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네덜란드형 노사관계'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그러나 네덜란드형 노사관계에 관한 충분한 이해와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논란들은 자칫하면 '허깨비'를 잡고 싸우는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1980년대 초 네덜란드의 노조와 사용자, 정부 등 사회적 주체들은 과거의 경험에 대해 반성하고 '바세나'(Wassenaar) 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은 노조가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하는 대신, 사용자 측은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이 협약 이후 네덜란드 경제는 보다 생산적·경쟁적으로 되고 수출, 투자, 고용의 증가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른바 '네덜란드의 기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완전한 오류다. 바세나 협약의 결과 임금 상승이 장기간 억제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바세나 협약이 체결된 후 10여년이 지난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네덜란드의 기적'이란 말은 나오지 않았다. 성장률은 2-3%대로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그다지 높지 않았으며 실업률 역시 80년대 초반에 비해 떨어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6% 대의 고실업률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협약 체결 후 무려 10여년이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경제성장률이 상승하고 실업률이 뚜렷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모델에 대한 찬양의 근거가 되고 있는 '고용 증가'에 대해 살펴보면 그 75%가 파트타임 또는 임시직의 증가에 의해 이뤄졌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2001년 현재 네덜란드의 파트타임 노동자 비율은 전체 노동자의 33%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특히 여성의 경우 58.1%가 파트타임 노동자이다. 결국 값싼 여성 노동력을 대량으로 서비스 부문에 동원함으로써 '값싼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이 90년대 중반 이후 네덜란드의 고성장의 한 원인이다.
그러나 네덜란드 모델에 대한 평가는 2000년경부터 갑자기 긍정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실질경제성장률은 작년 4/4분기 이래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네덜란드 경제의 자랑이었던 낮은 실업률마저 무너지기 시작하여 2002년 4/4분기 3.1%, 2003년 1/4분기 3.6%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네덜란드의 '기적'은 신화에 가득 찬 것이다. 고실업과 조직률 저하에 신음하는 노조를 자본의 지배 하에 '굴복'시켜 사회협약을 맺은 다음, 저임금과 파트타임 노동자의 동원, 그리고 부동산 가격의 거품현상에 편승해 고도성장을 이룬 것이 네덜란드 '기적'의 실상이다. 그나마도 그 효과는 겨우 5년여 밖에 지속되지 못했다. 현재는 성장의 정체, 주택가격 거품의 붕괴, 실업률의 상승, 소득분배의 악화, 사회복지제도의 후퇴, 그리고 정치적 혼란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네덜란드의 현실이다. 이제 아무도 네덜란드의 '기적'을 이야기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노무현 정부가 네덜란드 모델을 한국이 지향해야 할 모델로 들고 나온 것은 커다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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