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법 시행 5년과 노동자의 삶

오는 7월1일로 파견법 시행이 5년째를 맞는다. <노동과세계>는 파견법 5년 동안 변화한 노동자의 삶을 되짚어보고, 이 법의 실태·폐해와 앞으로의 투쟁계획을 싣는다.

"뭔놈의 법이 사람을 이렇게 만듭니까?"

잘나가던 정규직서 파견으로 전락
'박봉에 시달리고, 차별에 울고…'

■ 방송사 운전직 박 씨의 '파견인생'

"그 놈의 파견법이 뭔지, 듣도 보도 못한 법이 직장을 빼앗아 이제 생계도 막막합니다.

민주노총에서도 제도개선인지 뭔지 하고 있는 거 맞죠?"

막혀있던 물꼬가 트인다는 게 이런 걸까. "나중에 혹시라도 재계약 됐을 때 불이익 당하면 어떻게 하냐"며 주저하던 박 씨가 어렵사리 말문을 열자 5년에 걸친 그의 '파견 인생'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박 씨의 신분은 '실업자'다. 지난달 24일까지 MBC 차량부 파견노동자로 일하다 계약이 만료됐기 때문이다.

"1986년 KBS 차량부에 입사했어요. 중계차와 드라마차·취재차를 몰았지요. 정규직 입사 14년차에 월 3백만원 정도를 받았는데, 넉넉하진 않았지만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98년 '파견법'이 제정된 뒤 박 씨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정리해고의 칼바람과 함께 정규직 자리가 하나 둘 씩 '파견노동자'로 채워졌다. 박 씨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박 씨는 할 수 없이 파견업체를 통해 다시 KBS에서 일하게 됐다.

같은 일하지만 월급은 1/3로 그야말로 '어쩔 수 없이' 파견노동자 꼬리표를 달고 현장으로 돌아왔을 때, 그가 하는 일은 예전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임금과 노동조건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세상에 그 비참함이라니…, 정말 비참하다는 말 밖에 안나오데요. 월급은 한 달 꼬박 일해야 시간외 수당까지 더해 90만원이 조금 넘어요. 이 돈으로 다섯 식구가 어떻게 살겠어요."

박 씨의 팔순 노모는 당뇨병에 심잠병까지 얻어 한달 병원비만도 40만원이 넘게 든다. 거기다 대학생 아이 두 명의 등록금도 만만찮은 액수다. 박 씨의 부인은 허리디스크로 일할 형편도 못된다. 14년 동안 몸바쳐 일해 받은 퇴직금 1억원이 날아가는 건 순식간이었다.

하지만 박 씨를 절망으로 내몬 것은 임금도, 노동조건도 아니었다. 정규직과 파견직 사이를 가르는 차별대우는 박 씨에게 인간적인 모멸감마저 안겨줬다.

"예전에 형, 아우 했던 사람들도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막말도 하고, 무슨 노예 부리듯이 하더라고요. 방송국에서 대하는 것도 예전과는 달라졌지요. 정규직 시절엔 운전 중 발부된 속도위반 과태료는 회사가 내줬는데, 이젠 모두 노동자 책임입니다. 바쁜 취재일정 맞추다 보면 속도위반이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동료는 석 달 동안 과태료만도 1백20만원이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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