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청 함께 하는 임·단협 길 열리나?

현대자동차노조, 원·하청 공동 임단협 출정식 가져 아산공장 노조 설립 이어 울산에도 ‘비정규직투쟁위원회’ 발족


*현대자동차노조 임단협 출정식 [사진출처:워킹보이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일에 있었던 에서 “실제 협상테이블에서 대기업노조가 비정규직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했는지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며 대기업노조의 정규직 이기주의를 비판했다.

이 발언은 여론의 지지를 얻기 쉬운 ‘비정규직 보호’ 명분을 등에 업고 대공장 ‘강한 노조’를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그동안 대기업 노조들이 이러한 비판에서 100%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비정규직 양산과 차별의 문제가 사회 여론화 되면서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늘 하청노동자들의 처우개선 문제를 협상으로 끌어오고는 있지만, 교섭 말미에는 다른 사안들에 비해 우선 순위에서 밀리거나 그조차도 축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교섭안들이 하청노동자들의 요구는 전혀 수렴하지도, 수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임단협 시기에 맞춰 ‘알아서 끼워 넣은 배려’에 그친다는 하청노동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민주노총 최대조직을 자랑하는 ‘대공장 중 대공장’ 노조인 현대자동차의 올 임단협 교섭이 심상치 않다. 지난 2일에 있었던 현대자동차노조 울산공장 임·단협 출정식에는 최초로 원하청 노동자 1만5천여 명이 함께 했다. 9일에 있었던 아산공장의 출정식에서도 원·하청이 함께하는 임단협 출정식은 이어졌다.

하청노동자, 더 이상 ‘주는 떡’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렇게 현대자동차 노조의 임단협 교섭양상이 바뀌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하청노동자들 스스로가 조직화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28일 아산공장에서는 하청노동자 ‘식칼테러 사건’이 계기가 되어 하청노조가 결성됐는가 하면, 4월28일에는 울산공장에서 ‘하청노동자 인간선언’이라는 문건이 배포되면서 임단협 출정식이 있던 5월2일 ‘비정규직투쟁위원회’(비투위)가 발족됐다. 비투위는 아직 노동조합을 표방하고 있지는 않지만 ‘노조 결성을 목표로 하기 위한 조직’이라고 밝히고 있다.

비투위 임시대표를 맡고 있는 하청노동자 안기호씨는 “비투위는 임단협을 중심으로 앞으로 불거질 비정규직의 현실적인 쟁점들에 대해 대응하는 조직이 될 것이고, 매우 유동적인 형태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안 대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설립을 목적으로 발족되었지만 하청노동자들의 ‘독자노조’ 형태는 지양하고 있다”며 “6월에 금속노조로 산별노조 전환을 계획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노조의 상황에 따라 산별 전환이 되면 현자노조로 하청노동자들이 직접 가입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또한 안 대표는 이번 임단협 출정식을 원하청 노동자들이 함께 진행했다는 것에 “매우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정규직노조가 올 임단협 하청 요구안이 구체화되던 지난 4월부터 하청노동자들을 상대로 임단협 요구안과 산별노조 전환에 대한 상황을 설명하고 관련 유인물을 하청노동자들에게 배포하면서 하청노동자들은 ‘임단협 투쟁’이 더 이상 정규직만의, 즉 ‘남의 잔치’가 아니라는 것에 공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난 임단협 출정식에도 정확한 수치를 잡기는 힘들지만 ‘상당히 많은’ 하청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이 안 대표의 설명이다.

이날 출정식에는 고용이 불안한 하청노동자들이 집회 참가를 이유로 계약해지 될 것을 우려, 회사쪽에서 원하청 노동자들을 구분하지 못하도록 라인별로 섞어서 대열을 배치했기 때문에 정확한 집계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의 숫자를 분리해서 헤아리지 못하더라고 이 역시 원하청 간의 벽을 허무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제 임단협 시기에 정규직 노조가 파업이라도 할라치면 대체인력으로 ‘활용’되던 하청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하고 또는 노조에 가입하려는 시도를 하면서 자신들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정규직노조, '비정규직, 우리의 문제'

*금속노동자 산별전환 계획 발표 기자회견 [사진출처:워킹보이스]

현대자동차노조는 올 임단협 요구안에는 사내하청 관련 사항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다. 이 요구안에서는 현재 정규직의 73.8% 수준인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을 80%까지 올리고 각종 수당과 성과금 적용범위 및 기준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할 것을 담았다. 또한 하청노동자의 연월차 유급휴가를 1년에 한해 적치, 분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회사 창립일, 노조 창립일 등에 정규직과 같은 특근 인정도 요구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띠는 것은 고용형태의 차이를 이유로 근로조건에 차별을 두지 않으며, ‘동일노동 동일임금’도 요구안에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하청노동자들이 소속된 업체의 계약이 만료된 경우, 직접관리(계약직)으로 전환하고 근속 2년 이상 지난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단체협약 요구안에도 조합원 가입범위를 ‘조합 규약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라고 개정함으로서 노조의 결의에 따라 하청노동자들이 원청노조에 직접 가입할 수 있는 길도 열어두었다.

하청노동자들의 직가입 여부는 현자노조의 금속노조 산별전환과 긴밀하게 연동된다.

산별 전환 방식은 현행 조직 형태를 변경하는 것으로, 규약 개정투표를 실시해 재적인원의 과반수 참석과 참석인원의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자노조는 지난 11월 대의원대회에서 산별전환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여론에 밀려 올 임단협 시기에 찬반투표를 실시키로 일정을 미뤘다.

금속연맹은 오는 26일부터 6월 7일까지 산별노조에 대한 조합원 집중 교육을 실시하고, 소속 노조들은 6월 10일부터 13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함께 금속노조 전환 찬반투표를 해, 13일 오후 6시에 동시 개표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 산별전환 총회를 개최할 노조에는 3만5천명 규모의 현대자동차노조가 있다. 현재 금속노조의 전체 조합원수가 3만5천인 것을 감안할 때 엄청난 지각변동인 셈이다.

현대자동차노조는 산별노조 전환을 성사시키기 위해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올 임단협 교섭을 통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 기간동안 끊임없는 조합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하청노동자들은 이렇게 탄생한 ‘산별노조’에 정규직과 함께 가입할 계획이다.

정규직노조 역시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하기는 하지만 산별 전환을 계획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자신들의 문제로 정식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그동안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다소 소홀히 했던, 또는 배타적이기도 했던 대공장 정규직 노조에서 일어나는 이같은 변화 양상은 고무적이다. 이미 대부분의 정규직 노조는 노령화된 자신들만을 지켜가는 것은 그야말로 고용문제에서든, 노조 존립문제에서든 가까스로 숨통을 이어가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 발등에 떨어질 지도 모를 고용불안의 위협 때문에 하청노동자들을 생각할 여유조차 갖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제살 깎아먹듯 하청노동자들을 외면하던 정규직 노조도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로 이어지는 자본의 유연화 전략의 칼끝에 자신들이 있다는 것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더 이상 매도당하면서 앉아있기만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워킹보이스 김경란 기자 eggs95@kcw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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