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장시간 노동, 줄일 방안 없나?

“고용관계 투명성 확보에서부터”- 건설산업 노동시간 단축에 관한 공청회


*'건설산업 노동시간 단축' 공청회 ⓒ워킹보이스 임임분

하루 평균 10시간 24분을 일하면서도 먹고 살기 힘들어 빨간 날에도 현장에 나와야 하는 사람들. 이 판을 떠나야겠다고 생각(87.6% - 건설연맹 2002년 조합원 1,001명 대상 조사결과)하면서도 늘 피곤하고 지친 상태(91.8%)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어 근육 및 관절 통증 등 직업성 통증을 호소(61.7%)하는 사람들.

그리고 시간외 수당이라고는 10명 중 1명만 손에 쥘 수 있는 곳, 젊은 노동자들이 들어오지 않아 평균 연령 46세의 ‘늙은’ 노동자들과 외국인 이주노동자들만이 ‘우글’거리는 곳, 건설현장.

우리나라 건설현장의 노동자, 특히 기능공들이 주당 70시간대의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 산업안전에서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사실은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다. 그리고 그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 무리한 공기(짧은 공사기간)와 다단계 하도급과 일용직 고용, 정부 정책의 부재에 있다는 것 역시 노동계에서 마르고 닳도록 지적해 왔던 부분이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건설노동자는 주당 40시간만 일을 하고, 호주(38시간), 네덜란드(40시간, 최고 45시간), 독일(39시간)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주40시간대 노동을 하고 있다. 가장 긴 싱가폴도 주 51시간에 그친다. 독일이나 호주, 네덜란드에서는 아예 토, 일요일에는 일을 하지 않고 일본은 적어도 일요일은 일하지 않는다. 또한 대부분 나라들에서는 일거리가 거의 없는 겨울철에 계절적 실업수당을 지급하고 연월차 휴가까지도 보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나서 건설업 노동시간 단축

건설산업연맹(위원장 이용식)은 지난달 24일, 이 같은 건설현장의 장시간 노동의 실태와 그 폐해를 알리고 대책을 모색하기 위한 ‘건설산업 노동시간 단축’을 주제로 한 공청회를 열었다.

발제에 나선 백석근 연맹 부위원장은 다양한 외국 사례를 소개하면서 △법정 노동시간 단축 △공기 및 공사비에 단축된 노동시간을 반영 △초과근로에 대한 임금보장 △건설산업 노동시간단축위원회 구성 △건설현장 일요휴무 정착 △유급휴가 및 건설업 특성에 따른 악천후 수당, 겨울철 실업수당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백 부위원장에 따르면, 지난 87년 주 40시간 노동을 법제화한 일본의 경우, 당시 건설성(현 국토교통성)에서 ‘건설산업에 있어서의 노동시간 단축 추진 요강’을 마련, 공공발주기관이 솔선하여 주 40시간 근로에 대한 공기를 산정하고 공사비용을 계산하도록 행정지도 하고 있다. 2000년 현재 공공발주기관의 50%가 주5일 근로를 공기설정에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38년 근로시간법에서 1일 8시간 노동제를 명시한 독일에서는 대부분 산업별 단체협약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건설노조는 단체협약으로 57년 주 45시간제를 확보한 이래 90년 주39시간까지 노동시간을 단축했다. 또한 건설업체는 매월 그 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 총 임금의 20%에 해당하는 기금을 복지기금으로 적립하고 있고, 사업장을 이동해도 건설업 종사기간이 6개월이 되면 유급휴가를 부여한다. 또한 ‘악천후수당에 관한 법’에 따라 일감이 거의 없는 11월부터 다음해 3월말까지 기업이 공사 이윤으로 마련한 기금에서 실업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독일, 스스로가 하도급을 꺼리는 건설업체들

호주의 경우는 4일 이상 일하면 상용직 노동자와 동일한 임금과 노동조건이 적용되며, 고용주가 임금의 7%를 퇴직금으로 적립, 건설업 노조와 사용자 단체가 공동으로 퇴직금 관리회사를 만들어 운영하고 이직을 많이 하더라도 산업적 차원에서 퇴직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독일건설노조 조합원이자 프랑크푸르트대에서 박사과정(사회학과)을 밟고 있는 장은숙씨는 “구체적 내용을 논하기 전에 우리나라에서는 ‘건설현장의 고용관계가 불분명하다’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법에 정해져 있는 건설노동자의 고용안정 보호정책조차 활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숱한 지적을 받아왔던 하도급 구조에 대해서도 장씨는 “독일에서도 하도급 다단계를 거칠 수 있지만 건설업에서 드물고 부실공사나 공사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업체 스스로가 다단계 하도급을 꺼려한다”며 “또한 하도급을 주로 하는 건설업체도 건설업 사업장 등록증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우리나라 하도급 구조와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장씨는 “△하청업자가 단 한 명을 고용하고 있어도 명확한 법적인 노사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 △각 직급 및 직종별 임금을 단체협약에 정함으로써 하도급이 다단계를 거칠 때 발생 가능한 저임금 경쟁을 막고 있다는 점 △일반 건설업체에 종사하든 소규모 하청업체에 종사하는 임금, 노동시간 등 노동조건의 차이가 별로 없다는 점 등이 우리나라 하청업체 내의 고용관계와의 큰 차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차이

이날 공청회에서는 레미콘 운송기사, 타워크레인기사 등으로 조직된 전일본건설운수연대노조(전일건)의 노동시간 단축 투쟁 사례도 소개됐다. 일본에서는 이미 지난 92년 노동성과 건설업계가 4주6휴(토요 격주휴무) 실시를 시작으로 완전 주휴2일제(주5일 근무) 실현 노력에 합의했다.

하지만, 주휴2일제 도입을 위한 국가정책에 뒤를 이어 실시되자 부담을 느낀 건설업계는 건설업에는 예외적으로 40시간제 적용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변형근로제 도입 등을 통한 토요휴무 유명무실화를 시도했다. 이에 대해 전일건은 96년 춘투에서 ‘40시간제와 완전 주휴2일제, 연간 총 노동시간 1,800시간’이라는 3대 요구를 중점 요구사항으로 걸고 교섭을 진행했고, 현장조사 등을 통해 ‘토요일 근무는 정부 결정 위반’이자 ‘발주자와의 계약 위반’이라고 알려내며 사회민주당(당시 여당)까지 국회의원단까지 동원, 투쟁을 했다.

결국 오사카, 효오코라는 전국 최대의 레미콘 출하지역에서는 레미콘업자단체와 ‘완전 주휴2일제, 연간 휴일 125일’ 노동협약을 체결했고, 니이가타, 아이치 등의 지방도시에서도 ‘4주6휴 완전실시, 완전 주휴2일제 실현 노력, 연간휴일 117~123일’이라는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전일건은 “97년 아시아 통화위기 이후 거대 종합건설회사의 도산과 업계재편, 무모한 덤핑 수주 등으로 건설업이 위기에 처하자 노조가 있는 기업이나 지역을 제외하고는 토요휴무가 지켜지지 않는다”며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된 것 같다”고 밝혔다.

토요 휴무는 고사하고 “일요일만이라도 쉬고 싶다”는 한국 건설노동자들의 ‘쉴 권리’는 언제쯤 확보될 수 있을까? 한국의 건설노동자들도 이제 싸움의 시동을 걸었다.
태그

건설현장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클리핑기사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