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10여명의 장애인들이 도시철도 공사 건물 앞에 모인 이유는 지난 10일 장애인 이동권 연대 투쟁국장 이규식씨가 동대문 운동장역 4호선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서 이동하다 리프트가 고장나 공익요원 3명과 지나가던 민간인 1명의 도움을 받아 계단을 내려 가던 중 크게 다쳐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지만 공사 측의 사과나 이렇다할 입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4월 4일에는 동대문운동장에서 시각장애인 부부가 떨어서 크게 다쳤으며 5월14일 송내역에서는 시각 장애인이 철로에 떨어져 죽는 일이 있었다.

발산역 추락 1년 후 - 여전히 장애인들의 잘못
1년 전 발산역에서 일어난 리프트 사고이후 장애인 이동권 연대는 시청 점거, 국가 인권위 점거등 다양한 투쟁을 벌여 왔고 국가인권위는 공사와 시청에 대해 △리프트 추락사고에 대하여 감독기관 및 시설운영기관으로서의 책임과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 유족에 대하여 적절한 배상을 할 것 △빠른 시일 내에 전동 스쿠터가 휠체어리프트 안전판을 넘어 추락하는 동일 유형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추락방지용 보호장치 설치 등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안전대책을 강구하여 시행하도록 할 것 △장애인들의 리프트 사용을 위한 안내전담요원을 배치하고,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리프트를 타고 내릴 수 있도록 끝까지 안내하는 등의 리프트 이용안내 및 안전대책을 강구하여 즉시 시행 할 것 등의 권고를 내린바 있다.
장애인 이동권 연대 박경석 대표는 "시와 공사는 인권위 권고 이후 이동권을 보장한다고 앵무새처럼 말을 했지만 결국 리프트가 고장나면 200키로가 넘는 무거운 전동 스쿠터를 타고 돌아다닌 장애인의 잘못이 되어버린다"며 "그들이 그렇게 쉽게 장애인을 이해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의 인권을 얼마나 하찮게 생각하는 것인지 반증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박영희 공동 대표도 이날 집회에서"시청과 공사는 언제나 장애인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노력하고 최선을 다한다고 말하지만 그런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작년에 도시철도공사 사장이 언제든지 우리 문은 열려있고 이동에 문제가 있을 때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했지만 답십리 역에는 엘리베이터도 없고 리프트도 없다"고 분노했다.
박영희 대표는 이날 공사에 찾아오기 위해 장애인 콜택시를 불렀으나 연결이 안돼 답십리 역에 미리 전화를 해 미리 사람을 배치해 달라고 요구해 공익요원 6명이 나왔지만 "그냥 업어서 날라라"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박대표의 요구로 전동 휠체어를 들고 올라갔지만 박대표는 "그 위에서 굴러 떨어질지 모를 불안함과 위태로움을 느꼈다"며 "전동 휠체어에 앉아 도시철도 사장도 들려서 올라가 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이동권 연대는 공문서를 전달하고 돌아가려고 했으나 공사 측이 몇 명의 대표만 만나겠다고 정문을 막는 바람에, "힘들게 이곳까지 참가한 장애인 14명 모두 들어가겠다"고 밝힌 이동권 연대 측은 분통을 터트리고 정문 앞에 락카 칠과 계란을 던져 강하게 항의했다.
박경석 대표는 "우리의 분노가 뭔지 알려 알리고 우리의 목숨을 책임 져야할 공사의 입장이 나와야 할 것 아닌가?"라며 "공문서에 폭탄이 들어있는 것도 아니고 공개 사과에 대한 내용과 공사의 입장이 무엇인가 질문하는 내용이 적힌 종이일 뿐"이라며 공문서를 항의 끝에 정문너머로 던져 버렸다. 박대표는 "이문이 안 열리는 것은 우리의 인간의 권리가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가 죽고 다치는 일에 대해 분명한 답변이 없다면 반드시 답십리 역을 멈출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공사측 "고장은 인정하지만 현실적 한계 어쩔 수 없다"
도시철도 공사측 관계자 나모씨는 "이번에 리프트 고장이 난 건 인정하지만 이동권 연대의 요구 사항은 무리"라며 "장애인들이 얼마나 자주 이용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전담 역무원을 배치하는 것은 경영 방만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고 인력운영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구 지하철 참사에서 드러났듯이 효율성의 논리로 본다면 잠재적인 사고의 가능성쯤은 언제든지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현재 지하철 각 역사는 엘리베이터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이다.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전부 설치된다고 해서 지하철에서 장애인들의 사고가 없어질지는 미지수이다. 리프트 사고가 날 때마다 공사측이 언제나 하는 말처럼 기계는 언제나 고장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사 건물 위에 붙어 있는 "21세기 교통 문화를 이끌어갈 서울 도시철도 공사"라는 거대한 간판이 무색한 대목이다.
한편 이동권 연대는 오는 19일에 발산역 사고 1주기를 맞아 시청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한번 질긴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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