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은 유엔이 정한 ‘물의 해’이기도 한데, 국내에서도 반다나 시바의 <물전쟁(Water Wars)>라는 저서가 소개되어 있기도 하다.
반다나 시바의 일관된 반세계화 정신은 다음에 소개하는 벡텔과 ‘물을 위한 피’(Bechtel And Blood For Water)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는데, 시바는 이 글을 통해, 미국 주도의 이라크 침략 전쟁이 ‘기업 지배의 확대를 위한 구실’이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이른바 이라크의 ‘재건’ 계획을 맺은 벡텔이라는 기업의 본질을 논의하는 가운데, “자유무역협정이나 WTO 규정에서 말하는 ‘자유’, 그리고 이라크 전쟁에서 말하는 ‘자유’” 즉 “기업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자유”가 어떤 것인지 지적하면서, ‘반세계화 운동, 평화운동,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운동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지 한 달이 되지 않아 진정한 승자의 모습이 표면에 드러나고 있다. 벡텔(Bechtel)은 이라크 ‘재건’을 위해 6억 8천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미국 주도의 전쟁이 먼저 이라크의 병원, 다리, 수도 시설을 폭파한 뒤, 이제는 미국의 기업들이 그 고의적인 파괴에 이어 사회의 ‘부흥’ 사업을 통해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피를 흘렸던 것은 석유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이며, 수도(水道) 사업과 다른 생활 필수품 사업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경제 성장이 쇠퇴하고, 세계화라는 괴물(globalization juggernaut)의 효과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때, 전쟁은 기업 지배의 확대를 위한 편리한 구실이 되었던 것이다. 만약 WTO로도 부족하다면 전쟁을 벌이면 되니까 말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을 지배하고자 하고, 또한 세계를 지배하려고 하는 신보수주의자들의 기본적인 정치적, 경제적 철학인 듯싶다. 지난 한 달 드러난 것은 이 신세계질서(new world order)가 철저한 부패 위에 성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밥 허버트(Bob Herbert)가 ‘전쟁의 효용을 묻고자 한다면 벡텔에게 물어라’(헤랄드 트리뷴, 2003년 4월 22일자 6면)라고 말했듯이, 어디선가 조지 슐츠(George Shultz)는 미소짓고 있다.
군산복합체의 설명에 누군가의 사진을 붙인다면 적절한 인물인 조지 슐츠는 도널드 레이전 대통령 재임 때 국무장관이었던 인물로서, 샌프란시스코에 거점을 두고 있는 벡텔 그룹에서 오랜 기간 중진이었다. 그는 한때 벡텔의 사장으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현재는 이 회사의 이사이자 최고고문이다.
반전을 외치는 가수 에드윈 스타와는 달리, 조지 슐츠는 전쟁이 어떤 효용이 있을지 잘 알고 있다. 조지 슐츠는 이라크 전쟁을 원하고 있었다. 그는 이 전쟁을 진정으로 원하고 있었다. 슐츠는 호전적인 ‘이라크 자유 위원회’의 위원장이었다. 이 위원회는 석유 자원이 풍부한 이라크의 정치적 자유뿐만 아니라 쉽게 돈을 벌을 수 있는 ‘이라크 경제의 재건’까지 목적으로 삼고 있었다.
지난 해 9월,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지금 바로 행동하라, 위기는 머지 않아 일어난다’는 글에서, 슐츠는 이렇게 썼다. “후세인에 대한 즉각적인 군사행동과 후세인을 제거 이후 이라크 재건을 위한 다국적 협력을 이룰 준비가 되어 있다.” 도대체 그는 어느 회사가 이런 협력을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벡텔(Bechtel)은 이라크 ‘재건’을 위해 6억 8천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이제 미국의 기업들이 그 고의적인 파괴에 이어 사회의 ‘부흥’ 사업을 통해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벡텔의 홈페이지에서 www.bechtel.com
지난 주 슐츠의 벡텔 그룹은 전쟁이 어떤 효용이 있는지 정확하게 드러내보여 주었다. 부시 정권은 벡텔 그룹에 최초의 대규모 재건 계약을 주었다. 18개월에 6억 8천만 달러라고 하는 이 계획을 통해 벡텔은 대략 1천억 달러에 달할 이라크의 장기적인 재건 사업에서 선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벡텔로서는 돈벌이(make money)의 라이센스를 얻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 라이센스는 부시 정권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몇 개의 미국 기업만으로 제한된, 밀실 거래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사담 후세인의 독재 체제가 미국 기업의 독재 체제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미국 기업의 독재 체제에서는 기업의 임원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백악관, 국방부, 그리고 그 외의 다른 정부 기관에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
불투명성과 부패
급성호흡기장애증후군(SARS)로 말미암아 중국의 불투명성이 주목을 받았다. 이라크 재건을 위한 최초 계약을 따낸 벡텔은 기업의 룰이 불투명성, 비밀주의, 부패를 통해 결정되는 아주 현저한 사례다.
볼리비아나 인도에서의 수도 사업 민영화 계약이든지 혹은 이라크의 ‘재건’ 계약이든지 간에, 비밀주의, 민주주의의 결핍, 투명성의 결여 등이 시장을 획득하고 수익을 내는 방법의 특징이다.
‘자유 무역’ 어디에도 자유는 없다. ‘자유 무역’은 강압적이고, 부패했으며, 사기적이며, 폭력적이다.
기업 지배가 사담 후세인 스타일의 독재 체제의 대안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독재 체제의 대체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국가 권력을 빼앗고,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군사력을 행사하는 기업 독재 체제인 것이다.
기업 독재 체제 고유의 불성실과 기만은 그것을 ‘이라크 자유 작전’이라고 이름 붙였던 이들에게는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 듯하다. 그 원인은 자유와 창조에 대한 근본적인 혼란 때문에 생기는 것 같다.
미군에 의해 7천 년의 역사를 가진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파괴되었을 때, 도널드 럼스펠드는 자유로운 사람은 자유롭게 실수도 하고, 범죄와 악행도 저지른다는 식으로 무책임한 말을 뱉어내었다.
이런 논리에 따른다면, 세계무역센터에 비행기를 충돌시킨 테러리스트들은 ‘범죄와 악행을 저지르는’ 합법적인 자유를 실험한 것이 될 것이다. 또한 바그다드와 그 역사적 유물을 약탈당할 때, 미군이 무언의 방관자가 되어도 좋다는 논리라면, 미국은 9.11 이후 대테러전쟁을 시작할 권리도 없는 것이 될 것이다.
전쟁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자유’를 가져다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인간의 자유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혼란이 있다. 그리고 ‘파괴’를 재건이라고 부르는 데에도 혼란이 있다. 이라크에서 일어난 일들은 파괴였다. 그런데 그것이 재건이라는 말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런 죄 없는 사람들이 살해되었다.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문명이 파괴되었고, 소멸되었다. 그런데도 이라크 재건인도지원처(ORHA)의 책임자로 일방적으로 임명된 제이 가너 전 미 육군 중장은 ‘이라크에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탄생시킬 것’을 이야기한다. 폭탄은 사회를 ‘탄생’시킬 수 없다. 폭탄을 생명을 말살할 뿐이다.
새로운 사회는 고대 문명의 역사적 문화적 유산을 파괴함으로써 ‘탄생’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이라크의 역사적 유산이 파괴되도록 내버려 두었던 것은 어떤 새로운 사회를 ‘탄생’시키겠다는 이 따위 환상에 꼭 필요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미국의 지배자들은, 그들 자신의 사회가 아메리카 원주민의 대량 학살을 통해 건설되었던 것이기에, 이런 모독 행위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계 유일 초강대국의 권력을 잡고 있는 사람들은 ‘타자(他者)’의 절멸을 ‘자연스러운’ 일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듯이 보인다.
‘탄생’의 과정으로서 어떤 문명과 수천 명의 죄 없는 사람들의 생명을 고의로 파괴한다는 생각은 서양의 가부장제(patriarchy)의 ‘창조 환상(illusion of creation)’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창조 환상’이 파괴를 창조 행위로, 절멸을 탄생으로 보는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창조 환상’은 자본과 기계(여기에는 전쟁기계를 포함한다)를 ‘창조’와 자연과 인간사회의 원천으로 간주한다. 또한 ‘창조 환상’은 비서구사회를 죽어버린, 무력한, 수동적인, 위험한, 잔악한 사회로 간주한다.
이런 세계관으로부터 폭력을 통해서라도 자연과 인간사회를 해방시킨다는 ‘백인의 의무(white man's burden)’라는 개념을 만들어내고 이런 행위를 자유의 ‘탄생’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재건’이라는 이름 아래 이라크에서 약탈과 폭력의 경제를 건설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든지간에, 벡텔과 같은 기업을 통해 전쟁 이익을 탐한다고 하는 사실은 전쟁이 그 수단을 바꾼 세계화라는 점을 실증하고 있다.
전세계 사람들이 당면하고 있는 과제는 반세계화 운동, 평화운동,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운동에 역량을 모으는 것이다. 우리의 과제는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는 것이며, ‘자유 무역’이나 ‘이라크 자유 작전’이라는 속임수로 말미암아 타락해버린 자유의 의미를 탈환하는 것이다.
자유무역협정이나 WTO 규정에서 말하는 ‘자유’, 그리고 이라크 전쟁에서 말하는 ‘자유’란 기업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자유이다. 이런 자유란 약탈을 하기 위한 라이센스를 말한다. 기업의 약탈, 기업의 자유란 민주주의의 파괴이며, 민중의 자유 및 사회의 파괴를 의미한다.
전세계 민중이 추구하는 새로운 자유는 군국주의와 전쟁으로 촉진되고 기업 독재 체제로부터의 자유다. 이것은 미국의 주민에게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이라크의 주민들이나, 군사와 자유 무역 협정의 보호를 받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침략을 받고 있는 다른 국가들의 주민들에게 중요하다.
벡텔의 계약, 그리고 ‘재건’을 통해 이익을 창출할 기회를 만든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기업과 전혀 구별할 수 없게 된 미국의 정권이 내린 정치적, 경제적 결정에 민주적인 투명성이나 책임이 전혀 없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정부가 기업 이익의 도구가 된 통치 제도는 이미 민주주의는 아니다.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통치’가 ‘기업의, 기업에 의한, 기업을 위한 통치’로 바뀌고 있다.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미국과 이라크, 그리고 기업의 독재 체제가 뿌리내린 모든 국가에서의 ‘정권 교체(regime change)’가 급선무가 되고 있다.
볼리비아에서의 벡텔
벡텔이라는 기업의 물에 대한 탐욕이 어떤 것인지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볼리비아 코차밤바(Cochabamba)의 이야기이다. 반쯤은 사막인 이 지역에서 물은 부족하고 귀중한 것이다.
*2000년 4월 8일. 볼리비아의 코차밤바 시의 중앙광장에 쏟아져 나온 군중들. 볼리비아의 ‘물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연대’의 ‘물전쟁’은 물을 사유화하려는 다국적기업과 물을 공동체의 자산으로 지켜내려는 대표적인 투쟁으로 기록되고 있다.[사진출처:TOM KRUSE]
1999년, 세계은행은 벡텔의 자회사인 ‘인터내셔널 워터사’에 이권을 허용함으로써 초카밤바의 수도공급회사(SEMAPA)를 민영화(사기업화)할 것을 권고했다. 1999년 10월, ‘식수와 위생법(Drinking Water and Sanitation Law)이 통과되었고, 이에 따라 정부의 보조금은 중단되었으며 수도 사업의 민영화가 허가되었다.
최저 임금은 한달 100달러 미만인 이 도시에서 수도 요금이 한달에 20달러에 달하게 되었다. 이 돈이면 거의 5인 가족이 두 주일 동안 먹고 살 수 있다. 2000년 1월, ‘물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연대(La Coordinara de Defense del Aqua y de la Vida)라는 시민단체가 결성되었으며, 대중 동우너을 통해 4일 동안 도시를 마비시켰다.
2000년 1월과 2월 사이에, 수백만 명의 볼리비아인들은 코차밤바로 행진했으며, 총파업을 일으켰고, 물류를 마비시켜 버렸다. 정부는 물값는 내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2000년 2월, ‘물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연대’는 ‘식수와 위생법’의 폐지, 수도 사업의 민영화 취소, 수도 사업 계약의 폐지, 수도 사업과 관련된 법의 제정에 시민들의 참여를 요구하며 평화행진을 조직했다. (그러나) 기업 이익을 위한 정책에 종지부를 찍으라는 시민들의 요구를 정부는 폭력적으로 억압했다.
‘물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연대’가 행한 근본적인 비판은 물을 공동체의 자산으로 보는 데에서 나온 것이었다. 항의자들은 이런 슬로건을 외쳤다. “물은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다. 물은 상품이 아니다.” “물은 생명이다.”
2000년 4월, 정부는 시장의 법칙을 통해 항의자들의 목소리를 잠재우려고 했다. 활동가들은 체포되었고, 어떤 항의자들은 살해되기도 했다. 그리고 언론에 대해서는 검열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2000년 4월 10일 민중이 승리를 거두었다. 아쿠아스 델 투나리(Aquas del Tunari)와 벡텔이 볼리비아를 떠났던 것이다. 정부는 수도 사업을 민영화하는 법을 철회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수도 공급 회사인 세마포(Servico Municipal del Aqua Potable y Alcantarillado)는 그 부채와 함께 노동자와 민중의 손에 넘어갔다.
2000년 여름, ‘물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연대’는 민주적인 계획과 경영을 위해 대중적인 청문회를 조직했다. 사람들은 ‘물의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기꺼이 이 청문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물의 독재자들은 이런 과정을 파괴하기 위해 온갖 짓을 저지렀다. 벡텔은 볼리비아인들과 볼리비아 정부를 고소했다. 또한 ‘물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연대’의 활동가들을 위협하고 협박하고 있다.
볼리비아의 사례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벡텔은 이라크에서 수도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수자원을 통제하려고 할 것이라는 점이다. 국제사회와 이라크인들이 세심하게 경계하지 않으면, 벡텔은 볼리비아의 수자원을 ‘소유(own)’하려 했던 것처럼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을 소유하려고 할 것이다.
벡텔과 인도
벡텔이라는 사기업은 전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건설회사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건설 붐에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회사다. 벡텔은 현재 남극대륙을 제외한 전세계 140개 국가에서 1만 9천 개의 프로젝트를 떠맡고 있다. 벡텔은 ‘인터내셔널 워터사’(이 회사는 벡텔, 이탈리아의 에디손, 영국의 유나이티드 유틸리티즈가 결합한 것이다)와 같은 자회사나 합병 기업을 통해 현재 전세계에서 200개의 상하수도 플랜트 사업에 관계하고 있다.
인도에서 벡텔은 엔론과 함께 다볼(Dabhol) 플랜드에 관계했으며, 현재는 ‘마힌드라&마힌드라’와 ‘유나이티드 인터내셔널 노스웨스 워터’와 함께 콘소시엄을 구성해서 코인바토레/티루푸르(Coimbatore/Tirrupur)의 민영화 사업에 관계하고 있다. 다른 수도 사업 민영화 계약과 마찬가지로, 계약은 공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비공개로, 그것도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비즈니스로는 자유를 증진시킬 수가 없다. 그런 사업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모두 소멸시킨다. (반다나 시바/번역 안찬수)
지오리포트 georeport@georeport.net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