자를 내고, 터지지 않은 것은 지뢰로 묻혀 이라크 어린이들이 놀다가 팔다리가 짤리고 다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또한 "전쟁을 중단하고, 미군은 당장 이라크에서 철수해야 한다"며 "전후복구는 이라크 민중들이 직접 해야 하고, 군정을 실시한다면 민중의 저항을 불러 또다른 전쟁으로 생명을 앗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현재 이라크 어린이들은 장티푸스, 만성설사, 페렴 등의 질병이 평소보다 2-10배나 증가했지만 의약품이 턱없이 부족해 죽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체 어린이의 40% 가량이 만성 영양실조이고, 유엔은 이번 전쟁으로 인해 약 120만명의 이라크인들이 굶주림과 전염병으로 사망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대회에는 각 국의 전쟁저지연합이 연대의사를 보내왔으며, 그리스전쟁저지연합은 "전지구적 반전운동으로 전범국가 미국을 단호히 처벌하자"며 "이라크에서 침략군의 마지막 1명이 떠날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연대의사를 밝혀왔다. 이들은 또한 "그리스에서는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반전동맹휴업을 조직했고, 오는 16일 영국 블레어 총리가 영국을 방문할 때 반대시위를 벌여 '우리는 너희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우리의 반전행동이 또다른 학살이 저지르기 전에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대회를 마친 후, 참석자들은 광화문으로 행진을 시작했으나 전경차로 이미 길을 막아놓은 상태였다. 경찰은 또한 막아선 전경버스 위로 올라가려는 시민들에게 소화기를 마구 발사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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