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IMF의 요구에 저항할 것인가

아르헨티나 새 대통령 키르츠네르의 선택은?

카를로스 사울 메넴(72) 아르헨티나 전 대통령이 지난 14일 대선 후보 사퇴를 공식 발표함으로써, 25일 산타 크루스 주지사 출신의 네스토르 키르츠네르(53)가 차기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지난 4월 27일 1차 투표에서 메넴 후보는 1위를 차지했고, 키르츠네르 후보는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 결과, 키르츠네르 후보가 메넴 후보보다 30-40% 포인트의 큰 격차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메넴은 후보를 사퇴한 것이다.

그런데 메넴은 무엇 때문에 후보를 사퇴한 것일까? 워싱턴에 있는 ‘경제와 정치 연구센터(Center For Economic And Policy Research)’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마크 바이스브롯(Mark Weisbrot)은 이 연구센터 홈페이지에 게재한 논평 '유권자의 결정, 경제가 문제다'에서 메넴의 후퇴 사퇴는 ‘경제문제’라고 말한다.

바이스브롯은 유권자들이 메넴(1989년부터 1999년까지 대통령 재임)이 실시한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이 끝내 ‘디폴트’를 불러일으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남쪽으로 2천500㎞ 떨어진 산타 크루스주에서 12년 동안 주지사를 지낸 네스토르 키르츠네르는 이 지역에서 나오는 석유자원의 수입으로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의료혜택을 늘림으로써 큰 인기를 누려온 정치인이기는 하지만 중앙정계에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다. 에두아르도 두알데 현 대통령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이후에야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과연 네스토르 키르츠네르는 당선 이후 어떤 정책을 펼칠까? 바이스브롯이 지적한 대로 키르츠네르는 ‘IMF의 요구에 저항함으로써 이 나라의 최우선적인 과제인 경제 회복을 이룩하라는 ‘위임장(mandate)’을 사용할 것인가?

외신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키르츠네르 당선자는 21일 뉴스전문방송 라디오 네드와의 회견에서, “국가가 정상적으로 다시 기능할 수 있도록 아르헨티나 외채를 수십년간에 걸쳐 전략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아르헨티나대통령 당선자는 21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외채상환 요구에 대해 무리하게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십년에 걸친 외채 재조정을 촉구했다. 아르헨티나는 작년말 현재 1천360억달러(IMF 추산)의 외채를 지고 있으며, 오는 9-10월 사이에 50억달러 규모의 외채를 상환해야 한다.

바이스브롯의 논평 '유권자의 결정, 경제가 문제다'를 소개한다.<옮긴이>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출처 english.pravda.ru]

한마디로 “경제가 문제다”라고 요약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아르헨티나의 선거가 그랬다. 경제 실패가 너무나 분명했고, 이에 대한 국민 대중의 의견이 너무나 뚜렷하게 일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지난 일요일 선거는 취소되었다.

1차 투표에서 1위를 거둔 카를로스 사울 메넴(Carlos Saul Menem) 후보는 그에 대한 아주 이상한 움직임이 있는 가운데 지난 주 후보직를 사퇴했다. 경쟁자이자 같은 페론당 후보인 네스토르 키르츠네르(Nestor Kirchner)는 1차 투표에서는 2위를 차지했지만, 아르헨티나의 대통령이 될 것이다.

한때 남미에서 가장 높은 생활 수준을 보여주었던 아르헨티나는 지난 5년 동안, 역사상 최악의 경제적 후퇴로 말미암아 고통을 겪었다. 현재 국민 대다수가 공식적인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으면 실업률은 22%에 이른다.

메넴에게는 정치적인 부채가 있었다. 국민은 그를 부패한 인물로 보았을 뿐만 아니라 그가 재임시 실패한 경제 정책의 입안자 역할을 했다고 보았다. 1차 투표에서 투표자의 대다수는 한결같이 키르츠네르를 포함해서, 실패를 거듭한 경제 정책을 거부한 후보들에게 투표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메넴이 결선투표에서 2대 1 정도의 차이로 패배할 것임을 보여주었다.

메넴은 1991년부터 1999년까지 대통령으로 재임했다. 비록 사태가 악화되기 이전에 대통령직에서 사임했지만, 아르헨티나의 유권자들은 그에게 계속되는 경기 침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정확하게 판단했다.

메넴의 통치 하에서, 아르헨티나는 그들이 ‘네오리베랄리스모(neoliberalismo)’ 즉 신자유주의라고 부르는 것의 한 극단적인 형태를 실험한 바 있다. 외국 자본과 무역의 무차별적인 개방, 대규모 사기업화(민영화), ‘통화위원회(currency board)’ 시스템 등등 (통화위원회 시스템은 금본위제와 비슷한 것으로서 아르헨티나의 페소화를 미국의 달러화에 고정시키는 것이다.)

이런 정책들은 아르헨티나에 치명적이었다. 초기에는 인플레를 누그러뜨리고, 경제성장을 부추기는 데 성공했지만, 아르헨티나 정권은 세계 경제로부터 밀려드는 외부적 충격에 아주 허약한 상태가 되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일련의 금리 인상 조치를 시작했던 1994년부터 시작해서, 멕시코의 페소화 위기(1994-95), 아시아(1997-98), 러시아(1998), 브라질(1999)의 재정 위기로 이어진, 세계 경제로부터 밀려드는 외부적 충격들.

이런 일련의 사태 전개는 하나같이 아르헨티나 경제에 충격파를 던졌다. 아르헨티나의 페소화가 달러에 고정되어 있는 한, 아르헨티나 경제는 이런 사태를 조절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과는 엄청난 소용돌이였다. 민간자본의 이탈로 금리는 점점더 치솟았고, 경제는 위축되었다.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부채는 점점 늘어났고, 또 다시 금리가 치솟았다. 투자자들이 페소화의 평가절화와 채무 불이행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2000년 말, 아르헨티나 정부는 마침내 공공채무 950억 달러에 대해 ‘디폴트(대외 채무불이행)’를 선언했고 통화는 붕괴되었다.

그러나 과거는 역사일 뿐이며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왜냐면 아르헨티나 경제 드라마에는 또 다른 배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 배우란 다름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이다.

메넴 통치하의 아르헨티나는 IMF의 광고모델이었다. IMF는 아르헨티나 정부의 극단적인 정책을 지지했다. 또한 IMF의 관리들은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좋지 않은 시기에도 통화와 재정 정책의 엄격함을 강조함으로써 경기침체 및 불황을 연장시켰고 악화시켰다. (평가절하에는 초인플레(hyperinflation)가 뒤따른다는 그들의 경고는 근거가 없는 것임이 밝혀졌다. 인플레는 올해까지 대략 2.5%이다.)

메넴도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IMF도 오류를 인정하지 않았다. 메넴과 다른 것이 있다면, IMF가 임의의 유권자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IMF는 선거 직전에 그곳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었다. 국민 대중은 IMF의 존재로 말미암아 어떤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다수표에 의해서 결정해야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메넴은 선거 이전에 이미 IMF 관리들과 만났다. 이에 반해 키르츠네르는 비록 어떤 대리자를 보내기는 했지만 IMF와 만나기를 거절했다.)

꼬박 일 년 동안, 팽팽한 협상이 있었고, IMF는 계속해서 요구 사항을 바꾼 뒤, IMF와 아르헨티나는 지난 1월에 합의했다. 8월이면 만기가 되는 그 합의란, IMF가 아프헨티나에게 어떤 새로운 물자도 공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돈은 IMF와 세계은행과 같은 공식 채권자에게 지불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주권 국가의 ‘디폴트’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IMF로부터 어떤 도움도 없이, 지난 해 아르헨티나 경제는 회복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징조로 볼 때, IMF는 아르헨티나가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불이행된 채무를 지불하도록 만들기 위해, 아르헨티나 신정부에게 과잉 예산을 짜도록 압력을 가할 듯싶다. 또한 이것을 비롯해서 다른 종래의 IMF의 정책들은 손쉽게 경기 회복의 싹을 자를 수도 있을 것이다.

틀림없이 유권자들은 새로운 대통령에게 이런 IMF의 요구에 저항함으로써 이 나라의 최우선적인 과제인 경제 회복을 이룩하라는 ‘위임장(mandate)’을 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새로운 대통령은 그 위임장을 사용할 것인가?
(Mark Weisbrot / 번역 안찬수)

지오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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