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IS]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의 의미



최근 '인터넷 실명제'를 둘러싼 논란에서 볼 수 있듯,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인터넷의 확산은 우리에게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MP3 음악파일 공유 프로그램인 '소리바다'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저작권과 자유로운 정보접근권 사이의 대립, 911 테러 이후 높아지고 있는 네트워크에 대한 감시와 보안 필요성에 대한 요구와 이용자 프라이버시권의 대립, 정보화의 진전이 선·후진국간 정보 격차(Digital Divide)와 정보 흐름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문제 등도 우리가 해결해야만 할 새로운 도전이다. 인터넷 이용률과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 보급률 등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도전에 상대적으로 일찍 부닥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고민과 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2003년 12월 10일 -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될 예정인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World Summit on the Information Society)'는 정보사회에 대한 비젼과 원칙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의는 여성, 환경, 사회 개발 등 UN이 지금까지 개최되어왔던 일련의 이벤트 중 하나로, 2003년 제네바, 2005년 튀지니의 튀니스 등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이 회의에서는 정보사회의 비젼과 원칙에 대한 선언문을 채택하고, 이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발표할 것이다. 물론 이 선언은 여타의 UN 선언과 마찬가지로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국제적 차원에서 합의된 기준으로서 각 국 정책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엇보다 '경쟁력 강화'라는 지상 과제를 중심으로 정보화를 추진했던
우리나라로서는 정보사회에 대한 사회 공통의 비젼과 원칙을 수립해야할
필요성이 크다. 우리가 바라는 미래의 사회는 '정보 사회' 자체가 아니라, '평화와 인권에 기반한, 여성과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정책 결정에의 민주적 참여가 보장된, 노동이 소외되지 않는 그리고 지속가능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 자체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전 세계적 인터넷 인프라의 확장이 다국적 기업의 권력을 강화하고, 노동의 유연화를 촉진하며, 국민에 대한 감시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현실을 돌아볼 때, 중요한 것은 기술의 발전이라기 보다는 인권을 비롯한 인간적 가치에 기반한 새로운 질서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 하는 점이 될 것이다.

실제 정상회의는 올해 12월에 개최되지만, 선언문과 실천 계획에 대한 실제적인 작업은 그 이전에 이미 완료된다. 2002년 7월 1차 준비회의, 2003년 2월 2차 준비회의, 그리고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각 지역별 회의가 이미 개최되었으며, 선언문과 실천 계획의 초안이 제출된 상황이다. 그리고, 2003년 9월에 예정된 3차 준비회의에서 선언문과 실천 계획의 입안이 거의 완료될 것이다. 따라서, 이미 작년 초부터 전 세계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에 개입하고 있는 상황이며, 국내에서도 현재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를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를 구성중이다.

정보화가 이미 전 사회 영역에, 그리고 우리 삶의 일부분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올바른 정보사회의 상을 마련하는 작업도 단지 정보통신운동만의 몫은 아니다. 노동, 여성, 환경 등 제 시민사회단체들이 '시민사회 네트워크'에 결합하여, 정보사회에 대한 시민사회의 공동 입장을 마련하는데 함께 하기를 바란다.

오병일 / 진보네트워크센터 사무국장, 정보공유연대 IPLe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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