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6 금속연맹 충남지부 집단요양신청투쟁의 현장

포항지부 45명,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74명, 쌍용자동차 노조 166명, 금속연맹 충남지부 요양신청자 104명. 그리고 아직 아프다 말하지 못하는 전국의 1,300만 노동자.

금속 충남 노동자 104명, 근골격계 직업병집단요양신청
6월 26일. 빨리 찾아온 비가 잠깐 그치고, 간만에 햇살이 번뜻하던 날이다. 금속노조 충남지부의 11개 지회 노동자 104명이 근골격계 직업병 집단요양신청을 위한 기자회견과 집회를 가진다는 소식을 듣고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로 향했다. 그간 단사별로 집단요양 투쟁을 진행했던 적은 많지만, 이번처럼 연맹을 중심으로 지역에서 개별 사업장이 모여 요양에 돌입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금속산업연맹에서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근골격계 직업병발생 실태조사와 건강진단을 실시하였다. 총 28개 사업장 6,112명의 조합원이 이 조사에 참가하였는데, 이 중 79%에 이르는 노동자가 ‘적어도 일주일 이상 또는 과거 1년간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지속되는 전신 부위에서 하나 이상의 증상이 있는 경우’의 증상 호소자로 밝혀졌다. 이에 금속산업연맹은 근골격계 직업병 환자 산재인정기준 개악과 치료제한에 대한 방침 철회, 사업주들의 근골격계 직업병 예방대책 수립 요구, 금속노조 충남지부, 포항지부 소속 18개 지회 조합원들 중 당장 요양치료가 필요하다 진단받은 조합원에 대한 요양 승인 등을 내걸고 단계적이고 지속적인 투쟁을 결의하였다.

공단 입구를 메워앉은 금속노동자들
도착한 것은 기자회견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금속노조 만도지부 황종규 산안부장은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한 순간을 살아도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로 집회를 시작하였다. 금속연맹 윤종선 산안차장은 연맹차원에서 함께 집단요양투쟁에 돌입하는 쌍용자동차 부위원장 테러건을 이야기하며 자본의 반노동자적 작태에 대항하는 투쟁을 촉구했다. 아픈 몸을 끌고 와 집회를 한다는 것이 결코 녹녹한 일이 아닌데도 100명이 넘는 요양신청자들은 발언 하나하나도 쉬이 넘기지 않는 눈치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준)의 김정수 교육실장은 “요양신청의 승인도 중요한 일이나, 핵심은 노동자 단결로 현장개선 노력을 진행하는 것이다”며 일상적인 현장투쟁을 강조하였다. 집단요양돌입 후 상황에 대한 지부의 경과보고가 있고 나서 대표 5명은 공단지사장실 항방을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7월 8일까지 심사를 완료할 것과 현장조사 및 특별검진 진행, 공단자문의사단과 의료기관에 대한 조합의견 수용 등을 관철시켰다.

"왜 여기까지 나오셨어요?"
사실 같은 지부의 조합원들이라 해도, 다른 사업장 조합원들이 낯선 것은 사실일테다. 언제 말 한 번 건네 본 적도 없고 각기 사업장의 업종도, 공정도 달라 서로간의 화제거리를 찾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런 이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게 한 것이 단순히 연맹차원의 지침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근골격계 직업병 환자들’이라는 진단딱지만을 가지고 모였다 치기에도 뭔가 부족하다.

“저 혼자 투쟁하고 그래 본 적은 없어요. 그래도 현장에서 단합하는 것... 모이는 데 힘이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보태는 거예요.”

젝셀발레오공조코리아(전 대한공조) 조합원 정승우 조합원(28)은 무척이나 수더분해 보이는 웃음으로 말한다. 아직 서른도 채 안된 나이에 그는 이미 근골격계 직업병 환자다.

“아파도 본인들이 모르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에요. 그냥 집에 가서 침 맞고, 파스 붙이고... 그냥 그렇게 사는 거죠. 근골격계 직업병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아프고. 진단을 받아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거고... 그야말로 골병이죠.”

중간에 군복무 기간을 빼면 이제 일한지 4년쯤이 되었다 한다. 그의 4년은 앞으로 40년 동안 그를 힘들게 할지도 모른다.

“힘든 거요? 현장에서 일하니까, 하루하루 일하는 게 힘들죠. 일단 내 몸이 아프니까 솔직히 일하러 가도 신이 안나요. 자고 일어나면 멀쩡한데 일하면 또 아프고... 일반 조합원이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정을 몰라 답답하고 하기도 한데, 어쨌거나 이런 일 있으면 같이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최소한 사람이 일하면서 마음 편하게 생활은 할 수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하고 그러면서... 그래야 사람이 사는 거라 할 수 있죠.”

라고 말하는 눈에 그는 자신이 이 곳에 있는 이유를 어렴풋이 묻혀낸다.

한편, 집회가 진행되는 내내 대오 끝에 앉아 묵묵하다 못해 몰두한 듯해서 인터뷰를 청하기 민망할 지경의 조합원이 있었다. 쌍용자동차의 한 노동자이다. 그는 작년9월 27일 경추 협착증, 근육통, 요추 3-4번, 4-5번 추간판탈출증으로 개인적인 산재신청을 낸 적이 있다 한다. 하지만 공단은 염좌로만 인정하여 1달 요양에 1달 연장으로 처리했다.

“아픈 거요? 현장에서 일하다가 그런 거예요. 허리를 삐끗했거든요. 일하는 데가 공간도 협소하고, 작업환경이 좋질 않아요. 물류이다 보니까 중량물도 많이 드는 편이고, 지게차 같은 장비도 많이 쓰죠. 인력도 부족한 편이고.” 그는 명백하게 직업병의 원인으로 근무조건을 짚어낸다. 얘기를 듣다 보니 그야말로 집회에 나와 앉아 있는 것조차 버거웠겠다 싶을 정도로 그의 증상은 심각했다.

“회사가 별로 좋게 안 보고, 동료들끼리도 아프다고 하면 나이롱환자다 소리를 해요. 공단에서는 또 우리 병 인정도 안 해주고. 아픈 몸으로 이렇게 투쟁하는 자체가 무리스럽죠. 앉아 있는 것도 그렇고... 그런데 작년에 혼자 산재신청하면서 느끼는 게 많았어요. 노동자가 일하다가 다치면 치료를 해줘야 하는데 해주지 않으니까, 스스로가 투쟁을 하지 않으면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이것이 아픈 몸을 현장에서 공단 앞으로 끄집어낸 동력이었다.

그렇게 노동자는 서럽다 못해 악만 남았다
포항지부 45명,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74명, 쌍용자동차 노조 166명, 금속연맹 충남지부 요양신청자 104명. 그리고 아직 아프다 말하지 못하는 전국의 1,300만 노동자.

농땡이 피지 않고, 벅차고 힘들어도 시키는대로 일했다. 가진 놈처럼 십억을 백억으로 불려 보겠다고 꿈꾼 적도 없다. 일해서 번 돈 모아 자식새끼 공부시키고 나이 든 부모 모시고 싶었던 게 고작이다. 혹여 일하지 못하게 될까봐 불평도 그저 꿀꺽 삼기며 일했다.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니고 조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열심히 일해 얻은 병을 자본과 정권은 용납하려 들지 않는다. 그렇게 노동자는 서럽다 못해 악만 남았다.

그래서 99년 대우조선에서 시작한 근골격계 투쟁은 지금 2003년을 맞아 봇물이 터지듯 전국적 물결을 타고 있다. 이제 더 이상은 일하다 죽어가지 않겠노라고 자신을 독려하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하나하나의 조합원은 말한다. 우리는 투쟁이니 뭐니 그런 것이 낯설고 너무나 서투르다고. 하지만 그 설은 눈빛으로도 모여 싸울 수 있고 싸울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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