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반적으로 사진이 어두워.”
“내용도 어두운데요.”
“왜 이렇게 편집이 산만하지?”
“근데 표지에 오자가 있다면서요?”
“여깄잖아요. ‘공통체’”
“아, 그거 오자에요? 난 또 무슨 뜻이 있는 줄 알았지.”
“표지 인물도 NEIS 이것만 안달았으면 무슨 농활 잡지 같애.”
지난 7월 10일, 서울 용산구 갈월동 진보네트워크센터 회의실에 모인 7명의 사람들이 잡지 하나를 가운데 두고 이런 저런 티를 집어내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 7월 3일 창간호를 낸 월간 <네트워커>의 편집위원과 기자들이다. 여섯달 동안 준비한 끝에 세상에 내놓은 잡지지만 편집진들의 눈에는 아쉬운 곳 투성이다.
월간 <네트워커>는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 발행하던 같은 이름의 소식지를 대중지로 재창한 것이다. 창간호 내용을 보면 전자감시사회, 자기정보통제권처럼 최근 떠오른 사안들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뿐만 아니라 디지털카메라, 위키위키, 통신어같은 새로운 인터넷 문화에 대한 고찰, 장애인과 여성의 입장에서 바라본 인터넷,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디지털 캠코더를 들고 집회현장을 누비는 문정현 신부 이야기 등 ‘정보’라는 단어로 엮인 '모든 것'이 담겨있다.
"사실 이거 만들고 나서 평생 넣을 내용 다 넣었다고 우리끼리 농담했어요. 글쎄요. 그렇게 보면, 다른 언론사에서 정보화 관련 담당 기자분들이 곤란할 수도 있겠네요. 반대로 생각하면 <네트워커>에서 적당히 아이템을 뽑아가면 일하기가 쉽지 않을까요? 하하. 저희는 1년치 기획은 미리 만들어놓고 갈 생각이에요. 정보화 관련된 소재는 어떻게 보면 비슷비슷해보일 수도 있죠. 문제는 어떤 기획을 어떤 시각에서 접근하느냐겠죠. 그게 아마 <네트워커>의 생명을 결정할거라고 봐요."
디자인에는 못내 아쉬운 구석이 적지 않은 모양이지만 내용의 충실성을 말하는 서현주 <네트워커> 편집장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네트워커> 서현주 편집장
“정보화 사회라고 하는데 컴퓨터 기술 잡지는 많아도 사회비평적으로 접근하는 잡지는 없잖아요? 작년까지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 같은 이름의 소식지를 발행했죠. 그런데 아무래도 기관지 냄새가 나고, 그래서 대중지로 다시 창간하기로 했어요.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내는 매체는 한 단계를 거쳐서 대중에게 전달되잖아요? 최근 보건노조의 파업으로 문제가 부각된 병원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정보기술을 이용하여 기업 내의 정보와 업무를 통합시킨 시스템)의 경우 노조를 거쳐서 나올 때는 노동탄압, 노동감시의 문제죠. 그런데 직접적 수혜자인 환자들 입장에서는 이게 도입되면 제대로된 치료를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서도 알아야하거든요? 그래서 대중지로 발행할 필요가 있는 거죠.”
서현주 편집장은 “정보화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이, 심지어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알아야 한다”며 <네트워크>가 필요한 이유를 술술 풀어낸다. 의의는 좋지만 <네트워커>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상업잡지가 아니기 때문에 돈 벌 계획은 없어요. 그래도 계속 낼만큼 ‘똔똔’은 되야겠죠. 또 정기구독자 외에 후원해줄 사람들도 조직해야겠고요.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 내부적으로 소화할 부분도 있어요. 일단 인건비는 상근자들이 만드니까 상근비에서 원래 나가는거고. 물론 처음부터 많이 팔리고 읽히기는 어렵겠죠. <씨네21>같은 잡지도 영화라는 특정한 사람들에게 관심있는 분야를 다루지만 사람들이 ‘후까시’로라도 들고 다니잖아요? <네트워커>가 그렇게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생명력을 가지게 되도록 노력해야겠죠.”
최근까지 정보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저 좋은 것’이었다. 그러나 몇 년 전 논란이 되었던 전자주민카드나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NEIS, CCTV처럼 점점 정보인권에 관련된 사안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네트워커>의 창간은 반가운 일이다. 아직은 한국에서 ‘유일’한 정보화 사회비평 잡지라는 의미가 더 큰 <네트워커>. 필요한 것은 민주적이고 민중적인 정보화에 대한 하나의 ‘상징’이 되는 게 아닐까.
" 다음 호요? 그걸 말해도 돼나? 표지 이야기만 약간 얘기해드리면 'PC방‘에 대해 다루려고 해요. 대체로 언론에서는 어두운 면만 부각시키잖아요? 그래서 PC방이 보편적 서비스와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든지 그런 긍정적인 면을 평가해보려구요. 다음 달은 바캉스 철이기도 하고.”
대학생신문 유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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