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는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정보통신부가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을 하는데 있어 사법경찰권을 갖게 되는 내용의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안'을 가결시켜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겼다.
법사위는 법률의 문구와 같은 세부적인 내용의 검토를 거쳐 이 달 말 임시국회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시켜 통과시킬 계획이다. 국회의 이번 법률 개정안 통과에 따라 정보통신부는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단속에 대한 사법경찰권을 위임받게 될 전망이다.
국회가 정통부의 사법경찰권을 통과시킨 지난 15일 하루전인 14일에는 때맞춰 미국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의 제프 하디 아시아태평양지역 담당관이 방한해 눈길을 끌었다.
제프 하디 BSA 아태지역 담당관은 국내 언론들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정보통신부의 상시단속반에 사법경찰권을 부여해 단속을 강화하는 것도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에 대한 인식변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한국정부가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을 낮추기 위해 검찰이 하는 특별단속에서 최근에는 상시단속체제로 바꾸었으나, 상시단속반이 사법경찰권의 부재로 인해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그는 "미국 무역대표부가(USTR)가 오는 30일쯤 지적재산권 침해수준에 관한 한국등급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제지적재산권연맹(IIPA)은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한국정부에 대해 강력한 지적재산권침해방지대책과 저작권법,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등 관련 법령의 개정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에는 지금의 감시대상국(WL)수준에서 강도를 높인 우선감시대상국(PWL)으로 재조정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에 방한한 제프 하디 담당관은 이 달 말 미국 무역대표부의 지적재산권 침해등급결정에 필요한 국내 의견서를 국제지적재산권연맹과 미국 무역대표부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이번 국회의 결정으로 인해 자신들이 가지게 될 사법경찰권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을 실효성 있게 수행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또한 이번에 법사위로 넘어간 사법경찰권 관련 법률 개정안이 과거에도 산불방지단속을 위해 삼림청이 사법경찰권을 부여받은 사례가 있기 때문에 통과가 순조로울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통부와 법사위는 산불방지단속과 불법소프트웨어단속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다. 국민 모두의 이익을 위해 산림을 보호하고 산불을 막는 것과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에 등록되어 있는 104개 소프트웨어업체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어떻게 같은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에 가입되어 있는 104개 회원사들 가운데 많은 업체들이 마이크로소프트나 어도비 등과 같은 외국 소프트웨어업체들이다. 물론 이 협회에 등록된 국내 업체들도 있지만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을 통해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는 곳은 바로 국내 상용소프트웨어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이들 외국 업체들이다. 돈이 없어 협회에 가입하지 못하는 영세한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의 제품은 단속대상에서 제외되고 단속으로 인한 아무런 혜택도 얻지 못한다.
또 최근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는 앞으로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다 적발될 경우, 정품으로 모두 교체하고 권장소비자가격으로 환산해 최고 150%이상의 손해배상금을 물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결국 외국 소프트웨어업체들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해 정부가 경찰의 힘까지 빌려 앞장서겠다는 꼴이다.
정부는 정보통신부가 갖게 될 이번 사법경찰권에 대해 저작권을 보호하고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을 실효성 있게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차라리 '미국의 통상압력에 밀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고, 그나마 동정심이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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