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살려주세요, 제발 !
「5월의 어느 날 경찰청 앞에서 분신자살을 할 것입니다... 이런 말을 하는 거 자체가 부모님에게 죄송하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죄송한 일이지만,, 정말 아무 것도 없는 저로서는 제 양심을 지키는 마지막 방법입니다.. 분명히 말씀 드립니다....제 죽음으로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제발 저희 대원들 모두를 구해 주십시오... 모든 대원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웃으며 군 생활을 하고 제대하게 해주십시오.... 부탁입니다.... 웃으며 군 생활하는 그 날이 오기까지....」
2001년 수원남부경찰서의 한 의경이 '살려주세요. 제발'이라며 인터넷에 제보한 위 내용이 2003년에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6일 고참의 구타에 못 이겨 수원남부서 소속 최모의경이 목을 매 자살한 것이다. 나는 이 사건을 접하고 심한 충격과 무력감으로 무거운 마음을 가눌 수 없다. 2001년 당시 인권센터가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해 이런 사건이 재발한 것이 아닌가하는 자책감 때문이다.
정말 속내로는 당시 제보했던 그 의경이 아닐까하는 불안감(?)이 있었으나 이미 시간상으로 그 의경은 제대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다른 이들에게 확인받고서야 작은 안도(?)가졌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당시 그 제보내용은 우리를 너무나 놀라게 했다. 경찰내에 구타·가혹행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고참들의 구타 등 폭력을 집회현장에서 당한 것으로 거짓 진술하거나 피해의경을 정신이상자로 몰아 폭력을 은폐하려 했다는 것은 경찰조직의 일상화된 폭력이 얼마나 심각하게 내재되어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아마도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이라면 "군대나 경찰내의 구타는 으레 있어왔고 통제와 위계 질서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방법"이라고 항변하기도 할 것이다. "어찌 수천, 수만의 군인, 전의경들이 그 안에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겠냐"며 필요악이다라는 의견도 존재할 것이다.
이는 기본적 인권의 침해는 그 조직을 위해, 아니면 상황상 어쩔 수 없는 것이어서 어느 정도 감수해야지 않느냐는 논리가 상당히 팽배해있는 인권불감증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며칠동안 3명의 전의경이 자살과 구타로 사망한 것은 '어느 정도 감수'할 그 정도를 넘어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2년 전에도 경찰은 허겁지겁 관련자 문책, 가해의경의 형사처벌, 그리고 경찰서 내 인권학교를 개설하고 경찰서 직원과 전,의경 간 '1:1 형제 결연'을 맺는 등 전,의경 사고예방을 위한 대책을 내놨으나 결국 미봉책에 지나지 않았고 돌아온 것은 젊은 의경의 주검뿐이었다. 따라서 이번에도 경찰청과 경기지방경찰청의 대응이 전혀 바뀐게 없이 2년전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어 정말 한심하다 못해 화가 치밀어 오른다.
결국 임기응변식으로 시민들의 들끓는 비난여론을 몇 명의 직위해제와 형사처벌로 면피하려는 안이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심각한 현실인식이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몇 명의 직위해제와 형사처벌, 헛구호로 결코 죽은 의경을 되살릴 수 없으며 또다른 죽음의 행렬을 막을 수 없음은 자명하다.
결국 현재 경기지방경찰청과 수원남부서 등 자신들만이 내놓는 어떠한 재발방지대책도 신뢰할 수 없으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나를 비롯한 시민들의 생각일 것이다.
아직도 내 귀에는 의경들의 절규가 여운처럼 남는다. 지금도 인권사각지대에서 숨죽이며 부모형제들에게 "살려주세요, 제발"을 목놓아 부르는 제 2, 3의 죽음을 준비하는 전,의경들을 막아야 한다는 것, 이 일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송원찬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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